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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적 성과 땐 뿌듯" '박사급 학부생' 조선대 김지효씨

등록 2019.02.24 1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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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미만 영아 언어인지연구, 국제학술대회 잇단 발표

"참가자 모집 힘들지만 학술적 이론 나올 때면 보람차"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대학 재학 시절 각종 국제학술대회에서 영아 언어인지 능력에 관한 논문들의 제1저자 자격으로 발표에 나선 김지효씨(사진 왼쪽). 올해 조선대 영문과를 수석졸업한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인 연구자의 길을 접어들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오른쪽은 지도교수인 고언숙 교수. 2019.02.24 (사진=조선대 제공)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대학 재학 시절 각종 국제학술대회에서 영아 언어인지 능력에 관한 논문들의 제1저자 자격으로 발표에 나선 김지효씨(사진 왼쪽). 올해 조선대 영문과를 수석졸업한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인 연구자의 길을 접어들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오른쪽은 지도교수인 고언숙 교수. 2019.02.24 (사진=조선대 제공)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아가들에 대한 관찰을 통해 의미있는 원리랄까요? 학술적 결과가 도출됐을 때가 가장 보람되는 순간이죠"

 인문학 위기가 상아탑의 화두로 떠오른 요즘, 젖먹이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언어학적 연구활동을 펼쳐 내로라하는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자로까지 나선 '스타급 학부생'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조선대 영어영문학과를 수석졸업한 김지효씨. 학부졸업과 함께 연구자의 길에 접어든 새내기 대학원생이지만, 김씨의 대학 생활 4년은 '박사급 학부생'이라는 애칭을 듣기에 충분하리 만큼 넉넉한 학술적 성과를 거뒀다.

 그 중에서도 김씨가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은 지난해 6월 국제영아학회(ICIS)로부터 받은 'Undergraduate Travel Awards'. 이 상은 소수 민족·인종 등에 속하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연구실적과 향후 연구계획서, 교수추천서 등을 종합평가해 수상자를 결정하며, 국제학술행사 등록비와 경비를 지원해주고 세계적인 학자들과 만나는 특전도 주어진다.

 국내 유일의 수상자인 김씨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1500여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학부생으로는 드물게 제1저자로 논문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엔 '한양대 음성인지과학 국제심포지움(HISPhonCog)'에서 한국과 미국엄마들의 화법에 대한 언어학적 연구결과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우리말과 영어는 비록 어순은 다르지만 심리적으로나 음향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인 '문장끝자리'를 두 그룹의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학술적으로 밝혀낸 흥미로운 성과였다.

 9월에는 광운대 특성화사업단과 한국영어학회가 주최한 전국 대학생 영어 코퍼스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코퍼스는 언어를 모은 빅데이터로, '말뭉치'로도 불린다. 김씨는 참가자 중 유일하게 상용 소프트웨어가 아닌 오픈소스 통계분석 프로그램인 R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젝트 주제를 분석했다.

 김씨는 "입학 전까지는 컴퓨터 프로그램에는 문외한이었는데 영어학 특강시간에 처음으로 접한 뒤 흥미를 느껴 틈틈이 융복합 포럼을 통해 지식을 쌓았고, 이를 활용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 한국장학재단의 '인문100년 장학생'과 서울대 장학생으로 선발된 그는, 내친 김에 4학년 때는 학·석사 연계 과정을 신청해 1, 2학기에 학부 과목과 함께 대학원 과목을 수강하는 등 식지 않는 학구열을 이어왔다. 국내 유일의 음성학연구소에서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유창한 말도, 자기 표현도 쉽지 않은 영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어려움도 많았다. 당장 실험 참가자 모집부터 늘 난관이었다. "언어인지연구의 경우 실험이나 관찰대상 아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생소한 연구다보니 아무래도 어머니들이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죠"

 비지땀을 흘려가며 모집광고에 나선 끝에 실험 한 번에 70∼80명의 아이들을 모을 수 있었고, 영아들의 꾸밈없는 말과 행동는 그들 만의 행동원리, 언어작용을 설명해주는 학술적 해석으로 이어졌다.

 김씨는 "실험 부스에서 이미 준비한 그림이나 말소리, 질문을 들려준 뒤 아이들 눈동자의 미세한 움직임, 고개의 회전각도 등을 통해 유의미한 공통점을 끄집어낸 것이 학문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데이터 분석까지는 인내와 집중력이 필요했지만 이론적 원리가 도출될 때면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입학과 동시에 달라진 주변 환경에다 입시에 재도전할 지 고민하느라 캠퍼스 라이프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던 그가 전환점을 맞은 건 2학년 시절. 학과 교수님들의 열정과 헌신에 감동받고 당연시 여겨온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매우 복잡한 원리나 정교한 뭔가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 길로 영아언어학에 푹 빠져들었다.

 수석 입학에 수석 졸업까지 한 그는 대학원에서 석, 박사학위를 취득해 영어교육학자나 비교언어학 전문가 등을 꿈꾸고 있다.

 지도교수인 고언숙 교수는 "지효를 만나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행복했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워낙 성실하고 열심히 해서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냈고, 학부생이지만 박사과정 이상으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대학 재학 시절 각종 국제학술대회에서 영아 언어인지 능력에 관한 논문들의 제1저자 자격으로 발표에 나선 김지효씨. 올해 조선대 영문과를 수석졸업한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인 연구자의 길을 접어들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위쪽은 국제학술대회 참가 및 수상 모습, 사진 아래는 실험 장면. 2019.02.24 (사진=조선대 제공)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대학 재학 시절 각종 국제학술대회에서 영아 언어인지 능력에 관한 논문들의 제1저자 자격으로 발표에 나선 김지효씨. 올해 조선대 영문과를 수석졸업한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인 연구자의 길을 접어들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위쪽은 국제학술대회 참가 및 수상 모습, 사진 아래는 실험 장면. 2019.02.24 (사진=조선대 제공)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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