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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양육시설 잇단 학대에도 운영 기관 '책임 회피' 의혹

등록 2018.09.30 10: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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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원장, 통제·관리 목적 아동 정신병원 '강제 입원'

시설 운영 광주YWCA 뒤늦은 경위 파악 의혹도 제기

같은 법인 다른 시설서 원장 등 9명 고발해 경찰수사

아동양육시설 잇단 학대에도 운영 기관 '책임 회피' 의혹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사회복지법인 광주 YWCA가 운영하는 모 아동 양육·복지시설에서 불거진 잇단 학대 행위로 원장이 수사기관에 고발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시설 원장이 아동·청소년에게 정서적 학대 행위를 반복했는데도, 법인 측의 미흡한 관리·감독 체계와 책임 회피성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30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광주 YWCA 등에 따르면, 인권위원회는 최근 직권 조사를 통해 광주 YWCA가 운영하는 양육시설 원장이 아동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 중징계 처분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권고했다.

 조사 결과 지난 2013년 9월 이 시설에 부임한 원장은 아동·청소년들을 통제·관리하기 위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거나 입원에 대한 동의를 강압적으로 끌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원장은 정신병원 입원, 강제 퇴소 등을 명목으로 인권 침해성 발언과 폭언을 수차례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장은 14년째 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A(19·여)씨가 "지난 2016년 허락 없이 쌍꺼풀 수술을 받고 왔고, 귀가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A씨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려고 했다. '입원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병원 측의 거절로 무산됐다.

 원장은 이 같은 행위 전 세 차례 회의를 열어 A씨의 입원 치료 근거를 마련하려 하고, A씨에 대한 악평을 적은 경위서를 써오라고 직원들에게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이후 '품행 장애' 등을 이유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 시설 아동은 모두 5명으로 이들 대부분은 부모가 없었다.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20개월까지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 없이 아동을 다른 양육시설로 전원시키거나 시도한 행위도 밝혀졌다. 직원들에게도 휴가 금지령을 내리는 등 각종 갑질을 해왔고, 아동복지법에서 규정한 임상 심리 상담원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시설 생활 규정에 '일시 귀가 조처'를 징계 방법으로 명시해 놓고 학교에 가지 않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아동에 대해 동의 없이 원 가정으로 일정 기간 돌려보내는 등 위협을 주며 통제하는 방식을 지속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아동의 정신 건강·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지난 7월19일 원장 해임 등 중징계를 권고했다.

 하지만 광주 YWCA 이사회에 참석한 일부 이사들은 인권위 권고 사항을 이달 10일에서야 보고했다. 

 또 '인권위 권고는 사실과 다르다. 이의 신청을 검토 중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가 지난 2월부터 조사를 했고 7월 중순께 YWCA에 인권 침해 결정문을 보냈지만 YWCA에서 운영하는 다른 보육 시설 일부 관계자들은 두 달 째 전혀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공유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시설은 과거 아동 학대, 공금(생계비) 횡령 등으로 사법 처리 또는 행정 처분을 받아 시설장이 교체된 적이 있는데다 인권 침해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 때문에 관리·감독 권한과 인사권을 가진 YWCA 측이 사실상 학대 행위를 은폐하고, 책임 회피성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되게 양육될 경제·정서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아동들을 보호한다. 이들의 수준·적성에 맞는 자립 교육을 진행한다'는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는 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원장이 부임한 이듬해부터 인권 침해성 언행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되려 보복을 당하기 일쑤였다"며 "원장의 부적절한 행위를 제재·개선할 수 있는 체계가 전혀 없었다. 사건을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도 "시설 아동들은 과거 학대·방임 등을 당해 신체·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대가 반복된 점으로 미뤄 정서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며 "도움을 요청해도 해결 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도 사태 악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YWCA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파악이 끝나는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관리·감독 체계가 미흡했던 점을 일부 인정한다. 재발방지책 마련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A씨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들은 법인 내 다른 보육시설 관계자들이 원장과 이사 등 9명을 고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A씨는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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