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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훈민정음 목소리 ‘ㅇ’과 ‘ㆆ’의 차이

등록 2020.07.15 06:00:00수정 2020.07.20 10: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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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서울=뉴시스] 훈민정음 목소리 초성 ‘ㆆ’은 혀가 뒤로 수축되는(後舌과 中舌) 상태의 목소리고, ‘ㅇ’은 혀가 앞으로 펴지는(前舌) 상태의 목소리. 모음 발음 시 혀끝이 아랫니에 닿으면 ‘ㅇ’ 초성, 떨어지면 ‘ㆆ’ 초성임.

[서울=뉴시스] 훈민정음 목소리 초성 ‘ㆆ’은 혀가 뒤로 수축되는(後舌과 中舌) 상태의 목소리고, ‘ㅇ’은 혀가 앞으로 펴지는(前舌) 상태의 목소리. 모음 발음 시 혀끝이 아랫니에 닿으면 ‘ㅇ’ 초성, 떨어지면 ‘ㆆ’ 초성임.

[서울=뉴시스]  훈민정음 초성은 ‘아ㆍ설ㆍ순ㆍ치ㆍ후ㆍ반설ㆍ반치’의 7음 23개자(전탁 포함)로 이뤄져 있다. 그 중 ‘목소리’인 ‘후음=후성’은 ‘ㅇ·ㆆ·ㅎ’이다. 이 세 소리는 2019년 6월25일자 <우리말에서 ‘ㆆ’ 음가의 소실은 불가능하다> 등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말에 모두 살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ㅇ’과 ‘ㆆ’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구별하여 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해례본에 설명이 있지만, 전문용어를 쓴 한문으로 돼있어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다.

세종은 한문의 이와 같은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1431년 세종은 백성들에게 군신·부자·부부의 큰 도리인 삼강에 관해 가르쳐 분발시키고자 ‘삼강행실(三綱行實)’을 편찬하도록 집현전에 명한다. 백성들이 한자·한문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알기에 삽화를 넣어 이해를 돕게 했다. 그럼에도 세종은 1434년 양력 6월4일자 조선왕조실록에서 “백성들이 문자(한자)를 알지 못해서, 책(삼강행실)을 나눠주더라도, 남이 가르쳐 알려주지 않으면 어찌 그 뜻을 알아 감동하여 일어날 수 있겠는가?”라고 염려했다.

그에 대한 조치로 세종은 서울의 한성부 5부와 외방의 감사·수령들로 하여금 학식 있는 자들을 두루 찾아 구해 백성들을 깨우쳐 다 알 수 있게 하라고 명했다. 그럼에도 한문의 한계를 극복코자 이해가 쉽도록 훈민정음 28자를 창제한 후, 1444년 3월9일 정창손에게 다음과 같이 하교했다. “내가 만약 언문으로써 ‘삼강행실’을 번역하여 민간에 반포하면 어리석은 남녀들도 모두 쉽게 깨달아 충신·효자·열녀가 필히 무리를 지어 나올 것이다.”

이로 보아, 세종께서는 한문으로 작성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대해서도 분명 그에 대한 언해 작업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언해본은 훈민정음 해례본 33장 중, 맨 앞 넉 장 ‘어제훈민정음’ 편에 대한 것뿐이다. 그 뒤 29장의 ‘훈민정음해례’ 편에 대한 세종 당시의 언해본은 현재 없다. 게다가 해례본에서 후음 ‘ㆆ’ 등에 대한 한문 설명 또한 매우 짧아 후세인들이 ‘ㅇ’과 ‘ㆆ’의 차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례본에선 “초성의 ㆆ은 ㅇ과 서로 비슷해서, 토속어에서는 통용할 수 있다.”고 융통성을 두었으나 한자어에선 철저히 구별케 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 ‘ㆆ’이 삭제된 이래 한자어조차도 ‘ㆆ’이 ‘ㅇ’으로 통합돼 쓰이는 바람에, 그 실체는 우리에게서 잊혀졌다. 둘은 소릿값이 유사하기 때문에 ‘ㆆ’을 모르면 ‘ㅇ’도 모르게 돼 있다.

‘ㅇ’과 ‘ㆆ’의 차이는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ㅇ’은 혀가 앞으로 펴지는(전설) 상태의 목소리 초성이고, ‘ㆆ’은 혀가 뒤로 수축되는(후설+중설) 상태의 목소리 초성이다. 이는 2019년 6월18일자 <‘ㆆ’ 소리도 살아있다…후설모음의 목구멍소리②> 편에서 설명한 “‘ㅇ’은 ‘전설 및 중설모음’에 사용되는 목구멍소리” 부분을 수정·보완하는 결론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쓰인 ‘深(심)’자는 그것이 나타내는 여러 의미 중, ‘상하 또는 내외의 거리가 멀다’에서 발전된 ‘(입 표면으로부터 거리가 먼) 입안 뒤쪽 소리’를 뜻한다. 훈민정음해례 4~5장에서는 “‘•’는 혀가 수축돼 그 소리는 입안 뒤쪽 소리이고, ‘ㅡ’는 혀가 조금 수축돼 그 소리는 입안 뒤쪽도 앞쪽도 아닌 중간 부위 소리이며, ‘ㅣ’는 혀가 수축되지 않아 그 소리는 입안 앞쪽 소리이다(舌縮而聲深, ㅡ舌小縮而聲不深不淺, ㅣ舌不縮而聲淺)”고 하였다. 이는 ‘•’가 ‘후설중성’이고, ‘ㅡ’는 ‘중설중성’이며, ‘ㅣ’는 ‘전설중성’이라는 말이다.
 
‘ㆆ’에 대해 훈민정음해례 4장에선 “ㆆ 소리는 (혀가 수축돼) 입안 뒤쪽 소리라 길게 늘여지지 않는다(ㆆ聲深不爲之凝)”고 하였다. 혀의 수축도가 심한 중성은 ‘후설중성’이므로, ‘ㆆ’을 오직 ‘후설 목소리 초성’으로만 여겼으나, <사진>처럼 훈민정음 창제 당시 우리말 한자음 표기에 ‘중설중성’인 ‘ㅡ’와 ‘ㅏ’, ‘ㅓ’에도 사용돼 ‘중설을 포함한 후설성(後舌性) 목소리’임이 확인된다. 그에 비해 ‘ㅇ’은 ‘전설 목소리 초성’이니, 이것이 둘의 원칙적 차이다. <계속>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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