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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10년 동안 1개 업체와 거래...망하는 지름길이었다

등록 2020.0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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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엘씨 정석훈 대표, 만도기계 부품 대행 사업 벌이다 '실패'

만도기계 대상 거래만 10년간 진행..."거래선 늘렸어야 했다"

포트폴리오 다양화 시도했으나 자금유동성 문제 등 겪어

[서울=뉴시스]정석(중앙)훈 피엘씨 대표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피엘씨 제공)

[서울=뉴시스]정석(중앙)훈 피엘씨 대표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피엘씨 제공)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10년 동안 1개 업체와 거래를 한게 실수였다."

정석훈(59) 대표는 2003년 6월 무역회사를 차렸다. 전 직장에서 구매업무를 맡았고, 관련 업무에 대한 지식과 인맥 등이 충분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구매와 영업은 달랐다. 구매는 갑, 영업은 을이었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정 대표는 "내가 구매를 했을 때는 상대방을 잘 대해 줬고, 영업도 잘 하겠다 싶었는데 오더를 안 주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디.

2007년 만도기계의 부품 구매를 시작했다. 중국과 인도 공장에서 필요한 부품을 구매해 만도에 넘기는 대행사업이었다. 사업은 꽤 잘됐다. 초반 한달에 20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억원까지 치솟았고 최대 연 67억원까지 매출이 늘었다. 정 대표와 직원 2명, 총 3명이 만든 성과였다.

정 대표는 이 때에 대해 "망하는 지름길이었다"고 돌아봤다. 만도기계만 거래를 하다보니 리스크 관리가 안돼도 너무 안됐다. 거래선을 늘리려고해도, 만도측에서 달가워하지 않았다. 특히 만도기계가 수수료를 5%에서 3%로 줄이고, 익월결제를 하던 시스템을 5~6개월로 미루기 시작하면서 이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길바닥에 깔아놓은(받아야 할) 돈만 25억원이 넘었다. 현금이 돌지 않았다.

정 대표는 "지금이라면 그렇게 운영 안 했을 것"이라며 "그때 수수료를 5%에서 3%로 줄이려고할 때 NO 라고 했어야 했고, 그 전부터 거래선을 늘려 놨어야 했다"고 돌아봤다. 정 대표는 "이게 사실 모두 책에 있는 이야기인데, 그게 경영하면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며 "산수로만 그냥 눈에 안보이는 비용만 따져서 마케팅과 거래처 관계가 좋으면 잘 될거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2013년 포트폴리오를 나누려는 시도를 했다. 샴푸제조업이었다. 물을 쓰지 않고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샴푸였다. 병원 등에서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이 상품을 개발하는데 또 1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그러다 2017년 중국의 사드 관련 경제보복이 터지고 중국시장에서 주문이 확 줄었다. 은행이자가 한달에 1500만원에 달했다. 한달에 수입이 1000만원이 안 됐다.

[실패를 듣다]10년 동안 1개 업체와 거래...망하는 지름길이었다

정 대표는 "10년 동안 거래처가 한개였던 것은 정말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자금관리를 잘못했다"며 "동대문 상인들은 그런 이야기를 한다. '내 주머니에 현찰만 있으면 그날은 돈을 번 것이다'라고, 그런데 그 때 내 주머니엔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정 대표 회사는 2017년 파산했고, 2년 동안 파산에 따른 법적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현재 정 대표는 피엘씨라는 회사를 차려 애견 용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물박스에 애견을 위한 용품과 함께 주인을 위한 선물을 함께 넣는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애견을 위한 한방영양제도 만들고 있다. 이제 단순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자 가족인 강아지, 고양이들을 위한 일종의 한방보약 아이템이다. 정 대표는 이 상품들로 한국 시장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까지 공략할 구상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금 창업을 준비하는 초보 창업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거래처를 최소 3개는 만들어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패를 듣다'=성공에 이르기까지 힘들었던 수많은 실패의 고백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값진 실패, 유의미한 실패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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