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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코로나19로 되돌아보는 '우리시대의 관성'

등록 2020.10.16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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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  물리학에서 관성은 외력이 없는 한 물체가 하던 운동을 계속하려는 성질을 의미한다. 특정 속도로 움직이고 있던 물체는 계속 그 속도로 움직이고, 가만히 정지해 있던 물체는 그대로 정지해 있고자 하는 것이 물체의 기본적인 성질이다. 이러한 물체에 외력이 가해지면 원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관성에 의한 저항이 생기게 된다.

이는 자연이 안정적인 에너지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성질과도 연결된다. 열역학 제1법칙을 통해 보면 자연에서의 자발적인 반응은 에너지가 낮은 안정적인 상태로 가기 위해 일어난다. 물체의 입장에서 보면 원래 가지고 있던 운동상태가 가장 안정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관성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도 외부 요인으로 변화가 생기면 자정작용을 통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본래 유지하던 삶에 적응되면 그 상태가 가장 안정적이고 편하기 때문에 변화가 생기는 걸 싫어한다. 변화가 생기면 그 상황에 다시 적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변화에 대해 저항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상이 바뀌어버린 지금,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본래의 일상은 우리가 이미 적응했던 안정적이고 편한 삶이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는 우리에게 불편함과 추가적인 에너지 소모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살펴볼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변화 없는 안정적이고 편한 삶이 무조건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이다. 자연은 안정적인 상태를 추구하지만,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자발적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외부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해서 원래 상태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부패하고 변질되게 된다.

즉,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지속적인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물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하고, 에너지 공급이 없어져 생명 활동이 멈추면 생물은 부패하고 썩게 되는 원리와 같다.

생명 유지 이상의 성장을 위해서는 당연히 더 많은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정적인 에너지 상태를 추구하는 자연에서 자체적으로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공급할 확률은 낮으므로, 성장을 위해서는 외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성장을 위한 변화 요인이 될 것인지는 우리가 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로 살펴볼 점은, 이 변화가 생긴 원인에 대해서이다. 코로나19는 기후변화로 인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 파괴로 동물매개 전염병이 인간에게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은 자연 안에서 살면서 자연이 주는 자원을 가지고 생존과 번영을 위한 경제활동을 해 왔다. 몇 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을 경험하면서 인간은 석탄, 석유 등 자연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 생활의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며 현재의 문명을 이룩했지만, 그로 인한 자연 생태계 파괴가 인간생존에 위협을 주는 결과를 낳는다는 건 그로부터 백 년이 훨씬 지난 후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제는 기후변화가 인간이 얻은 풍요로움과 편리함에 대한 대가였다는 사실을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결국, 인간은 더 안정적이고 편안한 상태에 있기 위해 행해왔던 활동들로 자연에 큰 변화를 야기했고 그로 인해 인간이 되레 강제적이고 급격한 변화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연은 자정작용을 통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야기된 변화를 복구시켜왔다. 그 노력 덕분에 우리가 기후변화와 그 위험성을 인지하는데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 속도와 범위는 누구나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급격하게 빨라지고 넓어지고 있다.

유례없이 길었던 장마, 연이어 발생한 태풍 같은 기상이변 현상과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까지 신종 전염병의 발생 주기는 짧아지고 빈도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5차 평가보고서(2014)에서는 1970년부터 2011년까지 40여 년간의 전 세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1970년 이전 220년간의 누적배출량과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의 급속한 증가로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가까이 오른 반면, 최근에는 10년에 0.2도씩 오르고 있으며 현재 파리협정에서 약속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모두 달성한다 해도 금번 세기말에 3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자연은 얼마 가지 않아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복원력의 임계치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용수철이나 고무줄을 일정 이하의 힘으로 잡아당기면 복원력에 의해 원래 모양으로 돌아가지만 탄성 한계를 넘는 힘이 가해지면 복원력을 잃고 모양이 변형되는 것처럼 자연이 감당할 수 없는 변화가 가중되면 결국 그 복원력을 잃게 되고 생태계 시스템은 붕괴할 수도 있다.

그 임계치를 과학자들은 평균기온 2도 상승으로 보고 있다. 인류가 앞으로도 과거의 방식대로 풍요로움과 편리함만을 추구한다면 앞으로의 100년은 아무도 생존을 기약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최근 우리나라는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연간 7억t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세계 11위 국가이고 기후 악당으로 불리고 있다. 인구 한 명당 배출량은 세계 5위에 달한다.

이에 지난 9월, 국회에서는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반대표 없이 통과시켜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적극적인 전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제 이러한 위기감을 우리 개인들도 함께 공감하고 동참해야 할 때이다.

다소 불편하고 비용이 더 소모된다 하더라도 기존에 지속해왔던 안정적인 방식을 중단하고, 우리가 불편하고 불안정한 변화를 감수한다면 이것이 우리에게 다시금 안정적이고 더 나은 미래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인해 겪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경제침체라는 불편한 변화로 미세먼지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을 다시 만끽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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