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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미래 연구 발전을 위한 제언

등록 2019.11.05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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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연구지원실장

【서울=뉴시스】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연구지원실장

【서울=뉴시스】김경원 기자 = 국회미래연구원이 출범한 지 17개월이 되었다. 입법부에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러한 고민을 상설적으로 하기 위한 연구기관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장기 미래예측이라는 쉽지 않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작년 13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 2050년 미래예측을 총괄하였다. 새롭게 시도되는 여러 과정 속에서 얻은 성찰을 바탕으로 향후 미래 연구, 특히 장기 예측 연구의 발전을 위한 주관적 소회와 교훈(lessons learned)을 나누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장기 미래예측의 방법론, 연구 체계, 확산과 실효성을 측면으로 살펴보자.

우선 방법과 관련하여 근거 또는 증거 기반의 예측이 필요하다. 최근 많은 연구가 일어나고 있는 예견적 국정관리(anticipatory governance) 등에서 데이터 기반의 예측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후, 환경, 인구, 에너지 등과 같이 비교적 모델링이 잘 되어 있는 분야는 장기 예측에 정량적 근거를 제시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그러나 정치, 행정, 사회, 북한, 외교 등의 분야는 계량화된 예측 결과 도출이 쉽지 않다. 따라서 근거 또는 증거는 정량적 수치와 더불어 예측 과정의 합리성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즉, 장기 예측은 정확성 관점보다는 다양성 발굴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며 다양성을 도출하는 과정이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판단할 때에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예측 결과에 있어 한국적 함의 발견이 중요하다. 지난 9월 국회미래연구원 창립 1주년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된 바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등 글로벌 미래 연구기관이 각국에서 수행한 미래 연구 사례를 공유하고 논의하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국가는 다르지만 예측 분야와 동인이 거의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즉, 기후변화, 과학기술, 경제 등 잘 알려진 분야와 동인을 중심으로 예측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예측 결과가 국가별로 다른 게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우리 미래가 국가 간에도 복잡하게 얽혀있고 특히 외생적 변수들이 글로벌화 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 해주는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연구의 결과가 국가별 환경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정책과 연계되기 위해서는 국내적(domestic) 함의 제시에 더욱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미래 연구 체계에 있어 합리적 시각과 전문성을 겸비한 연구 생태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와 산하 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그간 분야별 예측 연구를 자체적으로 수행한 사례는 많았으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장기 예측 연구를 함께 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특히 개별 분야뿐 아니라 분야와 분야를 결합하여 종합적인 시각으로 미래를 풀어낼 수 있는 연구진은 찾기 어렵다. 연구진의 수준이 연구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명제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미래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 전문성을 가진 미래 연구 생태계가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 미래 연구의 의의는 의사결정권을 가진 계층 또는 사람에게 미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신호(signal)를 주는 것이라는 점을 많은 전문가들이 언급하기도 하였다.

즉 미래 연구가 단순히 다양한 미래 모습 발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정책으로 실행되어 원하는 모습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현재를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회는 입법을 통해 정부는 정책을 통해 이를 반영해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이러한 미래 연구의 결과가 정책 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채널이 명확하게 구축되어 있지 않다. 많은 미래 연구 보고서들이 언제 발간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사장(死藏)되고 있다는 것은 한번 되돌아볼 일이다.

앞서 언급한 미래 연구 체계의 논의와 연결하여 확산과 실효성에 대해 살펴보자. 정책은 결국 사회 구성원의 수용성이 없이는 실효를 얻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탄소 제로 사회로의 과감한 전환, 과학기술의 발전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시스템 구축 등 많은 미래 정책들이 사회적 수용성을 필요로 한다. 즉 수용성은 그러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되었던 예측 연구로부터 확보될 수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계층과 사람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이 최종적 미래 연구결과의 고객이 되어야 한다. 미래 문해력(literacy)은 미래 연구의 결과가 쉬운 언어로 전환되어 보다 많은 구성원에게 전파될 때 제고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결국 미래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 연구 과정에서 시민참여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올해 국회미래연구원은 살고 싶은 미래를 유형화하고 이를 국민 공론조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에 있다. 그간 정부에서 추진된 미래 연구에서 공청회, 시민참여 자문단 등 시민참여 방안을 시도한 사례가 있었으나 살고 싶은 미래 모습을 직접 물어보고 이를 정책과 연계하는 시도는 없었다.

앞으로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알고 싶어 하는 미래가 무엇인지, 바라는 미래 지향점은 어디인지, 미래를 위한 정책 대안 중 무엇을 선택하려 하는지 등 시민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을 더욱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국제학술대회와 더불어 '대한민국 희망과 새로운 미래'라는 주제로 미래전략 컨퍼런스가 개최된 바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출범함에 따라 입법부와 행정부의 미래 연구기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진귀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또한 시계(時界)를 2050까지 확장한 많은 연구들이 정부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래 형성 요인이 더욱 복잡해지는 추세 속에서 이러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시도와 도전에만 그치지 않고 미래 연구가 더욱 많은 공감을 바탕으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방법, 체계, 확산 측면 이외에도 질적 제고를 위한 방안들이 반드시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연구지원실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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