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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남인우 연출 "코로나시대, 뉴미디어보다 인간성 탐구"

등록 2020.09.18 10: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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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온라인 극장' 첫작품 '불꽃놀이' 공연

[서울=뉴시스] 남인우 연출. 2020.09.1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인우 연출. 2020.09.1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공연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온라인 상영에서는 어떻게 보여 지는지, 관객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예측할 수 없어 너무 무섭고 부담스럽죠."

올해 70주년을 맞는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벌이는 초유의 실험에 남인우 연출이 선봉장으로 나선다.

국립극단이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해 선보이는 '온라인 극장'의 첫 작품으로 그의 신작 '불꽃놀이'(작 김민정)가 선정됐다.

지난 6월 오프라인인 서계동 국립극단에서 개막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로 인해 3개월이 지난 오는 25~26일 온라인으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남 연출과 인터뷰도 지난 6월 대면으로 진행됐으나, 공연연기로 공개가 미뤄졌다 최근 전화 통화한 내용을 더해 선보이게 됐다.

지난 3개월 동안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서 미디어·영상과 치열하게 씨름을 해온 남 연출은 어릴 적 영상을 통해 먼저 접한 연극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시골에서 보낸 중고등학교 시절에 연극을 본 기억은 딱 한번 밖에 없어요. 케이블TV를 통해 녹화된 연극을 보면서 갈증을 풀었죠."
 
다만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번 온라인 환경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온라인극장 '불꽃놀이' 상영화면. 2020.09.1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온라인극장 '불꽃놀이' 상영화면. 2020.09.1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연극은 멈추지 않고 한 번에 쭉 가는 현장성이 중요하잖아요. 같은 시공간의 '지금'을 공유한다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사전 녹화된 영상을 편집해서) 스트리밍하는 것은 그렇지 않죠. 이번이 온라인 공연에 대한 인적·기술·포맷의 인프라 확장에 대한 실험과 도전의 기회가 됐으면 해요."

'불꽃놀이'의 온라인 관람권은 2500원이다. 공연 장르 중 뮤지컬, 클래식의 유료화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업성이 가장 덜한 연극의 유료 온라인 공개는 이례적이다. 다른 뮤지컬의 유료 공연 관람권이 2~4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적인 면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남 연출은 "온라인 유료 상영에 대해 찬성한다"고 했다. "예술가들이 만든 작업을 늘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은 올바른 방법은 아니죠."

지난 2003년 제주의 설화에 기반을 둔 '가믄장아기'로 데뷔한 남 연출은 소리꾼 이자람의 '사천가', '억척가' 등 전통연희와 현대 연극을 접목하는 작업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번 '불꽃놀이'는 굿의 형식과 서사에 주목했다. 사고로 친구들을 한꺼번에 잃고 끝없는 부채감에 시달리는 주인공 희수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문다. 친구들의 영혼을 놓아주기 위해 청춘을 송두리째 삼켜버린 그 날을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다. 죽은 영혼이 산 사람이 살아내기를 바라며 돕는 '진혼굿'의 서사에 착안해 풀어냈다.

[서울=뉴시스] 남인우 연출. 2020.09.1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인우 연출. 2020.09.1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우리는 근대화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우리 것을 부정적으로 거세당했어요. 탄압도 있었고요. 특히 굿은 '혐오'의 대상이 됐죠. 굿은 개인의 서사를 공동의 경험으로 만들어줘요. 일제강점기, 경제발전 체제를 거치면서 우리 개개인이 실종됐는데, 다른 집이 굿을 할 때 지켜보면서 같이 울어주는 것은 개인의 서사를 기억하는 동시에 공동체가 함께 힐링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굿 형식은 사람들이 감정이 직접 오가는 현장성이 중요하다. '불꽃놀이'도 애초 오프라인 공연 형식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불분명한 '이머시브 시어터'에 가까웠다. 객석이 무대를 사면으로 둘러싸고, 배우가 객석 사이사이를 누비며 몇몇 관객도 무대 위로 초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공연에서는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남 연출은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공감각적 감각을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요. 카메라는 인간의 눈을 따라갈 수 없고, 소리와 빛의 예술도 전달할 수 없죠. 음악과 음향의 현장감은 영상을 거의 못 따라가요. 어떤 장면은 음악이 확 커져야 하는데, 영상에서는 사운드 밸런스를 위해 극대화하지 못하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디어를 많이 접한 요즘 세대는 영상에 대해 기대하는 결과치도 높다. "이 시대에 '연극이 어떻게 생존을 해야 하나' '관객과 어떻게 만나야 하나'라는 고민을 계속 하고 있어요. 비주얼적으로는 영화를, 서사적으로는 드라마를 따라가기 힘든데 한 공간 안에서 몸의 사회적 관계도 맺을 수 있는 공연이 영상을 통해서는 어떤 역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죠. 그러데 연극사를 봐도 새로운 기술과 발상이 연극 발전에 도움이 됐어요. 중요한 시점에 있는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 '불꽃놀이' 공연사진. 2020.09.1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불꽃놀이' 공연사진. 2020.09.18.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그럼에도 남 연출은 기술에만 천착하지 않았다. 기술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오히려 인간성을 톺아보고 있다.
 
"코로나19를 접하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측면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어떻게 전파되는지도 모르는 바이러스 때문에) 가까운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심지어 스스로도 감염 여부를 모르니 계속 자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죠. 아울러 혐오와 차별의 코드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생기고요."

그래서 예술가들은 코로나19 시대에 뉴미디어 문제보다 인간성에 대한 탐구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여겼다. "백신, 치료제가 나오면 인간은 지금 고민하는 것을 또 잊겠죠. 비윤리적인 동물 사육과 과도한 소비, 그리고 현재 상황으로 촉발된 혐오, 분열, 증오. 이런 부분에 대해 계속 의심할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불꽃놀이'는 국립극단 '우리 연극 원형의 재발견③ 하지맞이 놀굿풀굿' 프로젝트의 하나다. 한국 전통 공연예술의 다양한 원형에서 한국적 연극성을 재발견하고, 이를 동시대 연극형식으로 수용함으로써 한국연극 고유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로 2018년 첫 선을 보였다.

올해는 '굿'을 모티브로 세 편의 쇼케이스와 '불꽃놀이'를 지난 6월부터 소극장판에서 한달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수도권 방역 강화조치로 관객과 만나지 못했다. 쇼케이스 세 편은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26일 오후 4시30분 등 두 번에 걸쳐 국립극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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