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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프랑스가 내다보는 2050년: Vigie report 2018 소개

등록 2019.03.29 15: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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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진=국회미래연구원 제공)

【서울=뉴시스】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사진=국회미래연구원 제공)

【서울=뉴시스】프랑스 파리에 근거하고 있는 국제적인 미래학회 푸뛰히블르(Futuribles)는 떠오르는 미래 트랜드나 미래대응 전략에 대해 격년으로 연구보고서를 출간하고 있다. 2018년에는 2050년을 시나리오로 예측한 비지보고서(Vigie report 2018)를 출판하였다. 학회는 육체 / 공간과 시간 / 사회의 영역에서 미래의 모습에 대한 총 20개의 질문을 상정하고 그에 기반하여 4개의 종합적인 시나리오를 도출하였다. 본 지면을 통해 학회가 진행한 시나리오 연구 결과에 대해 요약 소개하고자 한다.

학회가 내놓은 첫 번째 2050년 미래 시나리오는 '자아의 사회'이다. 이는 역동적인 개인주의 중심의 사회이다. 학회에서는 4가지 시나리오를 각각 동물에 비유하고 있는데 이 시나리오는 고양이에 비유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개인적인 육체와 정신의 개발, 개인적인 의미의 추구, 내면의 추구 등이 점점 늘고 반대로 당위적인 사회규범을 무시하고 바꾸려는 움직임이 강해진다. 교육도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 발휘를 장려하며 학생 개개인에 맞는 학습방식을 따르도록 허용된다. 이런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정서이다. 환경보호 운동은 '지구온난화 반대'의 구호보다는 '미세먼지 배출 규제'와 같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 등 개인의 권리 주장이 강화되고 이러한 활동들이 모여서 사회 운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국가나 학교, 직장은 개인의 능력을 개발시키고 감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할 때만 생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국가나 집단에 대한 개인들의 권리와 감성에 기반한 정책적 요구는 점점 다양하고 많아지겠지만, 개인에 대한 국가나 집단의 제약과 규제는 큰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일부 선진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마초 합법화나 동성애 합법화 등의 추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개미로 상징되는 두 번째 시나리오는 '통제 사회'이다. ‘자아의 사회’와 반대로 집단으로부터의 압력과 제약이 강화되는 사회로 묘사될 수 있다. 미래 사회는 어느 순간 더 이상 기존의 시스템과 대책으로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음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국가의 정책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도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어서 생산과 소비패턴을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삶의 양식을 강제로 간소화하고 자원 소모를 최소화하는 사회로 불가피하게 전환될 것이다. 초기에는 적응과 희생이 불가피하지만 이후 세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사회의 모델을 확립하게 된다. 모든 소비와 생산이 스스로 이뤄지는 셀프의 시대가 도래한다. 식품과 에너지도 개인 위주로 생산하고 중고제품의 거래와 렌탈이 늘어나게 된다. 삶의 공간도 도시 외곽이나 농촌이 선호된다. 관계가 물질보다 더 선호되면서 인간에 대한 가치도 생산성보다는 인격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자연환경이 현저히 좋아지면서 건강도 현저한 향상이 나타나게 된다.

로봇으로 상징되는 세 번째 미래 사회는 '알고리즘 사회'이다. 자동화는 개인화를 촉진하여 각종 서비스를 개인에 맞춰서 제공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복잡한 업무의 수행을 넘어서 의사결정 단계까지 현저하게 발전되면서 일부 전문직업도 대체시킬 수 있게 되었다. 자동화가 사회의 중심이 되어 일체의 사회관계도 기계에 의존해서 구성된다. 개인의 선택은 알고리즘으로 대체되고 경험은 시뮬레이션이 대체하게 된다. 이제는 결정 과정이나 결과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된다. 알고리즘은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갈등 요소를 배제한 끼리끼리의 인간관계를 가속화 할 것이다. 인간의 창의력과 자발성은 위축될 것이다. 가상과 현실 간의 간격이 더욱 흐려진다. 소프트웨어나 로봇과의 새로운 정서적 유대관계나 애정관 계가 나타나고 가상현실은 이러한 새로운 관계와 시간을 위한 수많은 시공간을 창출하게 된다. 인간에게 더 이상 일관된 행동과 사고가 요구되지 않는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 여러 가지 자아를 표출하는 데에 서슴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나 사회적 관계는 더욱 각광 받을 수도 있다.

벌로 상징되는 네 번째 시나리오는 '무리 사회'이다. 선진국 중심의 확산된 가치 상실과 삶의 목적 상실 현상은 사회문제가 되었고 그 결과 특정 가치와 신조를 근간으로 하는 대안적 공동체를 양산하였다. 국가는 구시대적인 경계로 취급되고 공동체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 역할에 국한된다. 사람들은 여러 공동체에 속하면서 느슨하거나 또는 강한 유대감을 얻으며 사회적 활동을 해나간다. 종교, 민족, 윤리, 기술진보, 지역 등에 따른 다양한 특성의 공동체가 생겨나며 생태계를 이룰 것이다. 구성원들은 공동체적으로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게 될 것이다. 각 공동체들은 회원들에게 기존의 국가가 하지 못했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연대, 상호부조, 일자리 제공, 자가 생산, 주거지 할당 등이 가능하게 된다. 일부 국가의 의회는 국회의원 대신 공동체의 대표들로 구성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가장 회원수가 많은 공동체가 가장 큰 정치적인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시나리오들이 완전히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상호 조합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위에서 제시된 시나리오는 우리와는 다른 사회적, 지정학적 맥락을 가진 프랑스와 유럽 중심의 시나리오의 느낌이 날 수밖에 없다. "이 중에 어떤 미래가 실현될 미래인가?"라고 묻는 것은 효용성을 따지는 논의가 된다. 미래는 예측은 가능하지만 단수로 확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한국 냄새가 나는 미래 시나리오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시나리오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주요 선택지에 대해 성찰하고, 선호하는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선호하는 미래로 가기 위해 어떤 정책과 전략이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우리 사회에도 이뤄져야 한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샌디에고 캠퍼스 보건학 박사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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