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프로듀서로 변신한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

등록 2020.09.17 07: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안테나' 유희열 대표가 영입한 뮤지션

오늘 첫 정규앨범 '테일러(Tailor)' 발매

데이식스 원필·백예린 등 참여

[서울=뉴시스] 윤석철. 2020.09.17. (사진 = 안테나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석철. 2020.09.17. (사진 = 안테나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프로듀서 시스템의 장점은 새로운 가능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즘은 혼자서도 충분히 좋은 곡들을 만드는 시대이지만 프로듀싱은 서로에게 부족한 것들을 보완하면서 자신에게 없었던 새로운 색깔의 옷을 입는 것. 같은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에게도 그렇고요."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이 음악 프로듀서로 변신했다. '더 블랭크 숍(The BLANK Shop)'이라는 활동명을 통해 프로듀서로 활약한다. 17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첫 정규앨범 '테일러(Tailor)'가 신호탄이다.

더 블랭크 숍은 앨범 발매에 앞서 소속사 안테나뮤직을 통한 서면 인터뷰에서 "재즈 연주 음악 말고도 하고 싶은 음악들이 많다"며 프로듀서명 '더 블랭크 숍'을 새롭게 지은 이유를 밝혔다.

'윤석철 트리오'로 재즈계에서 유명한 그는 연주자와 프로듀서를 "서로 구분을 지어서 활동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듣는 분들도 헷갈리지 않을 것 같고요. 트리오 앨범을 만드는 것과는 많이 달라서 작업 중에 꽤나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그만큼 굉장히 많이 배운 것 같아서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즐겁게 만들었는데요. 요즘 다들 힘드실 텐데 이 앨범으로 조금이나마 즐거워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블랭크 숍'은 무엇이든 대입할 수 있는 빈 공간을 의미하는 '블랭크(BLANK)'처럼 아티스트 맞춤형의 폭넓은 음악들을 선보인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에 따라 14곡이 실린 이번 앨범에는 정말 다양한 협업진이 눈길을 끈다. '아이돌 명가' JYP엔터테인먼트의 밴드 '데이식스(DAY6)' 원필과 블루칩 가수 백예린이 각각 가창에 참여한 '사랑노래'와 '위 아 올 뮤즈(We are all Muse)'를 더블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사랑노래'는 짝사랑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곡이다. 원필의 음색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위 아 올 뮤즈'는 서로의 거울로서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듣고, 감각하며 영감을 주고받는다는 내용의 곡이다. 백예린의 세련된 음색과 감성이 귓가를 사로잡는다.
 
[서울=뉴시스] 윤석철. 2020.09.17. (사진 = 안테나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석철. 2020.09.17. (사진 = 안테나 제공) [email protected]

또한 피하고 싶은 상황에서 속으로 주문을 외는 '아모네대츠카포네'는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러서지 않는 사람을 응원하는 '물러설 곳 없는 사람'은 권정열의 1인 밴드 '십센치'(10㎝), 세계에는 진실한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랑 없이 어떻게 살아'에는 가수 하헌진이 목소리를 보탰다.

이 세상의 모든 늦잠꾸러기들을 위한 모닝콜 '게으른 아침들', 윤석철이 작·편곡은 물론 직접 피아노와 신시사이저를 연주한 '스테이 앳 홈(Stay at home)', '킥 더 라디오(Kick The Radio)(Feat. 까데호)', '합주 중'도 담겼다.
 
특히 이진아가 피처링한 곡으로 랜선 속에서 재즈 트리오의 연주를 듣고 감동받은 데이터의 마음을 표현한 '랜선탈출', 유쾌하고 개성 넘치는 '옷장에 곰팡', 나른한 분위기의 '하품하게 되는 노래', 숫자에 대한 의미를 고민하게 하는 '500,000', 감성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으로 인디 싱어송라이터 안녕하신가영이 노래한 '내가 할 수 없는 일'도 눈길을 끈다.

이처럼 뮤지션이 다양함에도 협업을 할 수 있었던 공통적인 기준이 있을까. 더 블랭크 숍은 "거의 모든 곡들은 해당 아티스트를 염두하고 만들었다"고 전했다.

"다들 친분이 조금씩 있는 분들이고 실제로 같이 작업도 하고 공연도 했던 분들이라 그들의 고유의 스타일과 음악의 취향,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하헌진은 블루스를 좋아하고 잘합니다. 거기에 저의 피아노 코드 진행이 합쳐지면 굉장히 신선하겠다 생각을 했고요. 이진아는 재즈를 좋아하고 잘합니다. 8bit 게임에서 쓰이는 원초적인 신시사이저 소리로 스윙 곡을 만들면 정말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단사를 뜻하는 앨범명 '테일러(Tailor)'가 수긍이 간다. 여러 아티스트에게 꼭 맞는 음악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옷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이 앨범을 기획했습니다. 거의 모든 곡들은 처음부터 보컬 분들을 정하고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팬으로서 제가 바라보는 가수의 이미지, 그분들의 음악 스타일, 나의 색깔들을 계속 고민하다 보면 밸런스가 맞는 지점이 있었는데요. 콘셉트가 잡히면 나머지 작업은 꽤 수월했습니다."

[서울=뉴시스] 윤석철. 2020.09.17. (사진 = 안테나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석철. 2020.09.17. (사진 = 안테나 제공) [email protected]

안테나에서 박새별 이후 11년 만에 K팝스타를 거치지 않고 영입한 뮤지션이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유희열 대표가 큰 결심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 안테나와 계약을 체결했다. "식구가 된 지 1년6개월이 됐는데 벌써 두 장의 앨범을 여기서 발표했네요. '안테나에 기여를 한다'라는 것은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제 할 일을 열심히 할 예정인데요. 그게 앞으로 안테나에 도움이 되는 일이길 바랍니다."

한편 '윤석철 트리오'는 윤석철 외에 정상이(베이스), 김영진(드럼)으로 구성됐다. 활기 넘치는 그루브, 일렁이는 감성으로 마니아의 지지를 받고 있다. 2009년 뭉쳐 올해 지난해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유기적이고 실험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재즈 외에도 자이언티, 권진아, 샘김, 백예린, 폴킴 등의 뮤지션과도 작업을 해왔다.

"재즈가 아닌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접할 때 아슬아슬 외줄 타기 한다는 기분을 많이 갖습니다. 연주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뭔가 겉핥기식으로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른 신의 뮤지션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새로운 음악도 많이 듣고 특유의 문화도 알게 되면서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할 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요즘에는 최예근, 윤지영, 겨울에서 봄, 쿠인, 정원영밴드의 음악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더 블랭크 숍'의 활동 계획과 목표에 대해 묻자 "아직 상상을 하는 단계"라는 그는 "천천히 필요한 것들을 공부한다든지, 필요한 장비를 구입 한다든지 새로운 사람들, 환경에서 또 열심히 연주하고 곡 쓸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