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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암호화폐는 미래의 화폐가 될 수 있을까

등록 2019.12.13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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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화폐는 경제 내에서 교환의 매개, 회계의 단위, 가치의 저장수단이라는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자산으로 정의된다. 바꾸어 말해서 경제 내의 어떤 자산이 화폐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해당 자산이 위의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통화가 화폐로 인정받는다. 현대적인 중앙은행 제도가 확립된 이래로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중앙은행권이 화폐로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2000년대 후반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는 한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통화를 대체할 미래의 화폐로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들 암호화폐는 그 가치의 변동성이 매우 크게 나타났고 이에 따라 회계의 단위 및 가치의 저장수단이라는 화폐의 기능을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2017년 후반부터 2018년 초까지 나타난 비트코인 및 기타 암호화폐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은 이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이 시기의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의 가치의 변동성은 전형적인 투기 자산의 가치의 변동성을 연상시킨다.

이는 이들 암호화폐가 '화폐'라는 측면에서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라고도 볼 수 있다. 한 해외 연구에서는 비트코인이 미 달러화와 금의 사이에 있는 자산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암호화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안전성 문제, 보안 문제, 악용 가능성 등이 그 예이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보안의 관점에서 매우 큰 혁신을 가져왔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의 거래는 현재 추적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강력한 익명성이 보장된다.

반면 비트코인과 기존의 금융 시스템을 연결하는 거래소는 비트코인의 등장 이후 여러 차례 해킹을 당하면서 보안에서의 취약점을 노출하였고 이용자들이 때로는 막대한 금전적인 피해를 보았다. 또한 비트코인 거래의 강력한 익명성은 비트코인이 범죄에 이용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는데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하는 마약의 거래나 랜섬웨어 등의 사이버 범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앞서 열거한 근본적인 한계와 여러 문제점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암호화폐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통화를 쉽게 대체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경제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가지는 중요성 때문이다. 중앙은행권이 경제 내에서 가지는 화폐로서의 독점적인 지위는 중앙은행의 강력한 통화정책으로 이어진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조절함으로써 경기변동에 대응하는데 경기가 지나치게 과열될 조짐을 보이면 기준금리를 올림으로써 이에 대응하고 경제가 불황에 빠질 조짐을 보이면 기준금리를 내림으로써 이를 방지한다. 이와 같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정부의 재정정책과 함께 한 국가의 거시경제정책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이러한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한 금융 당국과 중앙은행은 제도적인 측면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통화가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다. 또한 통화정책의 중요성 외에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 측면에서도 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해 신중한 자세와 규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6월 페이스북이 발표한 암호화폐 리브라(Libra) 프로젝트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이다. 리브라는 비트코인을 위시한 기존의 암호화폐와는 다른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계열의 암호화폐인데 미 달러화 등 세계 주요 통화와 연동됨으로써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고안되었다. 즉, 앞서 언급한 화폐로서의 근본적인 한계는 어느 정도 극복한 암호화폐이다.

이와 더불어 페이스북이 전 세계적으로 거느린 20억명을 훌쩍 뛰어넘는 광범위한 사용자들이 이 새로운 화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리브라가 단기간에 전 세계적인 주요 통화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리브라 프로젝트가 잠재적으로 세계 경제 및 금융 시스템에 가져다줄 불확실성과 위험 때문에 전 세계의 주요 정부 및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고 2020년으로 예정되었던 리브라의 발행은 이와 관련된 위험과 안전성 등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었다.

물론 이러한 논의가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미래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례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여러 중앙은행에서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의 발행과 관련된 사항을 연구한 바 있으며 한국은행 역시 작년과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와 관련된 이슈를 논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국은행을 포함한 여러 중앙은행에서 디지털화폐 발행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디지털화폐의 발행 및 이에 따른 파급효과에 관한 연구와 논의는 활발하게 지속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의 출현은 대체로 혁신을 일으키는 순기능이 있지만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 규제 체계에 허점이 생기거나 경제에 불필요한 위험이 발생하기도 하며 때로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맹신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2019년 10월에 발행된 G7 워킹그룹(G7 Working Group)의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당국이 기술 중립적(technology-neutral)이면서 기능에 기반하여(functions-based)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발생했던 비트코인 및 기타 암호화폐의 가격 폭등 및 폭락은 일정 부분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맹신과 투기 심리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따라서 현재 유통되는 암호화폐들이 일종의 금융 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에 대한 섣부른 예측보다는 이들의 특성과 기능을 찬찬히 살펴보고 이들이 제도권에서 어떻게 기존의 금융 시스템과 융화되고 발전할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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