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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전 회담 없다면서도…北 "비핵화 가능" 여지 열어놔

등록 2020.07.10 13: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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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거리로만 이용될 것"…트럼프 치적용 회담 거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해야 대화 재개"…협상 문턱↑

회담 재개 여지 남겼지만 美 수용 가능성 낮게 관측

"트럼프 이후 정권도 상대해야"…대선 뒤 협상 시사

【서울=AP/뉴시스】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2019.03.02.

【서울=AP/뉴시스】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북한이 10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를 통해 비핵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중대 조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연내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재차 일축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것이라고 본다"며 "올해 중 조미수뇌회담은 그 가능성 여부를 떠나 미국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우리가 받아들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제1부부장은 미국이 추진하려는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에 무익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에 있어서 당장 필요한 것은 수뇌회담 자체나 그 결과가 아니라 우리와의 관계에서 수뇌들 간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자기들에게 정치적으로 재앙 거리가 될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를 눅잦히고 발목을 잡아 안전한 시간을 벌자는 데 목적이 있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한반도 정세 관리 목적 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한 이벤트용 회담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김 제1부부장 역시 "새로운 도전을 해볼 용기도 없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아야 또 다시 우리의 시간이나 때우게 될 뿐"이라며 "지금 수뇌회담을 한다면 누구의 지루한 자랑거리로만 이용될 것이 뻔하다"고 꼬집었다.

김 제1부부장은 북미협상의 문턱을 높이면서 미국을 압박했다. 그는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 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했다. 영변 핵 시설 폐기와 대북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하노이 회담식 협상안은 통하지 않으며,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 전반을 철회해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확대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 백악관이 공지한 2차 북미 정상회담 2일 차 일정은 '양자 단독회담-확대 양자 회담-업무 오찬-합의문 서명식'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02.28.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확대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 2019.02.28.

김 제1부부장은 미국이 비핵화 협상 중에도 대북 독자제재 연장, 북한 인권 규탄,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 적대적 조치를 계속 취하고 있다면서 "어쨌든 조미 수뇌들 사이의 관계가 좋다고 해도 미국은 우리를 거부하고 적대시하게 돼 있다"며 "우리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이 토질병으로 돼버린 미국이 지금의 대선 위기를 넘긴다 해도 그 이후 우리를 향해 할 수많은 적대적 행동들을 예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상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 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거듭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중대 조치를 예시하지는 않았는데 그간 북한이 미국에 요구했던 한미연합훈련 중단, 북미 수교 등이 해당될 수 있다.

김 제1부부장의 발언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북미정상회담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북한이 북미회담을 할 의지가 없다면 회담 재개 조건을 이처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될 수 있다는 말도 남겼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상응조치로 통 큰 양보를 했다가 국내 비판 여론이 높아져 재선 가도에 더 불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연내에 협상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론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점도 감안해야 한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백악관 히스패닉 번영 계획' 행정 명령에 서명하기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놀라운 노력으로 미국 전역의 시민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열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0.07.10.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백악관 히스패닉 번영 계획' 행정 명령에 서명하기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놀라운 노력으로 미국 전역의 시민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열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0.07.10.

북한도 미국 정치권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제1부부장 담화 가운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는 대목이다. 북미는 클린턴 행정부 말기 적대관계 청산을 골자로 한 합의를 도출했지만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강경노선으로 전환돼 협상은 물거품이 됐다. 김 제1부부장은 이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제1부부장은 아울러 미국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위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재차 천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선 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때없이 심심하면 여기저기서 심보 고약한 소리들을 내뱉고 우리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 같은 쓸데없는 일에만 집념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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