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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조우'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코로나가 야속해"

등록 2020.07.10 17: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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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2020.06.19.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2020.06.19.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을 나서면서 어지러웠다. 코로나19로 공연장 출입문이 일원화되면서 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출연자 입구를 통해서이기도 했지만, 스마트폰에 두서없이 쌓여 있는 의미 없는 사진들의 무게감 때문이었다.

이날 CJ토월극장에서 드레스 리허설을 한 서울예술단의 대표 창작가무극(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대본 장성희·연출 이지나)는 조선의 마지막 왕비 명성황후(1851~1895)를 머리에 남는 역사적 평가의 조각이 아닌 마음을 울리는 심리적 잔해로 기억하게 만든다.

사진을 '박으면'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었던 근래의 선대들처럼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주인공 '명성황후'도 그랬다. 조선의 마지막 왕비 명성황후의 사진이 남겨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 팩션 가무극은 진심을 얻는 데 성공한다.

거대한 역사적 담론은 인물들의 내적인 요소를 함몰한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역사적 평가보다 인물들을 틀로 가두는 편견을 걷어내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다른 식으로 해석을 하자는 권유라기보다, 좀 더 다층적으로 보자는 가능성의 제시다. 무대 미술의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는 액자 모양의 여러 틀들은 일종의 다층적 창이다.

음표가 음표가 아닌 감정이 감정을 쫓는 장조와 단조의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연상시키는 민찬홍 작곡가의 넘버들,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감정을 그로테스크하게 녹여낸 오필영 디자이너의 무대도 일품이다.

무엇보다 2013년 초연했고 4년 만에 네 번째 시즌으로 관객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매번 시대와 조우한다. 수작으로 통하는 이유다.

"이제 미워하라 내 모습 내 마음 / 이제 증오하라 내 피와 찢겨진 내 심장 / 이 저주가 날 일으켜 날 다시 살게 하리 / 난 다시 널 찾으리라 잃어버린 나의 얼굴 / 날 기다려줘 / 나를 다시 찾으리라"('잃어버린 얼굴')

광포한 세상은 모든 이들을 자기혐오에 찌들게 한다. 각종 혐오와 루머로 점철돼 신경질적 악절을 들려주는 명성황후의 노래는 그래서 현재 관객과 소통한다. 불길하게 유영하는 그녀의 정서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초연과 재연에서 명성황후를 맡았던 차지연이 5년 만에 돌아오고, 박혜나가 새로운 명성황후로 나서는 캐스트는 이번에 특히 주목 받았다. 차지연이 불이라면 박혜나는 물이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차지연이 가슴 깊은 곳에서 용암처럼 눈물을 끌어 올린다면,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는 박혜나는 식어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여전히 뜨거움을 인지시킨다.  

[서울=뉴시스]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OST. 2020.07.10.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OST. 2020.07.10. (사진 = 서울예술단 제공) [email protected]

이처럼 갈수록 탄탄해지는 작품이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깝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을 미루고 일부 공연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 공연을 기다린 마니아 관객들은 "코로나19가 야속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이날 개막해 26일까지 공연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8일 개막부터 12일까지 공연이 취소됐다. 14일 공연 재개 여부는 본래 공연이 없는 월요일인 13일 오후에 공지된다. 코로나19 확산 여부를 살펴보는 정부 지침에 따라 결정한다.

일부에서는 국공립 예술단과 극장에서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재개되는 것에 대해 역차별이라고 지적한다. 공연장들이 K방역의 한 사례로 꼽히면서 민간 극장들은 안전하게 공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이 함께 제작에 나선 세종문화회관의 '모차르트!', 정동극장의 '아랑가'도 공연 중이다. 국공립극장은 방역에 더 철저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예술단은 관객과 소통을 다양화하고 있다. 드레스 리허설을 바탕으로 영상화 작업을 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온라인 중계한 2015년 버전 '잃어버린 얼굴 1895' 스트리밍을 네이버와 함께 '감동후불제'로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이 상영은 기본적으로 무료였지만 영상관람 중 '후원하기' 기능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책정한 금액으로 공연에 대한 감동을 전하게끔 했다.

네이버TV 13만1925뷰(동시 접속자수 2862명), V라이브 1만4621뷰로 총 14만6546뷰를 찍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후원자수가 228명으로 후원금액은 219만1089원을 기록했다. 평균후원금 9610원, 후원최고액은 10만1000원이었다.

서울예술단은 이번에 자발적인 후원티켓을 구매의 형태로 모인 후원금과 지난 5월 25일 네이버TV를 통해 진행한 온라인 갈라콘서트 '스팩콘(SPACON)'에서 얻은 후원금을 합쳐 민간을 지원한다. 네이버에서 1대 1 매칭으로 지원금을 더해 국내 민간예술단체의 공연 영상제작 지원금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서울예술단은 '잃어버린 얼굴 1895' OST 발매도 예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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