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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주52시간제 위한 변명과 근로시간 규제 완화의 조건

등록 2019.10.11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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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로 인한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보완 압법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주문하였다. 2020년 1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제가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50인 이상 299인 미만의 기업에 적용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우려를 의식한 것이다.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기 위한 법개정이 국회에서 한 차례 실패한 터라 당정에 더욱 강력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입법이 안될 경우에 대비하여 입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모색해 주길 당부했다.

이에 대해서 물론 민주노총을 비롯한 일부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를 둘러싼 이와 같은 논란을 보고 있자니 2018년 2월 28일에 국회에서 이루어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상당히 졸속적으로 이루어진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주 52시간 근로시간제가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고 보니 충분한 논의와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소위 좌파 정부에 의해서 밀어붙여졌다는 이미지마다 덧씌워져 있다.

하지만 2018년 2월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담긴 내용은 2015년 9월 15일에 있었던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 이른바 사회적 대타협에 담겨 있던 것들이다. 즉 이는 대통령 직속의 경제사회노사정위원회의 합의 사항이다.

당시 합의문에는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제도 정비는 통상임금제도의 명확화, 정년연장 연착륙 등을 위한 임금제도 개선과 함께 3대 현안으로 제시되어 있었다. 당시 합의를 보면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의 도입에 따른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기업 규모를 고려한 단계적 시행과 특별연장근로의 허용에 대해서 합의하였다. 2018년 2월에 국회에서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이 두 가지 방안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의 도입은 졸속이었고 좌파 정부의 일방적 강행이라는 비난은 온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에 따른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 연장은 2015년의 노사정 합의에는 없던 것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 연장은 올해 2월 29일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논쟁 상황은 2015년의 사회적 대타협의 시점부터 정부, 국회, 사용자에 의하여 배태된 것이라고 해야 옳다. 2018년 2월 28일에 근로시간 단축을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의 상황을 돌아보자.

휴일에 근로한 시간을 1주의 연장근로 상한 시간인 12시간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관한 사건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면서 시작된 입법적 해결 논의의 역사는 5년을 넘는다.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 다수의 법안이 발의되었고 현재의 법률은 여야 합의의 소산이다. 2015년 사회적 합의는 제대로 입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리고 2019년 합의에 관련된 입법화는 무산되었다.

이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적어도 한국노총으로 대변되는 노동계는 상당히 자유롭다고 해야 공정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여기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 연장을 넘어서는 규제 완화를 노동계가 수용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계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한 사회적 대화를 유명무실하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의 경영 환경이 2015년도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나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2015년과 2019년의 사회적 합의를 공공연히 깨려는 정당한 구실이 될 수는 없다. 새로운 합의에 통한 대체 없이 사회적 합의를 어긴다면 이는 사회적 합의기구에 들어오지 않으려는 노동운동의 일부 진영이 취하고 있는 아웃사이더 전략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주52시간 근로시간제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은 2015년과 2019년의 노사정 합의에서 제시한 탄력적 근로시간의 단위기간 연장을 위한 법개정과 특별연장근로의 유연한 운용에서 먼저 구해야 할 것이다. 합의된 것을 먼저 시행해보고 그래도 어려우면 다시 대화하고 합의하여 해결책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의 단위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나 특별연장근로제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 없이 새로운 규제 완화의 도입을 강변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1주 68시간이라는 초장시간근로가 근로자 본인의 동의만 있다면 별다른 제도적 제약도 없이 허용되는 상황은 매우 비상정인 노동관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2018년 2월의 법개정은 이러한 의미에서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그리고 이는 2004년에 시작된 1주 40시간 근로의 관행을 정착시키는 출발점이다.

정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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