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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원영밴드 "11년만에 멤버들 만나 든든해요"

등록 2020.07.08 10: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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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3집 '홈(HOME)' 발매

"학전공연후 의기투합...밴드 작업이 좋은 건 자유"

'괜찮아 질 거야'·'가령' 등 희망 메시지

[서울=뉴시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원영, 임헌일, 한가람, 박은찬, 최금비, 홍성지, 박혜리. 2020.07.08. (사진 =정원영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원영, 임헌일, 한가람, 박은찬, 최금비, 홍성지, 박혜리. 2020.07.08. (사진 =정원영밴드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오랜 기간 혼자 작업을 하다가 밴드 작업을 해서 오히려 편했어요. 혼자 작업을 했을 경우 나오지 않았을 사운드가 만들어져서 좋았죠."

'뮤지션들의 뮤지션'으로 통하는 싱어송라이터 겸 건반 주자 정원영(60·호원대 실용음악과 교수)은 제자·후배 관계를 넘어 '음악 동료'로 성장한 '정원영밴드' 멤버들을 믿음직스러워했다.

음악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는 정원영밴드가 11년 만인 최근 정규 3집 '홈(HOME)'을 발매했다. 최근 성내동 호원아트홀에서 만난 정원영은 "오랜만에 만났는데, 앨범 작업을 하면서 멤버들을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미소지었다.

정원영은 김광민, 한상원 등과 함께 미국 버클리음대 출신 1세대 재즈 뮤지션이다. '석기시대' '사랑과 평화' '위대한 탄생' '긱스' 등에서 키보디스트로 활약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중음악 뮤지션으로 통한다.

그런 그에게 정원영밴드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팀이다. 이 밴드는 지난 2003년 정원영이 자신의 솔로 4집 '아 유 해피(Are you happy)'를 발매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정원영이 교수로 출강 중이던 서울예대·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제자들과 함께 결성했다.

홍성지·최금비(이보컬), 박은찬(드럼), 한가람(베이스), 임헌일(기타), 박혜리(키보드) 등 라인업이 탄탄했다. 2004년 정원영이 독일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고 완치된 이듬해 정원영밴드 1집이 나왔다.

이전까지 재즈의 자유로움을 닮아 머리카락 스타일이 자유분방했던 정원영은 수술 이후 머리를 빡빡 깎았다. 정원영밴드 앨범을 내는 과정에서, 박은찬과 한가람도 정원영의 마음에 동조하겠다며 본인들 역시 머리를 빡빡 깎고 나왔다. 이후에도 짧은머리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정원영은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고 돌아봤다.

정원영밴드는 2009년 2집을 내놓고 한동안 활동이 뜸했다. 지난해 가수 겸 공연 연출가 김민기가 이끄는 학전 릴레이 공연을 계기로 원년 멤버들이 다시 만나게 됐고, 이번 앨범을 준비해왔다.

작업 중인 솔로 정규 8집의 첫 번째 음반 '테이블 세터스'를 지난 2018년 내놓기도 한 정원영이 다음 앨범을 내놓는다면, 온전한 형태의 8집이 먼저 나올 거라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서울=뉴시스] 정원영밴드 정규 3집 '홈' 커버. 2020.06.23. (사진 = 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원영밴드 정규 3집 '홈' 커버. 2020.06.23. (사진 = 밴드 제공) [email protected]

정원영은 "사실 창작 활동을 쉴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밴드 멤버들과 학전 공연을 한 뒤 뒤풀이 때 의기투합을 하기로 했죠. 우리는 밴드니까 멤버들이 각자 곡을 썼으면 했는데, 멤버들이 제 곡 위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죠"라고 말했다.
 
이번 3집은 보컬파트가 더 세분화되고 기획 단계부터 멤버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날수 있도록 작·편곡이 이뤄졌다. 각자 많은 공연과 녹음활동으로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05년 1집 때보다 작업이 훨씬 수월했다. 특히 자신의 밴드와 솔로 활동을 해온 임헌일은 이번 앨범의 편곡과 프로듀스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정원영은 "밴드 작업에서 가장 좋은 건 자유를 주는 거예요. '스미스 같은 사운드'라고 큰 틀만 제시해줄 뿐 세밀한 연주는 멤버들에게 맡기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잘해냅니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앨범 타이틀 '홈(HOME)'은 안전·화목·넉넉의 상징이다. 정원영이 '하루를 살아내는 이들을 보며 쓰기 시작했던 글'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날들을 살고 있지만 늘 그곳은 언제든지 문을 열고 들어가 원하는 만큼 발을 뻗고 쉴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존재하는 곳"을 바라며 썼다.

첫 트랙 '괜찮아 질 거야'를 시작으로 '가령' '기타맨' '미처하지 못한 말' '18세기 연인들' '바람의 참견' '봄날 겨울바람' '순대국' 등 8개 트랙은 그런 마음에 부합하는 곡들이다.

특히 정원영과 절친한 싱어송라이터 이적과 김동률이 타이틀곡으로 지목한 '가령'은 이번 앨범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다. 산책을 하고 싶게 만드는 따뜻한 멜로디의 이 곡은 요리가 중심소재인데 '백선생(백종원) 요리는 쉬울까' 같은 노랫말이 눈길을 끈다.

[서울=뉴시스] 정원영. 2020.06.23. (사진 = 푸른곰팡이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원영. 2020.06.23. (사진 = 푸른곰팡이 제공) [email protected]

"존 레넌, 폴 매카트니가 영어로 부른다고 상상하면서, ''비틀스' 같은 곡을 써야지'라는 마음으로 만든 노래예요. 가사는 작년 가을에 케이콘에 참여했을 당시 여유가 있었던 어느날 로스앤젤레스(LA)를 걸어다니면서 썼죠."

브릿팝 풍의 '기타맨'은 임헌일을 위해 쓴 곡. 임헌일은 곡 전개가 다채로운 '18세기 연인들'의 노랫말을 정원영과 함께 쓰기도 했다. "'니 전두엽에게 물어봐' '니 위장에게 물어봐'라고 처음 노랫말을 썼는데 헌일이가 자신은 이 가사로 도저히 못 부른다고 해서 가사를 고쳤다"며 웃었다.

대학과 CJ문화재단 등의 활동을 통해 수많은 후배 뮤지션들과 교류 중인 정원영은 이처럼 후배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한다. '꼰대 문화'가 사회적으로 각성되기 전부터, 정원영은 일찌감치 수평적 문화를 형성해온 대표적 스승으로 꼽혀왔다.

정원영은 "자신을 그렇게 인도 해주신 선배들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19, 20세부터 음악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선배들이 저를 그렇게 수평적으로 대해주셨어요. 적게는 여섯살, 많게는 열살이 많은 대선배들이었는데 어울릴 때 편하게 동료처럼 대해주셨죠. (베이시스트) 송홍섭 선생님이 '네 음악을 최고라고 생각한다'면서 동등하게 대해 주셨던 건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제가 어른이라고 생각했고, 젊은 친구들을 만날 때도 그들을 어른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젊은 세대가 워낙 힘든 때다 보니 스승으로 살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들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 3년 전에 쓴 곡 '괜찮아질 거야'는 젊은 친구들에게 보내는 노래다.

"세상은 웃고 등을 떠밀고/ 알 수 없는 꿈과 사랑을 말하네 / 잠시 기대봐 부족하지만/ 두 눈을 감고 꽃의 나라로/ 겨울 지나면 봄이 오듯이 / 그때는 모두 괜찮아질 거야." 함부로 희망과 위로를 말하는 대신 넉넉히 기다려주는 인내의 미학. 정원영만이 아닌 정원영밴드 멤버들이 함께 주는 음악의 힘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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