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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방화' 한꺼번에 아내·딸들 잃은 30대 가장 '참담'

등록 2018.01.21 19: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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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일 서울 종로5가의 3층 규모 여관 2층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이 불로 여관에 있던 10명 중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불은 1시간만에 진화됐다. "건물이 타고 있다"는 여관업주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내가 불을 질렀다"고 112에 직접 신고한 A(52)씨를 여관 인근에서 현행범 체포했다. 하지만 현재 A씨가 술에 취한 상태라 아직 제대로 된 조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씨가 투숙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휘발유를 이용해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동기와 경위 등을 수사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2018.01.2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0일 서울 종로5가의 여관에서 방화로 불이 나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8.01.20. [email protected]


전남 장흥에서 비보 듣고 급히 상경해 시신 확인
경찰 조사 받은 뒤 서울 친척집 머물고 있는 상태
아내가 방학 맞은 10대 딸들과 여행 중 서울 향해
경비 넉넉지 않아 노후 건물 여관 투숙했다 참변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서울 종로구 한 여관에 불을 지른 사고로 사망한 세 모녀의 가장이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급거 상경해 시신을 확인했다.

 21일 목격자들에 따르면 '종로 여관 방화' 사건으로 희생당한 박모(34·여)씨의 남편이자 딸 이모(14)양, 이모(11)양의 아버지인 30대 후반 이씨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하고 거주하던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서울로 급히 올라왔다.

 이씨는 이날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이곳에 안치된 부인 박씨의 시신을 확인했다. 이어 사건 수사를 맡은 혜화경찰서를 찾아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자택이 있는 장흥으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 모처에 사는 친인척의 집을 찾아가 머물고 있다.

 이씨는 매우 참담한 표정이었으며, 최대한 사람들과 접촉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세 모녀가 어떻게 서울까지 올라와 하필 그 여관에 묵게 됐는지 경위를 설명했다. 장흥에서 함께 사는 10대 두 딸이 각각 중학교, 초등학교 방학을 맞자 어머니 박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세 모녀는 지난 15일부터 전국 각지를 다니다 여행 5일차인 19일 서울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들은 넉넉지 못한 여비 탓에 저렴한 숙소를 알아보던 중 노후 건물인 서울장여관을 발견하고 1층 105호에 투숙하게 됐다.

'여관 방화' 한꺼번에 아내·딸들 잃은 30대 가장 '참담'


 서울장여관 객실은 총 8개로, 한 방이 6.6~10㎡(2~3평) 정도 크기에 불과하다. 이 건물은 지은 지 50년이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각 객실에는 작은 침상과 욕실이 달려있다. 인근 주민들은 "저렴한 쪽방"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남성 투숙객 중 2명은 2년 전부터 묵고 있었으며, 또 한 남성은 3일 전에 장기 투숙을 위해 들어왔다. 장기투숙을 하면 저렴한 월세로 방을 내주기 때문에 주로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이 같은 형태의 여관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모녀는 다음 날 여행 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다 20일 새벽 3시께 유모(53)씨가 "여자를 불러달라"며 여관 주인과 말다툼을 벌인 끝에 급기야 휘발유를 사와 출입구에 불을 지르는 어처구니없는 방화 사건이 벌어졌다.

 모녀는 출입구 인근 1층에 있었지만 한창 깊이 잠들었을 새벽 시간이고 불길과 유독 가스가 삽시간에 들이닥쳐 피할 새도 없이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방화 사건으로 2층에서 황급히 뛰어내려 목숨을 구한 최모(53)씨를 제외하곤 투숙객 6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한 방에서 숨진 여성 3명을 발견한 뒤 여관업주 김모(71·여)씨 등의 증언을 토대로 이들이 모녀 사이였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시신들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이 심한 상태여서 확정을 못하다 화재 다음날인 21일 오전에야 이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편 이씨는 장흥에서 업무를 보느라 동행하지 못했다가 참사 소식을 접했다. 아내와 딸들을 한꺼번에 잃은 그는 황망한 심경으로 상경했다가 특히 아내의 시신 상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종로5가 여관 방화 피의자 유 모 씨가 2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유씨는 지난 20일 새벽 종로5가의 여관에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불을 질러 이모(61)씨 등 5명을 숨지게 하고 박모(56)씨 등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8.01.2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종로5가 여관 방화 피의자 유 모 씨가 2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유씨는 지난 20일 새벽 종로5가의 여관에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불을 질러 이모(61)씨 등 5명을 숨지게 하고 박모(56)씨 등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8.01.21.  [email protected]


 경찰은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도망갈 염려가 있다"며 유씨에 대해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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