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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무엇이 문제] 끝없는 사고…420조 신뢰 추락

등록 2020.06.25 06:00:00수정 2020.07.06 09: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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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이어 옵티머스펀드 680억 환매중단

금융위, 사모펀드 시장 대대적 전수조사

펀드 이해당사자 '셀프 검증' 한계

도덕해이·관리 감시 부재도 드러나

[서울=뉴시스]옵티머스자산운용 로고.2020.06.22.(사진 = 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옵티머스자산운용 로고.2020.06.22.(사진 = 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옵티머스자산운용 대규모 펀드환매 중단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을 뒤흔든 라임자산운용 사태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옵티머스자산운용사에서 잇달아 사고가 터지면서 사모펀드 시장은 물론 자본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사모펀드에 대한 검증 시스템의 부재이다. 사모는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어떻게 운용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나마 은행 등 판매사가 적발하지 않는 한 사전적으로 비리를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판매사가 금융당국이 아닌 이상 사모펀드 운용상의 문제를 일일이 밝혀내기란 정보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힘들다. 여기에다 판매사 쪽의 '불완전 판매'까지 겹쳐질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회계법인과 같은 제 3자의 펀드 실사를 분기별로 의무화하거나, 금융당국의 사후 검사를 강화해 최소한의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펀드 환매중단사태를 맞은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해 판매 증권사들은 지난 23일 옵티머스자산운용 임직원들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투자자들은 법적대응을 준비하는 등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부업체 사채 투자 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

이번 사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지난 17일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채권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25·26호'에 대해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처음 불거졌다. 환매 연기 금액은 NH투자증권이 217억원, 한국투자증권이 168억원으로 총 385억원 규모다.

운용사는 투자자와 판매사를 속이고 당초 편입하기로 한 공공기관 매출채권 외에 부실채권을 담았다. 당초 공공기관 매출 채권이라는 '안전 자산'에 투자하는 데다 연 3% 안팎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업체, 부실 부동산 기업, 코스닥 한계기업에 등 비상장사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은 더 커졌다.

옵티머스운용의 전체 펀드 설정액은 약 5500억원 규모로, 연쇄적으로 펀드 환매가 중단될 경우 최대 55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옵티머스운용은 환매가 중단된 25호와 26호 펀드에 이어 23일 15호와 16호 펀드의 만기 연장 공문 요청을 판매사에 추가로 보냈다. 중단된 두 펀드의 규모는 297억원이다. 앞서 환매가 중단됐던 25호와 26호 펀드의 판매 규모까지 합치면 현재까지 총 680억원 규모가 환매 중단됐다.

◇금융당국, 사모펀드 대대적 점검…판매사도 대응 나서

수천억대 환매 중단 위기가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해당 펀드 전반을 조사 중이며, 1만4000여개에 달하는 사모펀드 시장을 대대적으로 점검하겠다고 천명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20, 서울' 참석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번 옵티머스펀드 뿐만 아니라 차제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모펀드를) 다 점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한다"며 "금감원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사모시장은 원래 스스로 하는 영역인데 질서가 무너지면 자본시장의 신뢰가 떨어진다"며 "최소한 실사 정도는 해서 약속한 대로 운용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확인해야 한다"며 전수조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에 걸쳐 52개사 사모펀드에 대한 서면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집중이 기업 지원에 맞춰지면서 금감원 현장 조사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후 지난 4월에는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까지 내놨다. 그러나 라임자산운용부터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까지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판매사들도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환매 중단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 응대와 사내 프라이빗뱅커(PB) 보호, 향후 진행될 소송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23일 '옵티머스크리에이터펀드' 가입 고객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저희도 펀드 운용에 있어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당황스럽고 참담할 따름"이라며 "판매사로서 져야 할 책임은 회피하지 않고 기꺼이 감당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사모펀드 비약적 성장했지만 부작용 속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사모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사태와 라임사태로 이미 자금 유입이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추가적인 환매중단으로 사모업계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0, 서울'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0.06.23.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0, 서울'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0.06.23. [email protected]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현재 국내 사모펀드 수탁고(설정액)는 423조8536억원에 달한다.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초 334조8369억원 수준이었으나 한해동안 80조원 가까이 유입돼 400조원을 넘어섰다. 공모펀드 설정액이 5년째 270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점과 대비된다.

사모펀드 시장의 비약적 성장은 금융위원회가 2015년 사모펀드 자산운용 규제를 풀면서 시작됐다. 금융위는 5억원이던 한국형 헤지펀드 최소 가입금액을 1억원으로 낮추고 전문사모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사모펀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사모펀드 운용사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자산운용사는 300개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50개사 늘어난 상황이다. 이 중 사모운용사는 225개사로 지난해 1분기(176개사) 대비 27.84% 늘었다.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사고가 늘고, 다단계 등 불법이 시작되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지난해 독일 헤리티지 파생 DLF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한데 이어 라임자산운용 1조6000억원 환매 연기, 호주 부동산펀드 사기, 팝펀딩 사모펀드 사기 사건, 1100억원대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이번에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연기까지 사모시장에서 끊임없이 사고가 터지고 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로 사모운용사의 수가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자산운용사의 모저해럴드(도덕적해이)는 물론, 사모펀드의 발행 및 유통과 관련된 시장참여자들의 관리·감시 부재 등 총체적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연이어 발생한 환매 중단 사고로 신뢰를 잃은 사모펀드에 대한 근본적 제도개선과 재발방지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기성 펀드 운용 형태를 막기 위해 판매사나 수탁회사, 금융당국 등이 모두 역할을 잘 해야하는데 교차 점검 시스템이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구멍난 감시 시스템 속 금융감독원의 허술한 관리·감독도 도마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눈여겨봤지만, 해당 매출채권이 잘못됐을 가능성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에서 사모펀드 운용을 허용하더라도 공시나 내용을 금감원이 봐야하는데 감독을 잘 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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