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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작곡가 신재홍 "뮤지컬 '썸씽로튼' 제작, 큰 공부해요"

등록 2020.07.15 08: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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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팝발라드 계보 이어온 프로듀서

작년 '썸씽로튼' 내한공연 이어 올해 라이선스

8월7일~10월18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서울=뉴시스] 신재홍 작곡가 겸 프로듀서. 2020.07.11. (사진 = 엠트리씨어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재홍 작곡가 겸 프로듀서. 2020.07.11. (사진 = 엠트리씨어터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갑자기 뮤지컬 제작을 한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진짜 많이 말렸어요."
 
지난해 내한공연으로 뮤지컬 '썸씽로튼'을 한국에 소개한 제작자가 신재홍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대중음악계와 뮤지컬계는 동시에 깜짝 놀랐다.

신재홍은 한국 팝발라드 계보를 이어온 작곡가 겸 프로듀서다. 조정현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와 '슬픈 바다', 이현우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 임재범 '사랑보다 깊은 상처'와 '너를 위해', 양파 '다 알아요', 박효신 '좋은 사람' 등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히트 발라드의 대다수가 그의 손으로부터 탄생했다.
 
몇 년 전 퍼블리싱 전문가들과 함께 엠트리뮤직을 세우고 음악 산업의 시스템 구축에 나섰던 신재홍이 뮤지컬 제작에 나선 이유는 우연히 미국에서 본 '썸씽로튼'의 매력 그 자체였다. 

최근 서울 흥인동에서 만난 신재홍은 "극이 정말 잘 짜여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보다 음악이 좋았죠"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썸씽로튼'. 2020.07.15 ⓒ엠트리씨어터

[서울=뉴시스] 뮤지컬 '썸씽로튼'. 2020.07.15 ⓒ엠트리씨어터

'썸씽로튼'은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월트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 작가로 일한 커리 커크패트릭과 그래미어워즈 수상자인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렌트(Rent)',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 '애비뉴 Q' 등의 뮤지컬 프로듀서 케빈 매컬럼이 제작했다.

'셰익스피어의 르네상스 시대가 1930년대 브로드웨이와 비슷했다면?'이 전제다. 르네상스 시대, 당대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맞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하게 된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를 그린다. '셰익스피어가 사실은 허세 쩌는 록스타 같았다면?' '뮤지컬의 탄생이 노스트라다무스에 의해 예언됐다면?' 등의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졌다.

지난해 내한공연에 이어 1년 만에 라이선스로 돌아온다. 오는 8월7일부터 10월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작년 내한공연 당시 흥행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마니아와 뮤지컬 관계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특히 '레미제라블', '렌트', '코러스라인', '위키드', '애비뉴Q' 등의 공연 대사와 장면, 넘버 일부를 패러디하고 셰익스피어의 소설 대목, 단어 등을 재기발랄하게 차용해 '골 때리는 역작'으로 통했다.

"뮤지컬을 제작하며 큰 공부를 하고 있어요.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작품인데, 기획만 좋다고 뜻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신생 회사가 데뷔하기 쉬운 업계도 아니고요. 그런데 저 혼자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과 여러 사람이 함께 합동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인 만큼, 내로라하는 크리에이티브팀이 참여했다. 뮤지컬계 대모인 이지나 연출을 비롯 김성수 음악감독, 서병구 안무가, 황석희 번역가 등이 힘을 실었다. 강필석, 이지훈, 서은광(비투비), 리사, 제이민, 최수진, 이봄소리, 박건형, 서경수, 김법래, 마이클리 등 뮤지컬스타들도 대거 출연한다.

라이선스 공연을 위해 별도로 엠트리씨어터를 세운 신재홍은 "뮤지컬의 성공은 현지화 여부"라면서 "그 나라의 언어로 공연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신재홍 작곡가 겸 프로듀서. 2020.07.11. (사진 = 엠트리씨어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신재홍 작곡가 겸 프로듀서. 2020.07.11. (사진 = 엠트리씨어터 제공) [email protected]

신재홍은 뮤지컬계에 발을 들이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그는 "생각보다 극장이 별로 없다"고 했다. "잘 몰랐을 때는 뮤지컬이 여기서도 하고 저기서도 해서 극장이 많은 줄 알았어요. 하지만 막상 공연을 하려고 극장을 찾아봤더니, 뮤지컬을 올릴 수 있는 극장이 부족하더라고요. 뮤지컬을 활성화 하려면 소극장, 중극장, 대극장이 골고루 많아야 한다고 봐요." 그는 뮤지컬 제작을 위해서는 거액이 들어가는데 투자자, 펀드도 많지 않다는 것도 절감했다고 한다.
 
대중음악계에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신재홍은 한양대 작곡과를 다니다 1985년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났다. 현지에서 작곡과 재즈를 공부하던 1989년 조정현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로 데뷔했다.

"그동안 K팝이 엄청 발전했죠. 물론 제가 해온 음악과 지금의 K팝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부족해요. 그래서 우리나라 음악가들 역량이 뛰어나다고 새삼 느낍니다. 다방면으로 잘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요즘의 K팝 제작처럼 다국적 작곡가들과 공동 작업을 하고 있는 신재홍은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뮤지컬의 우선 순위는 '좋은 음악'이라고 했다. "뮤지컬 '위키드'도 음악이 정말 좋잖아요. '썸씽로튼' 역시 음악이 정말 좋아요. '웰컴 투 더 르네상스', '어 뮤지컬' 같은 노래는 극의 특징을 잘 요약해주면서 한번 들어도 귀에 감기는 중독성이 있죠."

뮤지컬계에서는 신재홍이 작곡한 곡들로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는 일단 신중하다. "우선 '썸씽로튼'을 한국에서 정착시키고 싶어요. 그 다음을 좋은 작가들과 함께 창작을 하고 싶죠. 뮤지컬계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오리지널 창작은 중요한데, 그래서 더 차근차근 가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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