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미래생각]주택 가격 상승과 자산 불평등

등록 2020.07.10 13: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최근 몇 년간 자산 불평등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와 같이 부모의 자산에 따라 계층을 구분하는 단어가 일상화되었고 아무리 열심히 일하더라도 부모로부터 많은 자산을 물려받은 사람과의 격차는 줄일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은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에 치중되어 있으며 상위 10%의 가구가 소유한 실물자산의 비중이 전체 실물자산의 40%를 웃돈다. 또한 기존의 연구들은 방법론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의 소유 여부가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주택의 소유 여부는 자산의 축적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기존 연구에 따르면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산을 더 빠르게 축적한다. 그런데 이러한 양상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극단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최근 3년 동안 급격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출범 초기에 6억원 수준이었던 서울 지역의 중위 아파트 가격은 20여 차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9억원을 넘어섰다.

이들 지역에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주거 안정과 함께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반면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 가구는 아무리 노력해도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고 주거 안정을 위협받는다. 한편, 다주택자는 1주택자의 경우와는 달리 주택을 처분함으로써 시세 차익을 실현하기에도 유리하다.

최근 6·17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는 갭투자를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크게 강화하였다. 2020년 5월 기준, 서울 지역의 갭투자 매매 비율은 50%를 웃돌고 있었다.

그런데 갭투자라는 단어에 내포된 투기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이들 중에는 실수요자인 무주택자와 1주택자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갭투자에는 지금이라도 무리해서 주택을 구매하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은 영영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크게 작용하였다.

최근 3년간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1년에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상승하였는데 이는 실수요자가 아무리 열심히 저축해도 내 집 마련에서는 오히려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갭투자가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기므로 사회적으로는 갭투자가 근절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자 개인은 갭투자를 해서라도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 최선이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모든 사람이 어떻게 해서든 주택을 매입하려고 하면 주택 가격은 더욱 상승한다. 이른바 자기실현적 기대이다. 이는 주택 가격이 앞으로도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수요자의 반발 등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번 6·17 대책 역시 안타깝게도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발표 이후에도 서울 등 주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일부 비규제지역의 집값이 풍선효과로 인해 급등하고 있으며 수도권 지역의 전셋값마저 급등할 조짐을 보이는 양상이다. 벌써부터 후속 대책에 대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부동산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이에 대한 해법 마련이 어려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게다가 현 정부는 부동산과 관련해 처음부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었다. 출범 당시에는 지난 정부에서 계속되는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된 일련의 정책의 결과로 시중에 유동성이 증가한 상태였고 최근에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급격히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의 결과로 유동성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후에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욱 불안정해지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위에서 언급한 정책 환경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정부의 정책 설계 자체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정부가 정책을 시행할 때 시장 참여자들이 규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 다주택자 규제 방안의 발표 이후 나타난 강남 지역 집값 상승의 심화,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한 지난 12·16 대책 이후에 나타난 9억 원 이하 주택 가격의 상승, 이번 6·17 대책 이후에 나타나는 일부 비규제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규제를 발표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그 규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규제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예측을 소홀히 한다면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임대사업자 등록에 따른 혜택 제공, 공급 측면을 도외시한 규제 중심의 수요 억제 정책 추구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꼽힌다.

부동산이 가계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우리나라에서 주택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사회 전체의 불평등 심화로 이어진다.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근로소득으로는 자산의 격차를 더 이상 극복할 수 없게 된다면 사회는 정체되고 시민들은 생산적인 경제활동 대신 부동산 시세 차익의 실현과 같은 지대추구에 몰두하게 되어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주택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여 주택 가격 상승의 악순환을 멈추고 불평등이 더 심각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