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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美 언급 없이 수위 조절…내부 결속 강화, 南엔 유화

등록 2020.10.11 01: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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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75주년 열병식 연설…"전쟁 억제력 강화"

"정당방위 수단, 그 누구 겨냥 아냐" 수위 조절

최고 지도자로서 고뇌 털어놓으며 울먹이기도

"정말 면목 없다" "인민 믿음 지킬 것" 내부 결집

대남 유화 메시지도…"빨리 북남 두 손 맞잡길"

남북 정상 라인 유지 속 美 대선 뒤 돌파구 여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2020.10.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2020.10.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경제 제재에 맞서 자위적 억제력 강화 의지를 밝혔지만 핵은 물론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없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해 복구 등 삼중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민들을 향해선 거듭 감사의 뜻을 전하며 내부 결속을 꾀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고 지칭하며 "하루 빨리 북과 남이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혀 코로나19 극복 후 남북 간 대화 여지를 열어놓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해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0일 오후 7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녹화 영상을 공개했다. 열병식은 이날 0시부터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심야에 열병식은 연 것은 처음으로 북한은 불꽃놀이와 각종 조명을 동원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에 참석해 "군사력의 현대성은 많이도 변했으며 발전의 속도를 누구나 쉽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군사력은 그 누구도 넘보거나 견주지 못할 만큼 발전하고 변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단한 갱신 목표들을 점령해 가고 있다"며 전쟁 억제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방송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2020.10.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방송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email protected]

특히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 관리하기 위해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서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기존 화성-15형(2017년 11월 공개)에 비해 길이가 길어지고 두께도 굵어진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바퀴 수가9축에서 11축으로 늘어난 이동식 발사차량(TEL)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 지난해 공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에서 한층 진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극성-4형도 공개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전쟁 억제력이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선제 도발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부각시켰다. 그는 "전쟁 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서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5월24일 김 위원장 주재로 열린 중앙군사위 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이번 연설에서는 '전쟁 억제력'으로 표현 수위를 낮췄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연설중 울먹이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2020.10.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을 방송하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 도중 울먹이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email protected]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핵위협"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을 언급했지만 직접적으로 미국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미 대선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미 도발을 자제하면서도 신형 무기를 선보이며 향후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방역, 수해 복구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인민들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하며 내부 결속에도 나섰다. 최고 지도자로서 고뇌를 털어놓는가 하면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하늘 같고 바다 같은 우리 인민의 너무도 크나큰 믿음을 받아 안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대로 한 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가 전체 인민의 신임 속에 위대한 수령과 위대한 장군님의 위업을 받들어 이 나라를 이끄는 중책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해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인민의 하늘같은 믿음을 자키는 일에 설사 몸이 찢기고 부서진다고 해도 그 믿음만은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무조건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핵과 미사일 개발로 자위적인 국방력은 어느 정도 완성했으나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 방역, 수해로 인해 원하는 만큼 경제력을 확보하지 못한 현 상황에 대해 인민들의 이해를 직접 구하며 인민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 최고지도자와 인민 사이의 동기화를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2020.10.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북한 조선중앙TV가 10일 오후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email protected]

김 위원장은 남측을 향해선 짧지만 강한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북한군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으로 악화된 남측 민심을 다독이면서 향후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될 경우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전세계 상황을 언급하며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 빨리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에게 보낸 친서에서도 "끔찍한 올해의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리는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후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모두 끊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상간 라인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미 대선이 끝난 뒤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북미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일, 미국 대선, 내년 1월 초 북한의 노동당 8차 대회 등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현상 유지'에서 '현상 변화'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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