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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이낙연·김종인의 40년 인연…협치로 이어질까

등록 2020.08.30 14:36:31수정 2020.08.30 1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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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전 '기자 이낙연'에 특종 준 김종인

이낙연 정계 진출 이후에도 꾸준한 인연

이낙연 "김종인 위원장부터 찾아뵙겠다"

띠동갑 여야 대표에 협치 기대감 높아져

첨예한 쟁점 간극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

'대세' 이낙연 흠집내기 등 野 공세 예상

"정상적인 사람으로 봤는데 깜짝 놀랐다"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1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0.07.15.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1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0.07.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 대표로 이낙연 의원이 선출됐다. 이에 따라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40년 가까운 인연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인연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가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던 1982년 전두환 정부의 금융실명제와 관련한 특종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취재원이 김 위원장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 7월9일 당 대표 출마 선언  뒤 뉴시스와 인터뷰(7월9일 자 <[일문일답]이낙연 "임기 7개월 평상시와 다를 것…열린민주당과 빨리 통합 필요"> 기사 참고)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각별한 인연을 전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과 알게 된 지가 38~39년 정도 되겠더라. 1982년 가을 전두환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할 것 같지만 연기할 것 같다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썼는데 그 기사 출처가 김 위원장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밤에 아파트에 갔는데 (김 위원장이) 술술술 얘기해주시더라"라고 회고하며, "그 인연을 본인도 기억하시고 후배로 많이 아껴주셨으니 이번에도 많이 알려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정계 입문 뒤에는 두 사람이 같은 당에서 합을 맞추기도 했다.

17대 국회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원내대표, 김 위원장은 당 부대표였다. 이후 서로 당적은 바뀌었지만 인연은 최근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15총선에서는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회자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종로 출마를 앞둔 이 대표는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던 김 위원장을 만나 "이번에 저쪽(통합당)으로 안 가실 거죠?"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김 위원장은 "나한테 그런 거 묻지 마셔"라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서울=뉴시스]2016년 5월2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운데)와 이낙연 전남지사(왼쪽)가 현장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6.05.02.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2016년 5월2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운데)와 이낙연 전남지사(왼쪽)가 현장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6.05.02. (사진=뉴시스DB)

◇띠동갑 이낙연·김종인…'협치 가능할까?' 기대감

68세의 이 대표와 80세 김 위원장은 나이로는 12살 차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인연과 신뢰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후보 때부터 "당선되면 김 위원장부터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 6월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 당에 대권 주자가 누가 있나. 정치판에 주자는 현재 이 의원뿐"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대표는 전날 당 대표 확정 뒤 수락연설에서도 "통합당이 정강정책을 바꾸고 극단적 세력과 결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희와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질 수 있다"며 "협치가 의외로 쉬워질 것이란 기대도 있는데 김 위원장을 곧 뵙고 그런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야 당 대표 사이의 대화 채널 '복원'에 대한 기대감도 솔솔 나온다. 특히 이해찬 전 대표와 김 위원장의 '악연'이 이낙연 대표와의 '인연'과 비교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1988년 치러진 13대 총선 당시 민주정의당 전국구(현 비례대표) 재선 의원이었던 김 위원장은 서울 관악구을에 지역구 후보로 처음 출마했다가 평화민주당 후보였던 이해찬 전 대표에게 패했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역전된다. 당시 선거에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김 위원장은 이해찬 전 대표를 컷오프(공천배제)시켰다. 일각에서는 1988년 선거 앙금이 남은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반면 이낙연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항상 깍듯하다고 전해진다. 과거 취재원으로 인연도 있지만 언행에 있어 신중한 이 대표의 철두철미한 성향이 40년 가까운 인연을 이어온 '비결'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30일 페이스북에 "여야 대화의 채널이 오랫동안 두절 상태였다"며 "이 대표가 당내 정파적 이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분이라는 점에서, 대표 경선의 와중에서 '재난 구호금은 선별적으로 지원돼야 한다'는 소신을 견지한 점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이낙연 후보가 자가격리 중 영상으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2020.08.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가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이낙연 후보가 자가격리 중 영상으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2020.08.29. [email protected]

◇'대망론' 이낙연에 대해 김종인이 관망할 수만 있을까?

물론 '대망론'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이 대표를 제1야당인 통합당이 가만히 놔둘 수 없을 것이라는 상반된 관측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4차 추가경정예산안,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 당장 눈앞에 있는 난제도 산더미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이 얼마나 여야의 간극을 좁혀 나갈지 미지수다.

균열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김원웅 광복회장의 8·15 경축사에 대해 "광복회장으로서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고 하자 "그동안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봤는데 깜짝 놀랐다"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평소에도 거침없는 언사를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이와 반대로 극히 신중한 언행을 선호하는 이 대표와 일정 부분 '간극'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0.08.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0.08.26. [email protected]


향후 의제 선점을 두고도 신경전이 전망된다. '탈보수', '약자와의 동행', '기본소득' 등 선제적으로 정치권에 화두를 던졌던 김 위원장은 현장 감각도 남 다르다. 김 위원장은 집중호우가 내리면 곧바로 가락시장에서 수급동향을 점검하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질병관리본부에 내려간다. 여당보다 한발 더 빠르게 현장에 있다는 평이다.

이에 대응해 최장수 총리 출신인 이 대표가 어떻게 국면을 끌고 갈지 관심을 모은다. 이 대표는 총리 시절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인식으로 휴일도 없이 '수첩'을 들고 현장을 누볐다. 그의 빼곡하게 적힌 수첩이 언론에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여당의 당권을 잡으면서 일각에서 '김종인 대망론'도 떠오르고 있다. 김 위원장이 평소 이에 대해 선을 그어온 만큼 가능성은 낮게 점쳐지만, 그동안 정가에서는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대선 맞대결 이야기가 자주 입에 오르내렸다.

이 밖에 두 사람에게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도 기다리고 있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니 대선급'으로 치러질 4월 빅매치의 '외나무 다리'에서 여야의 두 지휘자는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준비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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