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세월도 진실을 감출순 없다…'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서울=뉴시스]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 (사진=인디플러그 제공)
영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리려 한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매개체는 바로 비디오 테이프, 이른바 '광주비디오'다.
당시 광주는 통신이 끊기고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돼 철저히 고립된 상태였다. 하지만 진실을 온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광주의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알리고자 자료를 수집해 영상을 만들고, 비디오를 통해 국내외에 전파했다.
영화는 그들을 찾아가 당시 '광주비디오'의 제작·유통 과정 등 상황을 듣고, 역사가 주목하지 않았던 그 이름과 얼굴들을 조명한다.
세간에 알려진 '광주비디오'는 총 7편. 이중 영화에서는 미국에서 광주 소식을 접한 뉴욕 한인들이 제작한 '오 광주!', 영화 '택시운전사'로 알려진 독일 ARD 방송국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촬영한 '기로에 선 한국',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재편집한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3편이 주로 다뤄졌다.
[서울=뉴시스]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 (사진=인디플러그 제공)
"참상이 알려지면서 인생의 항로가 바뀐 사람들이 많아요." 80년대 중반 명동성당에서 이뤄진 상영회에서 '광주비디오'를 본 이들은 한참을 자리에서 뜨지 못하거나 울분을 참지 못했다고 했다. 그 참혹한 진실은 열망으로 이어져 민주화로 향한 걸음을 내딛게 했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기록이 없는 5월21일에 다다른다. 그날, 전남도청 앞에서 군과 시민들은 대치 중이었고 그 모습이 포착된 사진과 영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뒤의 사진이나 영상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날 낮 12시부터 이후 4시간, 확인할 기록이 없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은 피하라는 말을 듣고 촬영을 할 수 없었다고 했고, 발포 소리가 들리고 시민들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그러나 당시 쓰러진 사람을 옮기는 모습의 사진 한 장이 유일하게 확인한 기록이다.
[서울=뉴시스]영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스틸. (사진=인디플러그 제공)
기록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광주비디오'를 조명하고 기록의 공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40주년을 맞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영화는 그 맥이 현재의 촛불까지 이어짐을 시사하며 마무리를 맺는다. 다만 영화 말미에 담긴 서초동 촛불 집회 모습은 초점을 다소 흐리는 듯해 아쉬움이 남았다.
16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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