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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행성' 논란⑧]허울뿐인 자율규제...정치권, 칼 빼드나

등록 2017.12.01 1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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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행성' 논란⑧]허울뿐인 자율규제...정치권, 칼 빼드나

게임업계, 자율규제 시행하지만 실효성 논란...'눈 가리고 아웅'
국회 교문위에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 계류중...업계 반대 극심
정치권, 월 결제한도 제한 법안 발의 준비중...업계 '초긴장'

【서울=뉴시스】오동현 이종희 기자 = 게임업계가 일종의 도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다. "잘 나가는 게임산업을 규제로 다시 죽일 거냐" "시장에,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 등의 논리를 앞세우며 자율규제를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부작용을 어떻게 스스로 줄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스스로 규제를 하는 척 시늉만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강하게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머니 또는 게임포인트의 소모를 대가로 다양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랜덤으로 제공하는 아이템이다. 속칭 ‘복불복 아이템’ 또는 ‘캡슐형 아이템’으로도 불린다.

 확률형 아이템은 대다수 게임사들의 주요 수익 창출원이다. 하지만 과도한 과금 유도 및 사행성 조장, 불확실성에 따른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불신, 확률 조작 우려 등 여러 부작용을 유발해 왔다.

 특히 자제력이 부족한 미성년자들에게 ‘절제 없는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게임업계, 자율규제 시행하지만 실효성 논란...'눈 가리고 아웅' 수준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는 사행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2015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가 없다는 비판에 올해 7월 강화된 자율규제 강령을 발표했다.

 개편된 자율규제 시행에 따라 사업자들은 사실과 수치에 입각한 해당 아이템의 정보(명칭·등급·제공 수·제공 기간·구성 비율 등)를 이용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자율규제 준수율은 7월 65%, 8월 7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자율규제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경고 후 게임명을 공개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처벌규정 없이 시행되는 자율규제로 인해 게임업계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율규제를 통해 상세한 확률을 공개한다고 해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소비가 줄거나 절제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실효성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허울뿐인 규제라는 것이다.

 이는 게임이용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 조사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임이용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게임이용자 90.6%(1037명 중 940명)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게임업계의 자율규제에 대해서도 94.2%(응답 929명 중 875명)의 이용자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국회 교문위에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 계류중...업계 반대 극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 올라온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 법안은 지난해 총 3건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7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두 법안은 교문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법안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같은 법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교문위는 이 개정안을 직접 소위 회부 처리했다. 직접 소위 회부란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바로 법안소위에서 심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법 개정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과도하게 낮춰 유저의 과소비를 유도하는 등 지나친 사행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확률을 명시해 공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별 차이를 살펴보면 정 의원의 개정안은 확률공개를 거짓으로 하거나 공개를 이행하지 않았을 시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이 추가됐다. 나아가 이 의원은 '절제 없는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는 미성년자에게 10% 미만의 확률형 아이템을 팔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는 이 의원의 개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방안은 직접적인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난색을 표하는 것이다. 또한 노 의원과 정 의원의 개정안은 확률 공개를 법으로 명시했지만 현재 업계에서 진행중인 자율규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회 상임위 내 법안소위 심사가 진행되면 같은 법 개정안의 경우 병합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현재 올라온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도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병합심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다.

 문제는 업계의 반대가 격렬하다는 점이다. 교문위 법안소위에서 이 의원의 미성년자 판매금지 안을 두고 업계가 반대하자 병합심사를 진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욱 의원실 관계자는 "게임업계에서 미성년자 판매금지를 두고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안을 막으려는 업계의 로비가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7 국정감사에 참석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17.10.30.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017 국정감사에 참석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2017.10.30. [email protected]


 ◇정치권, 월 결제한도 제한 법안 발의 준비중...업계, '초긴장'
 
 정치권은 업계에 반대에 불구하고 이번에는 반드시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겠다는 태세다. 지난 10월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는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이라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손 의원은 "초등학교 학생이 1500만원, 여중생이 4000만원을 확률형 아이템에 사용한 사례가 있다"며 "모바일 게임에도 결제 한도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신동근 의원도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MMORPG '리니지M'의 확률형 아이템을 사례로 들며 "유료로 구매하면 0.0001%의 확률로 얻을 수 있다"며 "이는 로또 2등에 걸릴 확률과 비슷하며 경마나 카지노보다도 낮은 확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심리는 도박과 비슷하다"며 "합리적으로 감독할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감에서 제기된 내용을 바탕으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강제하는 입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손 의원은 온라인·모바일게임에 월 결제 한도를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 성인등급의 온라인게임은 월 50만원, 청소년 이용가의 경우 월 7만원의 결제한도가 적용 중이다. 다만 관련 법에 명시되지 않은 채 '관행'처럼 시행돼 왔다.

 현재 온라인게임을 출시 하기 위해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등급심의를 받으려면 월 결제 한도를 정해야만 한다. 게임 등급을 받지 못하면 출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제 한도 관련 규정은 없지만 강제적으로 시행된 셈이다. 

 손 의원이 추진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관행처럼 시행된 월 결제 한도가 법적인 강제성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모바일게임은 결제 한도 관련 규제가 없었다. 모바일게임 결제 한도가 시행되면 성인과 청소년들이 지금처럼 확률형 아이템에 과도한 금액을 사용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손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한도 금액을 정하지는 않았다"며 "관련 법안을 준비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충분히 상의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신 의원도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신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관련 법안을 준비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며 "게임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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