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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당대표' 시절 만든 與 무공천 당헌…천덕꾸러기 되나

등록 2020.07.15 16: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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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서울·부산 재보선 유권자 1100만명 '대선급'

與 무공천 당헌…文대표 때 '김상곤 혁신위'서 도입

'부정부패 등 중대 잘못' 확대…'공천 안 한다' 강화

일각 "현실 정치세력이 선거 불참? 고민스런 상황"

김부겸 "1년 뒤 대선 직결되는 큰 판"…공천 시사

말 아끼는 이낙연 "시기 되면 나도 할 말 하겠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3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5.07.1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3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5.07.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잇딴 낙마로 '대선급' 재·보궐선거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에서 무(無)공천 규정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으로 초래된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놓고 원칙론과 현실론이 맞부딛히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도입된 혁신안이 흡사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된 양상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4월 7일 재·보선 대상으로 확정된 광역단체장은 서울시장·부산시장 2곳으로, 모두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궐위에 의해 발생했다.

더욱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한 데 이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도 전직 비서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상태여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당헌 96조2항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자당 후보를 내려면 당헌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해석이다.

해당 당헌은 2015년 2·8 전당대회로 취임한 문재인 당시 대표가 공약에 따라 추진한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상곤)가 만든 '김상곤 혁신안'에 따른 것이다. 이미 민주당 당헌에 무공천 조항은 있었지만 이를 확대·강화한 것이다.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당헌(2015년 2월 개정) 112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유가 '부정부패'로 한정되는 데다가, 무공천도 권고 규정에 가까워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김상곤 혁신위가 2015년 6월 1차 혁신안을 발표했고, 같은 해 7월 중앙위 추인을 받아 오늘에 이른 것이 현 당헌 96조 2항이다. 무공천 사유를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확대했으며, 이행 의무 정도도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강화한 것이 골자다.

당시 혁신위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사유가 부정부패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유형의 중대한 일이 있을 수 있고, 구체적으로 적시할 수는 없으니 '부정부패 등'이라고 하고 잘 대비하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헌대로면 '무공천'을 해야 하나, 초유의 대선급 광역단체장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론이 제기된다. 지난 21대 총선 기준 유권자 수는 서울이 847만7000여명, 부산은 295만8000여명에 달해 졸지에 유권자 1140만여명이 투표하게 됐다.

김상곤 혁신위 사정에 밝은 한 의원은 뉴시스에 "서울시와 부산시라는 게 대한민국의 가장 큰 광역자치단체이고 상징성을 갖고 있는데 현실 정치세력으로 참여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선 고민스런 상황"이라며 "이를 당원에게 잘 물어서 해야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해찬 지도부는 오는 8월로 임기를 마치기에, 결국 공천 여부는 내년 재·보선을 관리할 차기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 여하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당권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 1년 후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직결되는 이른바 큰 판이 돼 버렸다"며 "정당 존립의 주요 목적이나 근거가 정권을 획득하고 그 정권을 통해서 국민과 약속한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데 있는 건데 그 자체가 위협받을 정도라면 우리들이 다시 한 번 당원들 뜻을 물어봐야 되는 것 아니냐"라며 공천 가능성을 시사했다.

내년 재보선 의미에 대해선 "그때쯤 되면 임기가 1년 남은 문재인 정부 동력은 확 떨어질 건 틀림이 없다"며 "결국 정치라는 건 거대한 민심의 흐름이 충돌했다가 어느 방향으로 갔다가 멈췄다가 이런 걸 텐데 적어도 대한민국 수도 그 다음에 제2도시의 수장이 그런 식으로, 만약에 여당이 그 자리에 대해서 아무런 영향을 발휘할 수 없게 되면 거기에 따른 민심의 변화는 상상하는 이상으로 큰 물결을 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진행자가 '재보선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라고 묻자, 김 전 의원은 "그렇다. 바로 불과 11개월 후에 대선이 치러지는데"라고 답했다.

이낙연 의원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이 '내년 재보궐 선거에 당헌에 따라 무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즉답을 피하며 "시기가 되면 저도 할 말을 하겠다"고만 했다.

이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의 말씀을, 특히 피해를 하소연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절규를 아프게 받아들인다. 국민께서 느끼시는 실망과 분노에 공감한다"며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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