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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조 국민연금, 마약 하고 투자하나

등록 2020.09.18 11: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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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투자 운용역 4명 '대마 흡입 혐의' 경찰 수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잊을만 하면 '기강해이'

국민 노후자산 750조…대체투자 파트 90조 달해

기금운용본부, 1999년도 설립…올해 수익률 0.5% 부진

750조 국민연금, 마약 하고 투자하나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국민연금 운용역들이 대마초를 흡입해 경찰 수사를 받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750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의 '기강 해이' 사례라 기금 관리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전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책임운용역 1명, 전임운용역 3명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대체투자 운용역으로 구성된 이들은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한 차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 업무 배제 및 경찰 고발 조치를 취했다. 이들 운용역은 내부감사를 받은 뒤 지난 9일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조치됐다.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6월 말 현재 752조2000억원을 굴리고 있다. 이들 운용역이 근무한 대체투자 부문은 약 90조5000억원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2%에 달한다.

대체투자 자산은 주식이나 채권과 같이 전통적 자산이 아닌 사모투자, 부동산 투자 등을 일컫는다. 이외에도 항공기나 선박 등 다양한 투자자산이 대체투자에 묶인다.

대체투자 운용역들은 투자 검토를 위해 직접 실사를 거쳐야 해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다. 또 해외 운용사 등 현지 인력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해외파 출신 인력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750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노후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내 기관이다. 본부는 지난 1999년 노후자산을 불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돼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있다.

설립 당시 6개팀, 40명으로 시작해 2003년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고 2010년 300조원, 올해 700조원을 넘기며 글로벌 연기금으로 자리잡았다.

국민연금의 올해 상반기 수익률이 0.5%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각국의 부양책에 힘입어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기금의 설립 이후 연평균 누적수익률은 5.30%, 누적 수익금은 총 371조2000억원이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의 '기강 해이' 문제는 잊힐 만 하면 한 번씩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8년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 114명이 2013~2017년 5년간 해외 위탁운용사로부터 8억5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원받아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 임직원 행동강령에는 직무관련자로부터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가 위탁운용사 선정과 운용의 공정성을 해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7년 음주운전, 성 관련 비위, 금품수수, 기밀유출 등을 저지른 직원에 대해 대부분 솜방망이 징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12~2016년 5년간 국민연금공단 징계현황 총 57건 중 54건이 견책이나 감봉 1~3월, 정직 1~3월 등 낮은 수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임은 2건, 파면은 2건이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측은 "공단은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는 4명에 대해 자체적발, 업무 배제, 고발조치를 했고 엄중함을 고려해 해임했다"며 "향후에도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단은 재발 방지를 위해 전 직원 공직기강 교육 실시 및 위반자에 대한 퇴출 기준 강화 등 고강도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며 "공단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으로 기금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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