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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미래인재 양성하려면 실패에 대한 관점전환 필요

등록 2019.12.06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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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성문주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성문주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최근 한 다국적 기업에서 성공한 리더로 손꼽히는 인물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그가 젊은이들에게 미래를 두려워한다면 빠른 실패를 경험하라고 조언하였는데 이점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가능하다면 실패를 피하고 싶은 필자의 바람과는 달리 이처럼 실패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례들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세계 유수 기업들은 실패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요직에 채용하고 그동안 실패한 사업이 있었기에 이를 발판삼아 다른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자녀의 실패를 막기 위해 수많은 입시 정보를 수집하여 잘 준비된 길을 닦아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믿고 실패 없이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꿈꾸는 일반적인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실패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우리는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실패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까.       

실패란 의도한 목표와 다른 결과가 도출된 상태를 의미하며 현재의 지식, 인지구조,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삶에서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필연적이며 급속한 변화와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미래사회에는 기존의 지식과 관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들로 인해 실패를 경험하는 일이 더 잦아질 것이다.

이러한 실패를 단단한 마음으로 극복하고 포기하지 않으며 오랜 기간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능력인 회복탄력성은 미래인재가 갖추어야 할 필수역량이며 혁신사회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나은 개인과 사회로 성장하기 위해 실패가 가져다주는 유익에 주목해야 한다.

학습과 인간발달에 관한 이론들은 실패를 통한 학습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려준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교수이자 발달심리학자인 로버트 키건(Robert Kegan)은 기존의 관점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찰능력이 길러지고 인간의 자아와 의식이 발달하여 자기주도적인 문제해결능력이 향상된다고 하였다.

흔히 교과서 혹은 책을 통한 지식습득만을 학습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학습의 일부분이며 수동적인 방식의 학습이다. 반면 실제 문제에 직면하여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은 적극적인 학습과정이며 이를 통해 체화된 지식과 역량은 유사한 상황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해 적용될 수 있다. 더불어 실패를 극복하는 경험은 회복탄력성을 증진하여 끊임없이 도전하고 기대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실패로부터의 학습은 창의성을 향상시킨다. 창의성에 관한 연구들은 창의성이 성공경험에 의해 개발되기보다는 오히려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함으로써 개발됨을 보여준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대안을 찾는 능력은 미래 사회 곳곳에 펼쳐져 있는 사악한 문제(wicked problem)를 해결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축적의 길'의 저자인 서울대 이정동 교수가 역설하는 바와 같이 실패를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지식과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은 현재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 내 혁신 창출을 추동하여 지속성장으로 이끄는 동력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를 통한 학습을 촉진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어떤 교육적인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경험을 촉진하고 일상에서의 경험 또한 학습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우리의 교육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교사의 주도로 지식을 전달하는 고도로 구조화된 학습을 위주로 하고 있다. 이러한 학습은 효율성은 높지만 효과성 측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은 실제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실패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가 아닌 다른 삶의 공간에서 경험한 문제와 실패도 학습의 소재로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학교와 교사는 심리적인 안전감을 부여하는 학습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엉뚱한 질문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혹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밝히더라도 이것은 학습 과정으로 인식될 뿐 자신의 능력이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말한다.

즉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상황에서는 자신의 실패에 대해 타인의 반응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실패가 학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많은 경우가 수치심, 자책감,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실패에 수반되는 부정적인 감정 때문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를 수용해줄 수 있는 학습문화가 필요하다.

셋째, 국가는 입시제도와 교육평가 방식의 변화를 통해 실패가 학습의 중요한 소재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교육에서 평가와 입시제도는 변화를 위한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답을 잘 맞추는 인재를 선별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평가와 입시제도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우리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실행하는 것보다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격이 된다.

문제풀이 연습과 정답찾기는 사회의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고 실패를 연습하고 극복하는 경험을 다룰 수 없다. 개인이 어떤 경험을 축적해왔고 실패를 통해 무엇을 학습하고 이를 성장으로 연결해왔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는 바탕이 될 것이다.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이제는 실패에 대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실패가 학습의 소재이자 과정으로서 인식되고 실패가 주는 유익에 주목할 때 우리의 교육이 개인과 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교육뿐만 아니라 조직과 사회 전반에 실패를 통한 학습, 끊임없는 도전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국가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통해 개인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실패를 학습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성문주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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