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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UAE, 한전 "안전 관리 미흡" 경고…바라카 원전 건설 '빨간불'

등록 2017.02.2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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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뉴시스】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 잇따른 사고…작년 5월 이어 11월도 근로자 사망
 UAE, 미국 건설사 벡텔에 안전점검 의뢰…평가 결과 '미흡 수준'
 공사안전 관리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한전에 '주인의식 부재' 질타

【세종=뉴시스】박상영 기자 = 한국형 원자로 수출 1호로 관심을 모았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Barakah) 원전 건설현장의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UAE 원자력에너지공사(에넥·ENEC)가 미국 업체에 의뢰해 진행한 안전점검 결과 '바닥 수준'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5월 근로자 사망사고로 현장 안전점검이 진행된 뒤인 11월에도 또다시 근로자가 작업 도중 숨진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전력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넥은 지난해 말 미국 최대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인 벡텔에 바라카 원전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맡겼다.

 에넥이 점검을 의뢰한 이유는 지난해 5월 바라카 원전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크레인 사고로 근로자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전의 하청업체에서 일한 이들은 크레인에 매달린 바구니 차에서 작업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UAE 아부다비 서쪽 270㎞에 위치한 바라카 지역에 한국형 원전 모델인 'APR1400' 4기를 건설하는 이번 사업은 한전이 주 계약자로 사업을 총괄한다. 설계(한전기술) 와 기자재 공급·시공(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운영·유지·보수 지원(한수원, 한전 KPS) 등 원전사업 전단계에 걸쳐 한국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사고 이후, 한전은 재발 대책을 마련했지만 에넥은 작업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고 보지 않고 한전에 항의 서한까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당시 서한에는 사고 이후 재발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부재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항의 서한 전달과 별도로 진행된 벡텔이 안전 점검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중장비 사용과 고소·비계 작업 등에서 안전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평가 점수가 78점에 불과했다. 이 점수는  미흡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벡텔이 진행한 타 현장 점검과 비교해 하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는 영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 뿐 아니라 문맹자도 있었다"며 "이들에 대한 안전 교육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뉴시스 취재결과, 벡텔의 현장 안전점검 이후인 지난해 11월에도 방글라데시 국적의 하청업체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에넥이 우려했던대로 한전의 사고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가 또 다시 일어난 것이다. 

 한전은 벡텔이 지적한 개선 요구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크레인 등 중장비 사용에 대한 관리 감독과 안전 수칙 위반자에 대한 작업 중지 등 공사 관리자에 대한 권한을 강화했다. 영어를 못하거나 글을 읽지 못하는 작업자를 위해 위험 작업에 대한 교육용 자료도 마련했다.

 한전과 한수원, 현대건설 관계자들은 이번주 UAE에서 후속조치 이행실태 파악을 진행 중이다. 

 잇따른 사고로 향후 원전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전은 바라카 원전 건설 초기부터 준공 이후 운영도 맡을 것을 UAE측에 제안했고 결국, 지난해 10월 협상 끝에 운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11월에 또 사고가 난 것이다. 그럼에도 한전은 향후 60년간 바라카 원전에서 약 54조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주 UAE 현지에서 이뤄지는 점검은 벡텔의 안전점검 결과에 대한 피드백 차원에서 현장 안전과 보건 등 이행실태를 전반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원전건설에 특화된 건이 아닌 일반 건설분야 산업재해나 안전관리, 노무관리 측면에서 현장이행을 점검하는 것으로 UAE건설계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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