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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이름으로 불린다는 것 그 소중함…뮤지컬 '마리퀴리'

등록 2020.08.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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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마리 퀴리' . 2020.08.05. (사진 = 라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마리 퀴리' . 2020.08.05. (사진 = 라이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민 인턴 기자 = “마리 퀴리? 그게 뭐야?”
“퀴리 부인의 일대기를 담은 작품이야”
“아~퀴리 부인!”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 21세기의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큰 결핍을 느껴보지 못했다. 어디서든 이름 석 자를 걸고 주장할 수 있다. 내 이름을 새긴 작품이 어렵지 않게 나온다. 사회 집단 속 ‘이름’으로 존재를 알리고, ‘이름’으로 자신을 상징화하기도 한다. 이름은 나를 만들어주는 언어로써 당연하게 불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몰랐다. 이름으로 불리는 것의 의미와 소중함에 대해. 과거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고작 ‘이름’을 찾기 위해 길고 외로운 투쟁을 벌였는지를.

뮤지컬 ‘마리퀴리’는  이 과정의 한 축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마리 퀴리' . 2020.08.05. (사진 = 라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마리 퀴리' . 2020.08.05. (사진 = 라이브 제공) [email protected]


'마리 퀴리'는 1920년 폴란드 이민자 여성인 탓에 차별받았던 마리 퀴리 스클로도프스카가 라듐을 발견하기까지의 일화를 그린다. 라듐 제품 제조 공장에서 방사능에 피폭당해 당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켰던 사건을 짜임새 있게 다룬다.

올해 상반기 재연을 통해 코로나19 시국에서도 최고 화제작으로 떠올랐고, 4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새롭게 ‘마리 퀴리’로 가세했고,  300석 규모의 충무아트센트 중극장 블랙에서 400석이 더 늘어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으로 옮겨졌다.

업그레이드된 ‘마리 퀴리’ 무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13일 저녁 8시 관람한 공연은 커진 무대 덕분에 보는 재미를 전했다. 배우의 표정, 근육의 움직임까지 섬세하게 관찰 할 수 있는 중극장의 매력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마리의 감정 연기와 떨림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N차 관람러’에도 색다른 만족감을 안겼다. 

‘마리퀴리’는 극의 전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지만, 콕콕 박히는 대사들이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마리, 꼭 별처럼 이름을 새겨요.”, “누가 했는지를 말고, 무엇을 했는지를 봐주세요.”, 미스 폴란드가 아닌,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입니다“, ”가보자 아무도 가지 않은 곳으로”, “답이 없으면 답을 만들어”, “나도 내 이름 찾고 싶어”…
[서울=뉴시스] 뮤지컬 '마리 퀴리' . 2020.08.05. (사진 = 라이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마리 퀴리' . 2020.08.05. (사진 = 라이브 제공) [email protected]


마리의 대사는 세상이 가진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주체적 여성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나타낸다. 그래서 여타 (남성) 위인전의 영웅적 성장담과는 다른 결을 가진다. 자신 앞에 놓인 편견의 벽을 조금씩 갉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말미에는 성별을 떠나 사람으로서 끈기와 책임감, 생을 건 업적 속 결함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들이 비로소 와닿는다. 한 인간에 대한 순수한 경외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평생 마리의 든든한 버팀목과 ‘길잡이 흙’이 되어주던 안느 코발스키와의 관계 또한 극의 핵심이다. 

여성 과학자의 대표로 묘사된 마리만큼 안나 또한 여성 노동자의 대표자로서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데, 그 시대 속 애틋한 동지애에 더욱 공감이 가는 이유다.

기차역에서 주기율표와 흙주머니를 주고받던 첫 만남. ‘라듐’으로 인한 갈등의 시간을 지나 대치되는 두 계단에 나란히 올라서는 장면까지. 두 사람의 서사는 빈틈없이 연결되며 마지막까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힌다.

이전보다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화려한 군무는 없다. 의상 또한 대부분 한 벌로 유지된다. 작은 실험실과 공장, 기차역이 전부인 배경에 마리와 안느의 삶이 묵직하게 채워진다.

이는 두 사람의 관계에 몰입감을 더한다. 애초에 큰 규모와 화려한 장치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다.

두 사람의 넘버가 무대에 잔잔히 울려 퍼지면 관객석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공감과 연대만으로 뜨거운 전율에 휩싸인다. 뮤지컬 ‘마리 퀴리’가 지닌 진실된 힘이자 메시지다.

무대 위 마리와 안느의 모습을 보며 오늘날 무대 아래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살피게 한다.여전히 편견과 차별의 벽에서 이름을 지우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이름을 찾아 불러줘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한다.

마리 역에는 초창기 멤버인 김소향과 새롭게 합류한 옥주현과 나눠 맡았다. 김히어라, 이봄소리가 지난 공연에 이어 이번에도 안느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9월27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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