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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 요제프 멩겔레의 궤적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

등록 2020.09.22 17: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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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 (사진= 열린책들 제공) 2020.09.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 (사진= 열린책들 제공) 2020.09.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헬무트 그레고어, 프리츠 울만, 페터 호흐비힐러, 볼프강 게르하르트 등 가짜 신분으로 살아간 전범 요제프 멩겔레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됐다. 

요제프 멩겔레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수용소에서 잔인한 인체 실험을 벌였던 실존 인물이다.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까지 붙은 그는 각국 사법부, 정보부, 기자와 현상금 사냥꾼 들의 타깃이 됐지만 끝까지 숨어서 법의 심판을 피했다. 

엥겔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후 멩겔레가 아르헨티나로 도망쳐 브라질에서 사망할 때까지 남미에서 보낸 시절을 다룬다.

1949년 멩겔레는 헬무트 그레고어라는 이름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에 도착했고, 여러 번 이름과 신분을 바꿔 가며 전범 추적에서 벗어난다.  

농기구 회사를 운영하는 멩겔레 집안은 그의 도피 생활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돈을 보고, 아니면 나치 독일을 추종해서 그를 돕는 조력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오두막에서 벌벌 떨던 시기도 있지만 멩겔레는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과 파티를 벌이기도 하고, 심지어 독일에 있는 본가에 돌아가기도 한다. 그는 절대 과거를 뉘우치지 않는다.

죽어 가는 멩겔레에게 친아들인 롤프가 찾아와서 아우슈비츠에서 대체 어떤 짓을 했는지 묻자 멩겔레는 '그 낡아 빠진 얘기들'이라고 대꾸하고 얼마 후  지인의 가족들과 해변에 갔다가 숨을 거둔다. 

 저자는 3년이 넘는 자료 조사, 현지 답사를 바탕으로 멩겔레의 삶을 소설로 재구성했다.

 독자를 멩겔레가 숨어 있는 오두막으로, 전직 나치들이 파티를 벌이는 저택으로, 멩겔레가 숨을 거둔 브라질 해변으로 데려다 놓는다.

문체는 건조해도  이야기는 다양한 감정을 촉발시킨다. 멩겔레의 추악함에 속이 거북해지고, 부조리함에 분노하고 서글퍼지면서도, 너무 황당한 상황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저자는 "인간은 외부의 영향에 쉽게 변화하는 생물이므로 경계해야 한다"는 말로 이 소설을 마무리한다. 윤정임 옮김 344쪽, 열린책들, 1만38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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