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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남·울릉 '과메기공천' 21대 총선도 통했다...'공천 불패 신화'

등록 2020.04.16 10: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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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민들 '인물' 아닌 '정당' 묻지마 선택

사진은 경북 포항의 겨울철 대표 특산물인 과메기.

사진은 경북 포항의 겨울철 대표 특산물인 과메기.

[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경북 포항남·울릉 선거구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과메기공천'을 선택했다.

이 지역은 지난 16대 총선부터 이번 21대 총선까지 24년 동안 미래통합당(전신 새누리당, 한나라당) 후보는 '과메기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등식을 재확인했다.

미래통합당 김병욱 후보는 지난 2월 초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래 2개월만에 쟁쟁한 후보들을 공천경쟁에서 물리치고 공천을 따낸 뒤 이번 총선에서 7만4794표(55.83%)를 얻어 4만5968(34.31%)표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 허대만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 선거구에는 민중당 박승억(50), 국가혁명배당금당 박덕춘(68), 무소속 박승호(62) 후보도 출마했다.

김 후보는 공천 경쟁 당시에도 당내 예비후보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로 평가됐지만 결과는 그 동안 지지율이 높았던 두 예비후보가 배제된 상황에서 공천경쟁 대상자로 선정됐고 공천경선에서도 상대 후보를 누르고 공천자로 확정됐다.

42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주변의 걱정과 우려를 한 몸에 받았지만 미래통합당 TK공천 불패의 신화를 등에 업고 낙승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선거가 본격화되자 잇단 막말 '자충수'로 미래통합당 텃밭에서 당선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후보는 경선 승리직후 조직을 인수인계하는 자리에서 "평생 박명재 의원의 보좌관으로 살겠다","평생 박 의원을 아버지로 모시겠다", "당선되면 제1 목표로 박 의원을 국무총리로 만들겠다"고 발언해 적절치 않은 언사란 지적을 받았다.

김 후보는 지난 4일 주민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13년 국회의원 보좌관! 일할 줄 아는 젊은 일꾼!'이라며 자신을 소개해 경력을 부풀리기 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이에 한 포항시민은 인턴 비서와 비서관, 보좌관 등 국회에서 근무한 이력을 모두 더한 기간이 13년2개월이고, 보좌관 경력만 보면 5년에 못 미친다며 '김 후보가 경력을 부풀리기했다'고 선관위에 고발했다.

더욱이 김 후보는 지난 8일 포항 남구 오천읍 주민이 가입한 소셜미디어에 한 주민이 보좌관 경력 부풀리기 관련 글을 올리자  "포항은 썩은 땅"이라며 "썩은 땅에 새싹 하나 틔우기 참 힘들다", "포항정치 수준은 수도권과 비교해 20년 전 수준"이라고 말해 막말 논란에 휩쓸리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김 후보는 또 다시 "(본인이) 당선된다 치고 저를 비방한 분들은 형산로타리에서 석고대죄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려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제21대 총선 포항남·울릉 선거구에서 승리한 김병욱(42) 당선인은 "세대교체 젊은 보수로서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고, 새로운 정책의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화합과 통합, 발전의 리더십을 구축해 포항과 울릉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 희망의 시대를 힘차게 열어 나가겠다"고 16일 밝혔다.사진은 환호하는 김병욱 당선인.(사진=김병욱 당선인 제공) 2020.04.16. photo@newsis.com

[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제21대 총선 포항남·울릉 선거구에서 승리한 김병욱(42) 당선인은 "세대교체 젊은 보수로서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고, 새로운 정책의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화합과 통합, 발전의 리더십을 구축해 포항과 울릉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 희망의 시대를 힘차게 열어 나가겠다"고 16일 밝혔다.사진은 환호하는 김병욱 당선인.(사진=김병욱 당선인 제공) 2020.04.16. [email protected]

이에 포항지역내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선거운동기간 중 김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후보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통합당 내부에서 조차 젊은 김 후보(42)가 공천 받은 뒤 본인 말 실수로 스스로 통합당 텃밭 표를 갉아 먹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병욱 후보는 당시 "세심하지 못했던 단어선택으로 인해 오해를 불러일으켜 포항시민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썩은 땅'은 포항과 울릉이 결코 아니며 마타도어와 비방만 일삼는 지금의 낡은 정치를 썩었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이 같은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 지역정서를 근간으로 하는 미래통합당 TK 공천불패의 신화를 등에 업은 유권자들의 '묻지마식 투표'로 당선됐다.

이에 포항남·울릉선거구는 인물보다 정당, '과메기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등식을 재확인했다.

일부 지역민들은 '인물'보다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지역여론에 불만을 표시한 반면 상대편 측에선 정권 심판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자조하고 있다.

대이동 주민 A(54)씨는 "부끄러울 뿐이다.정책이나 인물보다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지역민심을 이웃이지만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며 "다른 곳으로 이사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정서로 역량있는 지역인재가 외면돼 너무나 안타깝다"며 "이는 지역발전의 퇴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주민 B(62)씨는 "이번 선거는 정책이나 인물보다 정권을 심판한다는 차원에서 진행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다소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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