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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즈버그 미 대법원판사 타계…트럼프, '보수' 지명 절호의 기회

등록 2020.09.19 11:56:11수정 2020.09.19 12: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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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2018년 4월 자료시진의 긴즈버그 판사

[AP/뉴시스] 2018년 4월 자료시진의 긴즈버그 판사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국의 강력한 진보파 대법원판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판사가 19일 아침8시반(한국시간) 타계했다.

향년 87세로 9명의 미 연방 대법원판사 중 가장 연로했던 긴즈버그 판사는 5년 전부터 암수술 등 수 차례 위중한 병으로 입원해 진보 성향 미국인들의 안타까움을 불러일러켰다.

현재 미 연방 대법원은 9명 판사 중 진보파가 긴즈버그 포함 4명으로 소수파며 유대계 출신의 여성인 긴즈버그 판사가 이 소수파의 수장 역할을 해왔다.

긴즈버그 판사가 병원에 갈 때마다 미 언론들은 긴즈버그가 사망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또다른 강경 보수파 법조인을 대법원에 밀어넣어 6 대 3의 절대적 우세를 만들 찬스가 생긴다는 점을 부각시켜왔다.

긴즈버그 판사의 이날 사망은 미 진보파 진영에게는 11월3일 대선이 44일 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악몽에 버금가는 나쁜 뉴스라고 할 수 있다.

긴즈버그 사망 뉴스 직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트럼프와 합심해 강경 보수파 법조인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를 대논란을 헤치며 대법원에 입성시킨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대대표는 "대선 전까지 후임 판사 지명자를 상원 투표를 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연방 대법원이 미국 정치와 생황에서 중차대한 의미를 지니며 긴즈버그 판사의 대법원 내 위치가 막중한 것을 말해주고 있다. 대쪽같은 진보 판결로 노령에도 강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긴즈버그 판사의 타계 소식에 수백 명의 추종자들이 의상당 뒤 대법원 앞으로 몰려들었다.

[워싱턴=AP/뉴시스] 긴즈버그 판사 타계 소식에 18일 밤 많은 사람들이 워싱턴의 연방 대법원에 몰려와 계단에 모여 추모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긴즈버그 판사 타계 소식에 18일 밤 많은 사람들이 워싱턴의 연방 대법원에 몰려와 계단에 모여 추모하고 있다 

긴즈버그 판사는 27년 전인 1993년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미 연방 대법원판사에 인준되었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성취한 커다란 업적으로 평가된다. 9명 현 대법 판사 중 나이로는 최연장이나 대법원 재직 년수로는 초강경 보수 판사로 흑인인 클래런스 토마스보다 2년 늦은 두 번째 최경력 판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1년을 앞둔 2016년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강경 보수파 판사인 앤토닌 스칼리아 판사의 급서라는 '호기'를 맞았으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지도자의 의지에 밀려 이 호기를 살리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스칼리아 후임으로 진보 성향의 매릭 갈런드 워싱턴 항소심 원장을 지명했으나 매코널과 공화당 상원은 똘똘 뭉쳐 지명 인준투표는커녕 청문회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2017년 트럼프가 뜻밖의 당선으로 백악관에 들어오자마자 매코널은 유일하게 상원인준 절차 중 60표가 있어야 하는 대법원판사 조항을 핵옵션으로 50표로 바꿔치기하는 데 성공했다. 54석이었던 공화당은 즉시 고서치를 인준 찬성시켰다.

2019년 보수파였으나 종종 진보 성향 투표를 던져 4대 4 상황에서 중대한 균형추 역할을 했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원판사가 돌연 은퇴를 선언했고 트럼프과 매코널은 즉각 강경 보수의 브렛 캐버노를 지명했다. 갈런드 밑 워싱턴 항소심 판사였던 캐버노는 대학생 때 성추행 의혹이 폭로되었으나 결국 지난해 9월 찬성 52표로 대법원  입성에 성공했다.

과연 트럼프와 매코널이 대선 44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선 전 혹은 내년 1월3일 새 상원 회기개시 전까지 긴즈버그 판사 후임으로 세번 째 보수파 법조인을 연방 대법원에 진출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사안이 1973년 나온 여성의 낙태권 합헌 대법원 판결로 보수 절대 우위가 되면 이는 금방 뒤집어질 수 있다.

이날 타계한 긴즈버그 판사는 오바마 정부 말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으며 그때 은퇴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확실한 진보 후임 판사 지명 기회를 주는 편이 낫지 않느냐는 견해가 대두되었으나 긴즈버그는 이를 완강하게 거부했었다. 결국 긴즈버그는 민주당이 바라지 않은 시기에 세상과 대법원을 떠나 미국 대선을 한층 진영 싸움장으로 격화시키는 불씨가 된 셈이다.

미 연방 대법원은 여름 휴가를 끝내고 10월부터 내년 6월까지 새 회기를 시작한다. 이 10개월 동안 미국인의 삶을 좌우할 최대 100건의 판결이 나온다.

긴즈버그 판사와 함께 대법원 진보 진영을 이루어온 판사는 스티븐 브레이어(82) 및 여성들인 소니야 소토마요르(62), 엘레나 케이건(56) 판사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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