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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美진보정치의 실패,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이유

등록 2020.08.29 08:00:00수정 2020.09.07 10: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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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자 마크 릴라 '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

2년 전 출간됐지만 현 우리 상황과 맞아 떨어져

[서울=뉴시스]'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 (사진 = 필로소픽 제공) 2020.08.28.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 (사진 = 필로소픽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맞붙었다. 세계 1위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는, 바다 건너 우리나라에도 큰 관심거리였다.

대부분이 힐러리의 승리를 예견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더욱 그랬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후 우리나라에선 남북미 정상간 회담이 이어지며 등 평화와 냉전 기류를 겪느라 바빴지만 미국 진보 진영은 절망과 혼란에 빠졌다.

힐러리 당시 대선 후보는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패배했다고 했지만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크 릴라는 '정체성 정치'가 힐러리의 결정적인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힐러리는 페미니스트와 성소수자들에 둘러싸여 경제적으로 몰락한 백인 남성 노동자들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했고,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정체성 정치는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권위적이고 우월한 자세, 남녀분리를 강화시키는 태도, 다수가 공감하지 못하는 비전 등이 진보 진영을 스스로 발목 잡히게 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그의 분석과 전망은 2016년 출간된 '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에 담겼다.

그는 진보주의자들이 인종, 성별 같은 자기 정체성에 몰두해 타인과의 연대, 공동체 의식을 잃고 개인만을 배타적으로 강조하고 목표를 강요하는 태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클린턴과 오바마로 대변되는 민주당 집권 시절 성소수자 운동, 페미니즘, 인종주의 등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운동 등이다. 주목할 만한 성취가 있었다곤 하지만 이 운동들이 바로 '정체성 정치'의 예로 꼽힌다.

저자는 분열을 부추기는 정체성 정치를 넘어 '시민의 지위'라는 공동 운명을 공유하고 시민을 설득할 비전을 제시해야 '더 나은 진보'로 나아갈 수 있다고 대안까지 제시한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책은 미국의 정치사에 대해 풀이하며 진단하고 전망하지만 전혀 새롭거나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점 한국 사회의 정치적 상황에 적용해도 어색함이 없기 때문이다. 마침 국내 정치에선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등의 의제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보수 진영의 상태는 차치하더라도,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정치세력이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와 이러한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마크 릴라의 제안에는 '시민의 지위'라는 개념이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시민교육 활동을 언급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와 교육자가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그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공통의 미래를 상상하는 정치활동이라고 말한다.

진보든 보수든 성숙한 시민의 양성이 정치 문화의 발전도 이어올 수 있고, 진보의 경우 정체성 정치가 등한시했던 시스템 안의 민주적 요구와 제약들을 다시 익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100% 같을 순 없겠지만 '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는 미국에서 이미 겪은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우리나라에 정치적 패착을 줄일 수 있는 교과서 같은 존재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대호 옮김, 160쪽, 필로소픽, 1만45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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