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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미래 준비 위한 범국가적 논의 필요"

등록 2020.04.28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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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홍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김홍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 김경원 기자 = 1994년 로리 개럿(Laurie Garrett)은 '다가오는 전염병(The Coming Plague: Newly Emerging Diseases in a World Out of Balance)'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로리 개럿은 이 책에서 바이러스와 인간의 관계를 생태학적 시각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바이러스는 항상 우리의 주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에 이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문명이 발달하면 기존의 질병은 퇴치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신종바이러스가 끊임없이 생겨나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가 합리적으로 지구촌에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함을 강조하였다.

특히 생물학적 요인 외에도 다양한 사회현상, 환경의 변화, 공중보건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등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하였다. 이후 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별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는 이러한 다양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찰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는 세계는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AI)를 시작으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인플루엔자A, 에볼라바이러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COVID-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감염병이 쏟아지고 있으나 미흡한 대응으로 말미암아 그녀의 경고에 대비하지 못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코로나19는 지난 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에서 최초의 확진 사례를 보이며 현재까지 그 어느 감염병보다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0여만 명의 확진자와 20만 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내고 있으며 감염병으로 인한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총체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은 1900년대 초반 유럽을 휩쓴 스페인 독감 이후 처음일 것이다.

특정 국가에서 벗어나 동시다발적으로 다수의 감염원들이 발생하고 지속적으로 전염시킴으로써 개별국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의 공통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본질적으로 감염병의 발생은 급속히 퍼져 인류의 건강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인류는 기술발전을 바탕으로 이러한 확산을 통제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건강의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미치는 강력한 파급력으로 인해 개인의 삶은 물론 국가의 통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빠른 감염속도와 전세계가 연쇄적으로 감염의 사이클에 들어가는 이러한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예측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감염병은 발생하고 있었으며 이에 대응하고 또 다른 감염병 발생에 대처하는 일상적 대응방식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이번처럼 급격한 전파속도와 대규모의 집단 감염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속수무책 당하게 된 것이다.

세계적 문제에서 벗어나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정부는 감염병의 대규모 확산이 진행되는 현재를 대비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가? 정부는 앞으로 10년, 20년 후 무엇이 어떻게 발생할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제는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첫 번째 요소는 과거로부터의 경험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5년 메르스(MERS)를 거치면서 21세기 첨단과학의 시대에 과학기술로 해결하지 못하는 큰 공포를 경험하였다. 바이러스성 감염병 유행이 세계 이곳저곳에서 발생해 왔고 그때마다 우리나라 정부도 나름대로 대응을 해왔지만 일반 국민은 물론 의료 현장의 일선인 의료계에서 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못하여 극심한 고통을 받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실패를 최소화하는 새로운 전략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현재를 판단하는 냉철함이다. 이번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와 국민은 감염병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함께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이러한 현실 인식이 정확하지 않았다면 급변하는 감염병의 양상을 진단하고 변화를 예측하여 새로운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는 좋은 교훈을 주지만 현재는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하는 순간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모두에서 언급한 로리 개럿의 저서에서 보듯이 미래에 나타날 다양한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이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2019년에 국회미래연구원은 2050년 미래를 대비 정책과제 발굴을 위한 미래연구를 실시하였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인간의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면서 '전염병·신종바이러스·병충해'의 동인을 도출하고 이에 대한 세부시나리오를 작성한 바 있다.

현재 삶 유지, 삶의 피폐화, 삶의 윤택함 및 새로운 삶의 영위 등 다양한 미래시나리오에 따라 동인의 변화를 제시하였다. 특히 삶의 피폐화를 강조하는 붕괴시나리오에서는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파괴로 전혀 예상치 못한 신종바이러스들과 전염병이 연례행사처럼 나타나고 변종이 등장하면서 이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현재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감염병에 대한 우려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와 반대로 성장시나리오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환경오염 감시가 강화되고 개선책이 마련되면서 자연환경 상태는 현재보다 호전될 전망이므로 이와 연동되어 전염병이나 신종바이러스는 자연히 감소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회피전략과 대응전략을 마련하였으며 감염병이 기후와 환경 및 생태계와 연관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들은 종합적 사고에서 완성되어야 함을 확인하였다.

새로운 질병의 출현에 대한 위협은 계속될 것이며 따라서 질병 확산과 미래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조기 경고를 위해 향후 10~20년을 대비하는 장기적 관점의 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 위협 관리에 있어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어떠한 기술적 접근을 확보해야하는지 등 미래의 질병 위험을 검토하고 이에 대비하는 전략을 마련하여야 한다.

각 개별 영역에서의 대응전략과 회피전략 마련은 물론 기술, 사회, 경제, 정치를 아우르는 미래 시스템의 효과적인 배치 등을 통해 미래에 대두되는 주요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예측과 공유는 정책 입안자, 질병 관리 전문가 및 연구자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있어서 확률을 높이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미래는 모두가 원하는 선호시나리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는 서로 다른 기술을 사용하고 다양한 질병 위협을 목표로 하며 질병 관리를 위한 광범위한 전략 내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미래에 대한 대비를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다른 새로운 감염병의 엄습에는 10~20년의 미래를 예측하고 가능한 미래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준비되어진 정부와 국민이라면 이미 갖추어진 시스템 구동으로 훨씬 빠르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4년 출범했다가 사라진 미래준비위원회와 같이 미래의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칠 이슈를 발굴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미래준비 기구를 설립하고 미래에 대한 기술 발전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화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홍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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