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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가의 국민보호…이 또한 헌법적 가치다

등록 2020.10.15 14: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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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가의 국민보호…이 또한 헌법적 가치다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광복절이었던 지난 8월15일 보수단체들의 광화문 집회 현장을 취재한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이 집회와 관련된 누적확진자는 647명었다.

당시 취재를 하면서 목격한 참가자들 모습은 우려 그 자체였다. 거리두기는커녕 한곳에 모여 음식을 나눠먹기도 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신고 규모를 훨씬 초과하는 인원이 몰려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를 두고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이달 12일 열린 출입기자단 정례 간담회에서 "신뢰관계가 훼손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결국 8월30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다. 이후 9월14일 2단계로 조정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달 12일에 들어서야 2단계에서 1단계로 완화됐다.

2개월이 채 안되는 이 기간 동안 국민들이 겪은 불편, 특히 자영업자들이 입은 피해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일부 보수단체들의 '참여 제한 인원수를 넘어서는' 집회 열망은 식지 않는다. 자유연대는 '10명 미만'에서 '100명 미만'이 된 1단계 상황이 되자 광화문 일대 5곳에 각각 300명씩, 8·15비대위는 1000명 규모의 주말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이들은 경찰의 금지통고가 내려지고 국민적 지탄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강조하는 것이 있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21조이다.

최인식 8·15비상대책위원회(8·15비대위)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들에게 집회는 헌법에 나와 있는 기본적 권리라며 "허가 사항이 아니다"라는 주장까지 했다.

집회·결사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것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특히 민주주의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피와 눈물의 현대사'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에게 집회·결사의 자유는 더욱 절절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런데 대규모 집회를 고집하는 단체들에게 간단한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이왕 펼쳐본 헌법, 조금만 더 넘겨보자는 것이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34조6항)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제36조 3항)

사전을 찾아봐도 '재해'의 의미는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이번 전염병 사태도 포함된다.

대한민국과 국민들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와 싸우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국가는 확산의 우려를 줄이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노력은 단순히 도의적이 아닌 헌법적 의무이다.

취재를 하면서 만난 60대 자영업자의 말이 생각난다.

"보수단체의 시위를 평생 하지 말라는 게 아니잖아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나면 하든 말든 상관 없어요. 자영업자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의 지침을 따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렸습니다."

특수한 상황이다. 그리고 절박한 상황이다. 밀접접촉이 우려돼 이때만 대규모 집회를 열지 말자는 정부 결정을 '기본권 침해'가 아닌 '국민 보호 노력'으로 바라보자고 하면 그들에겐 무리한 요구일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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