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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뮤지컬 '썸씽로튼' 음악감독 김성수 "자신에게 충실하세요"

등록 2020.08.07 15: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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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첫 라이선스 개막

[서울=뉴시스] 뮤지컬 '썸씽로트' 김성수 음악감독. 2020.08.07. (사진 =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썸씽로트' 김성수 음악감독. 2020.08.07. (사진 =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규격화돼 있지 않은 아트폼인데 국내에서 조금씩 작품들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어 반갑죠. 최근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빅피쉬'처럼 다양성을 가진 뮤지컬이 주목 받았는데, '썸씽로튼'도 그런 뮤지컬 중 하나예요."

뮤지컬은 오페라, 오페레타, 보드빌 등을 거쳐 미국에서 완성된 유연한 장르다. 예언가의 점지를 받아 풍기문란한 공연을 벌인 바텀극단이 영국에서 추방돼 신대륙인 아메리카로 가서 퍼뜨린 것이 뮤지컬이라고 선언하는 '썸씽로튼'은 그런 뮤지컬의 매력을 가장 기발하게 극대화한 작품이다.

기존 뮤지컬 명작들을 패러디해 인용하고 변주하면서 뮤지컬의 확장성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한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그래서 '썸씽로튼'에 잘 들어맞는 톱니바퀴다. 그의 스펙트럼에는 단순히 뮤지컬만 존재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 록밴드에서 기타리스트를 담당했으나,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그는 다양한 음악 장르를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인디 뮤지션 조휴일의 1인 밴드 '검정치마'의 앨범 '팀 베이비(TEAM BABY)'에 참여했고 가수 서태지의 25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30인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서태지 명곡을 묶은 주크박스 뮤지컬 '페스트'에도 참여했다.

뮤지컬 데뷔작은 2002년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인데 이후 공연 외 다양한 작업을 했다. 그러다 2015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강렬한 편곡과 오케스트라 지휘로 눈도장을 받은 뒤 공연 창작진으로는 이례적으로 마니아를 몰고 다녔다.

지난 2017년에는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뮤지컬) '꾿빠이, 이상' 크레디트에 음악감독과 함께 작곡가 예명인 '23'까지 병기했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뮤지션인 비요크,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피터 그리너웨이와 작업해온 작곡가 마이클 니먼의 음악처럼 클래식에 미니멀리즘을 섞은 스타일의 음악가도 좋아한다.

최근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김 감독은 "뮤지컬 자체가 확장되는 장르이다 보니, 폐쇄적이지 않고 함부로 규정하기도 힘들죠. 저부터 외부에서 왔다고 할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썸씽로튼'을 국내에 소개한 제작자부터 외부에서 왔다. 신재홍 프로듀서다. 임재범, 박효신, 양파 등 국내 최정상 가수들의 앨범 프로듀서 겸 작곡가로 잘 알려졌다.

캐스팅도 유연하다. 가장 먼저 극을 이끌어가는 '닉 바텀' 역에 뮤지컬 간판 강필석, 가수 출신으로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지훈, 그룹 비투비 리더 서은광이 캐스팅됐다.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장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성공과 출세를 꿈꾸는 인물을 번갈아 연기하는 배우들이 이처럼 다채롭다니.

김 감독은 "노련한 배우부터 다재다능한 배우의 미덕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뮤지컬"이라고 했다.

지난해 첫 내한공연으로 호평을 들은 '썸씽로튼'은 7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첫 라이선스를 개막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록스타처럼 군림하던 16세기 영국 르네상스 시대. 영세한 극단을 운영하는 바텀 형제는 무명의 연출, 극작가들이다. 셰익스피어의 인기와 기세에 눌린 데다가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썸씽로트' 김성수 음악감독. 2020.08.07. (사진 =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썸씽로트' 김성수 음악감독. 2020.08.07. (사진 = 유튜브 캡처) [email protected]

과거 자신들의 '바텀 극단'에서 바닥의 연기력을 선보였던, 셰익스피어가 못마땅한 바텀 형제의 형 '닉'은 결국 예언가를 찾아간다. 최고의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라고 주장하는 토머스에게 '미래에 유행할 공연물'을 묻고, '셰익스피어가 쓸 명작을 알아봐달라'고 청한다.

미래를 내다본 토머스가 앞장서 넘버 '어 뮤지컬'을 부르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객석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한다.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 '렌트'를 거쳐 앙상블들이 자신들의 프로필 사진으로 얼굴을 가리는 명장면으로 유명한 '코러스라인'까지, 걸작 뮤지컬들의 넘버가 인용되고 장면은 패러디된다.
 
김 감독은 "이미 완벽한 작품이니 안 망치는 것이 첫 번째"라면서 "브로드웨이 편곡이 아닌 오리지널 편곡으로 바꿔 장르가 더 풍성하다"고 했다.

지난해 내한공연과 올해 라이선스에서 달라진 부분은 다소 낯설 수 있는 부분을 한국관객에 맞게 바꾸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표 넘버인 '어 뮤지컬(A Musical)'은 원작자가 로컬라이즈로 먼저 요청했다.

여러 뮤지컬의 넘버, 춤, 장면의 모티브를 조금씩 가져와 섞은 넘버인데 스티븐 손드하임의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처럼 미국에서는 유명하나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곡도 포함돼 있다. 라이선스의 '어 뮤지컬'은 낯선 곡 대신에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킹' 등 한국에 익숙한 작품들의 모티브가 삽입된다.

김 감독은 "'썸씽로튼'은 똑똑하고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숨겨져 있는 지적 코드도 많고 집요한 덕후 기질을 갖고 있는 분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죠"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서울시뮤지컬단과 셰익스피어 동명 작품이 원작인 뮤지컬 '베니스의 상인'도 작업했던 김 감독은 '썸씽로튼'에서도 주요 소재인 셰익스피어의 팬을 자처했다. 김 감독은 "극에서 나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여러 레퍼런스 등 사소한 단서조차 안 놓치려고 많이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김 감독의 행보는 다양하게 이어진다. 다른 뮤지컬 제작자가 제작을 준비 중인 뮤지컬 '글래디에이터' 작곡을 끝냈고 이달 중 대구의 예술공장에서 미술 작가와 협업해 앰비언트 음악을 선보이는 전시도 연다. 작곡가로서 김 감독의 정체성이 묻어 있는 23에 대해 조명하는 작품도 있다.

'썸씽로튼'은 위대한 작가 셰익스피어의 영감을 쫓기보다 자신의 것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면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김 감독은 이 정언명령을 가장 잘 지키는 사람 중 하나다.

김 감독은 "많은 분들이 작품에 녹이 있는 주제이기도 한 '너 자신에게 충실하라'란 메시지까지 안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오는 10월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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