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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 막강한 치맛바람, 4명의 북한 여인들

등록 2020.07.10 18: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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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대남 정책에 이어 대미 관계까지 개입

커져가는 김여정의 치맛바람 어디로 불지

김정은 후견인 역할한 김경희는 현재도 백두혈통 연장자 대우

김일성 부인 김성애와 김정일 비서 김옥, '곁가지'로 정치인생 마감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북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담화를 통해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직접 언급했습니다. 정상회담이 '무익'하다고 하면서도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조건을 걸며 가능성을 남겨뒀습니다. 이렇게 김여정은 북한 정치에서 대남, 대미관계까지 유래없는 치맛바람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창넘어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현재까지 북한 여성 가운데 권력 실세로 꼽을 수 있는 김성애, 김옥, 김경희, 김여정에 대해 다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 에디터 강영진입니다.
갑작스럽게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두고 한국, 미국, 북한 사이에 말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30일 한-EU 정상회담 화상회의에서, 문대통령이 트럼프 미대통령 임기 내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요.

그러자 4일 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섣부르게 중재의사를 표명한 사람이 있다고 문대통령을 비꼬면서, 북한은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한국은 끼어들지 말라고 다시 퉁박을 줬지요. 엊그제 한국에 온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최선희가 대결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면서, 미국이 먼저 회담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반격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각에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김여정이 오늘 북미정상회담 재개문턱을 한껏 높이면서도 회담 재개 여지를 강하게 남기는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이쯤 되면 조만간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김여정 문턱 한껏 높이며 북미 정상회담에 관심 드러내"

재미있는 것은 회담 이야기를 문대통령이 제일 먼저 꺼냈다는 점입니다. 지난 달 6.15 공동선언 2 0주년 기념연설에서 북한에 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특사 파견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다음날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또 다음날엔 김여정한테 상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 봉변을 당한 지 2주밖에 안됐는데문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새삼 자임하고 나선 겁니다.
문대통령이 굳이 나선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일부에선 대통령이 북미간에 뭔가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선수를 쳤을 거라고 깎아내립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선희가 정상회담을 거부한 뒤에도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혹시 대선을 앞두고 재선이 어려워진 트럼프가 문대통령한테 분위기 좀 잡아 달라고 요청하진 않았을까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스포일러는 이 정도로 끝내겠습니다.

오늘은 북한의 치맛바람에 대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지난달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과정을 주도한 김여정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던 주제입니다. 오늘도 대미 담화를 발표한 김여정의 치맛바람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북한의 권력 실세 여성들은 지금까지 모두 네 사람 있었습니다. 김일성의 둘째 부인인 김성애,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 김정일 말년 비공식 부인이던 김옥, 지금의 김여정입니다. 이들 외에도 김일성의 첫번째 부인 김정숙과,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를 실세로 꼽을 수 있지만 두 사람은 북한 정치에서 치맛바람을 일으킨 사람들은 아닙니다.

먼저 김성애부터 소개하겠습니다.  김일성의 첫 부인 김정숙이 건강이 좋지 않게 되자 남편 뒷치닥거리를 대신해줄 사람으로 천거했습니다. 김정숙이 죽은 뒤 본부인이 됐지요. 김경진, 김평일, 김영일 등 자식을 셋 낳았습니다. 1970년대초 김일성이 “김성애의 말이 내 말”이라고 하면서 김성애는 치맛바람을 한껏 일으켰습니다. 친아들 김평일을 후계자로 세우려 했다는 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1972년 후계자가 된 김정일의 강력한 반격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숙청되진 않았지만 자식들은 모두 해외로 쫓겨나고 본인은 사실상 연금 상태로 살다가 몇 년 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일성에게 김성애가 있었다면 김정일에게는 김옥이 있었습니다.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가 죽기 전부터 김정일 수발을 든 사람입니다. 2011년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동행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김정일이 죽은 뒤 얼마 안돼 숙청됐습니다. 장성택이 처형된 뒤 잔재세력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김옥의 아버지, 남동생, 여동생 모두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본인은 숙청을 면했지만 연금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김성애나 김옥의 운명은 김일성, 김정일이 죽으면서 추락했습니다. 그건 이들이 이른바 곁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즉 백두혈통이 아니란 겁니다.

북한에서 진짜 치맛바람은 백두혈통의 여인들이 일으켰습니다. 우선 지금도 백두혈통의 연장자로서 강력한 권위를 과시하는 김경희를 살펴보겠습니다. 김경희는 성격이 고집스럽고 까칠하지만 보스 기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경희는 결혼을 반대하는 김일성을 꺾고 1972년 장성택과 결혼한 일화가 유명합니다.

모스크바에 유학했던 김경희는 당국제부 부부장, 경공업부장, 경제정책검열부장, 다시 경공업부장 등 중요 직책을 두루 맡았습니다. 경공업부장일 때 부부장으로 일하면서 까다로운 김경희를 잘 보필했던 박봉주가 내각 총리에 올랐다가 지금은 북한 권력 서열 3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입니다. 김경희의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팔십이 넘게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겁니다.

김경희는 김정일 건강이 나빠진 뒤부터 김정은에게 권력이 승계되는 걸 보장하는, 후견인 역할도 했습니다. 김경희 혼자서 다했을 리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백두혈통의 최연장자로서 카리스마를 가지고, 누구도 김정은을 업신여기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은 충실히 했을 겁니다.

김정일은 2008년 처음 중풍을 맞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제든 갑작스럽게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러자 한동안 두문불출하던 김경희가 다시 등장합니다. 2009년 김정일의 현지지도에 동행한 것을 시작으로, 김정일이 죽은 2011년 12월까지 모두 서른 아홉 번이나 동행했다고 공식 발표됐습니다.
 
2010년 9월에는 김정은과 함께 대장 칭호를 받기도 했지요. 2011년 12월 김정일이 죽은 뒤에도, 2013년 9월까지 2년 가까운 동안, 후계자 김정은을 보좌하는 활동이 50번이나 공개됐습니다. 2013년 12월,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뒤 한동안 움직임이 없다가 올해 1월 김정은, 김여정과 함께 나란히 공연장에 나타나기도 했습니요.

남편 장성택이 처형되는 과정을 보면서도 김경희는 백두혈통의 여인으로서, 권력 승계의 후견인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 공로로 지금도 백두혈통의 최연장자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여정입니다. 최근 김여정이 벌이는 일들을 보면 김정일 시대의 김경희보다 훨씬 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항상 붙어 다니는 건 물론이고 국가원수의 고유권한이라는 대외관계에도 거침없이 개입합니다. 특히 대남관계는 전담하다시피 합니다.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사건도 전 과정을 주도했습니다.

또 독재자라면 권한을 나눠주는 일이 극히 드문 군사문제까지도 거리낌없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달 13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다음 대적행동의 행사권을 총참모부에 넘기겠다고 밝혔습니다. 총참모부더러 대남 군사행동에 나서라고 지시한 셈입니다. 지금 북한에는 그런 김여정에게 안된다고말할 수 있는 사람이 김정은 뿐인 것 같습니다. 

총참모부가 지난달 16일, 대남 군사행동 방안을 수립해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승인을 받겠다고 밝힌 일이 좋은 사례입니다. 김여정의 지시를 받았지만, 김정은의 승인이 없이 대남군사행동을 했다가 책임지게 되는 걸 총참모부가 꺼려한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그러자 김정은이 나서서 보류하라고 지시함으로써 군대가 대남행동에 나서는 걸 막았고 김여정이 일으킨 대남 소동은 일단락됩니다.

김여정은 김정일 말년의 김경희를 훨씬 뛰어 넘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쯤 되면 궁금증이 생기지 않나요?

김경희는 김정일이 말년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 되자 전면에 등장했는데 김여정은 김정은이 아직 30대인데도 이처럼 태풍급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혹시 김정은의 건강이 김정일 말년처럼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은 아닐까요? 정말 그렇다면 김여정의 치맛바람은 치맛바람에 그치지 않고 언제든 한반도를 뒤흔드는 초특급 태풍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김여정이 발표한 담화문들을 보면 김여정은 천방지축인 데다가 거침이 없습니다. 지금은 김여정을 말릴 사람이 김정은이라도 있지만 그마저도 없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정부가 이런 점에도 잘 대비하고 있다고 믿는 게 정신건강에 좋겠지요?
 
창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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