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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도서정가제 개정, 업계·소비자 '상생'에 역점 둬야

등록 2020.08.06 14: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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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도서정가제 개정, 업계·소비자 '상생'에 역점 둬야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2014년 도입된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한 개선작업이 올해 진행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개선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충돌 양상까지 빚어지는 모양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계, 소비자단체, 서점가 등의 제도를 접근하는 시각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정가를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표시하고 그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과다 할인 경쟁으로 양서 출판이 위축되고 동네 서점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책값을 최대 10% 할인하고 나머지 5%는 포인트 적립 등으로 보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상 도서정가제는 3년마다 폐지, 유지, 완화 등 개선방향을 검토하도록 돼있다. 2014년 도입 이후 2017년에 이어 올해 재검토 과정을 또 한 차례 밟는 것이다.

그런데 도서정가제 개선안 마련을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계의 갈등이 빚어졌다.

지난해 7월 출판계와 전자출판계, 유통계,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가 도서정가제 합의안을 도출했음에도 서명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출판계는 문체부가 일방적으로 합의안 서명이 어렵다는 취지를 전했다는 점을 들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에 오는 7일 범출판계가 모여 긴급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반면 문체부는 도서정가제가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기 때문에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 의견을 더 수렴해 종합적인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역시 오는 7일 전자출판계 쪽의 의견을 수렴한 뒤 종합 개선안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일단 출판계의 반발이 눈에 띄는 양상이지만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는 소비자나 전자출판계 등까지 맞물려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다.

찬성하는 입장은 시장의 원리보다는 출판업계, 독서 생태계의 보존과 발전을 중시한다. 도서정가제가 있어야 독립서점, 1인 출판사 등이 늘어나 다양성이 증대되면서 독자들의 권리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출판 분야의 장기적인 생태계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간한 '2020 한국서점편람'을 보더라도 현행 도서정가제 하에 전국에서 서점의 감소세가 여전한 가운데 독립 서점의 감소세가 비교적 적고 창업이 늘어난 점 등이 두드러진다.

반면에 반대 입장은 시장논리에 기초한다. 상품 가격은 상품의 수요와 공급, 공급자들 간 가격 경쟁 등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크게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 펼쳐지는 주장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서점의 매출액이 1조원대 성장세를 보인 지난해 출판시장 통계를 보면 도서정가제가 꼭 출판사나 동네서점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찬성과 반대쪽에서 잊고 있는 부분이 있다. 도서정가제의 취지가 가격을 올리고 낮추는 데 국한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이 두 관점의 차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먼저 정확히 할 사항이 있다. 도서정가제의 취지는 도서 가격의 단일가 확립이지 높은 책값을 유지하는 데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책을 사는 독자들은 물론이고 출판 종사자들 중에서도 이를 혼동하거나 오해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2017년 개정 당시 정희용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가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는 도서정가제의 필요성이 이같이 언급돼있다. 결국 가격을 얼마나 조정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상적인 시장을 유지하는 게 도서정가제의 목표라는 것이다.

양측의 대립은 우리 사회 속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어떻게 공감대를 찾아나가느냐에 해결방안이 있다는 부분이다.

서로 유리한 입장에서 상황을 풀어가려 하고 있지만 결국 출판시장은 소비자가 없으면 망하고, 소비자는 시장이 망하면 책을 사볼 수가 없다.

도서정가제의 취지와 함께 업계와 소비자는 공생관계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서정가제 개정안 도출을 위해서는 본질을 잊지 않은 사회적 양보와 책임이 필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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