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남길 "열혈사제, 버닝썬 패러디 걱정했는데···"
김남길
코미디언들이 무대에서 관객들을 웃기는 호흡을 알고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면 ‘대단하다!’고 매번 감탄한다.
2014년 코믹 사극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이 9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자괴감에 빠질 정도로 헤어 나오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최근 막을 내린 SBS TV 첫 금토극 ‘열혈사제’도 마찬가지다.
‘열혈사제’는 분노조절장애 가톨릭 사제 ‘김해일’(김남길)과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 ‘구대영’(김성균)이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청률 2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넘으며 인기몰이를 했지만, 촬영 내내 우려를 떨칠 수 없었다.
“‘열혈사제’는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 코미디를 지향한 부분이 어느 정도 있다. 함께 출연한 연기자, 박재범 작가와 ‘어디까지 가능하느냐?’ 등과 관련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큰틀에 ‘이영준’(정동환) 신부 죽음 사건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있는데, 주변 캐릭터는 만화적이지 않았느냐. 해일 입장에서 코미디를 관통시키기 어려웠다. 이럴 때는 일반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식음전폐하면서 살아야 되느냐’고 하더라. 웃고 즐기면서 사는 게 죽음을 경외시 하는 건 아니니까. 개인적으로 동의했지만 작품에 들어가니까 쓸데없이 개연성에 집착하게 됐다.”
김남길은 사회·정치적인 이슈도 유연한 연기로 코믹하면서 가볍게 풍자했다. 기존의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2015), 드라마 ‘손 더 게스트’(2018), ‘프리스트’(2018~2019) 등에서 선보인 사제 캐릭터와 확연히 달랐다. 영화배우 강동원(38), 김재욱(36), 연우진(35) 등과 사제복 피트 비교도 신경 쓰이지 않았을까.
주변에서 ‘이미 사제 캐릭터 많이 나왔는데 비교돼서 얼마나 까일까?’라고 할 때 큰소리부터 쳤다. 사제지만 쓸데없는 정의감에 불타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롱코트를 착용했다. 영화 ‘매트릭스’(감독 릴리·라나 워쇼스키·1999)가 떠올랐다며 “망토 같은 코트를 입어 다른 배우들과 비교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계절도 딱 맞아 떨어졌다. 이명우 PD가 ‘코트를 펄럭이는 게 반응이 좋다’고 해 걸을 때 계속 의식했다. 사제복은 한 벌이었는데, 옷을 많이 안 갈아입어서 편했다. 한 벌을 오래 입다 보면 내 옷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김남길도 ‘버닝썬’ 패러디 앞에 웃을 수 만은 없었다. 아직 종결되지 않은 사건을 다루면 ‘시청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컸다. “아주 대놓고 (‘버닝썬’이 떠오르게끔) 라이징문이라고 했더라. 처음에 극본을 보고 한참 웃었다”면서도 “작가님이 버닝썬 사건 전에도 비슷한 에피소드를 고민했더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부조리를 녹였는데 현재 상황과 잘 맞았다. 시청자들이 속 시원해해서 다행”이라며 미소 지었다.
“‘작품의 방향성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고민한 시점이었다. 작가님은 정면 돌파를 원했다. 그 대신 ‘욕은 네가 다 먹어라’고 했다”면서 “자칫 잘못하면 사회고발 드라마처럼 보일까봐 걱정했는데, 작가님이 라이징문으로 꼭 하고 싶다고 하더라. 무서운 게 뉴스를 계속 보다 보니 촬영하다가 나도 모르게 라이징문이 아니라 버닝썬이라고 몇 번 얘기한 적이 있다”며 웃었다.
틀에 박힌 말이 아니라며 “모난 사람들이 없었다. 다들 작품에 열정적이지만 욕망스럽지 않았고, 연기에 대한 고집은 있는데 아집처럼 보이지 않았다. 두 번 다시 이런 배우들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열혈사제’ 시즌2를 바라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애초 시즌제로 기획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출연한 배우 한 명이라도 빠지면 시즌2는 안 할 것”이라며 “사실 독이 든 성배 같다. 시즌2는 시즌1 만큼 반응이 안 나올 수도 있다.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줘서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1일 열리는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 후보에도 올랐다. 아직 이르지만, SBS 연기대상도 기대하지 않을까 싶다.
“상 욕심은 이만큼도 없다. 상은 ‘연기 잘했다’고 인정 받는 느낌이 있다. 한 해에 영화 세 편이 개봉한 적 있는데, 하나도 노미네이트되지 않았다. ‘해적’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느순간 박수칠 기회도 주지 않는 게 화나더라. ‘시상식 쪽을 보고 소변도 안 눈다’고 할 정도였다. (웃음) 하늬도 영화 ‘극한직업’으로 노미네이트 됐더라. 같이 가서 즐기다 오자고 했다. 받으면 어떻고 안 받으면 어떻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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