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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죽음앞에 인간은 평등하다는 울림…'종이꽃'

등록 2020.10.22 10: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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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종이꽃' 스틸. (사진=(주)로드픽쳐스 제공) 2020.10.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종이꽃' 스틸. (사진=(주)로드픽쳐스 제공) 2020.10.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하얀 꽃이 쌓여간다. 죽은 이들의 넋을 기리며 위로하는 '종이꽃'이다.

'종이꽃'은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져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아들과 살아가는 장의사 '성길'이 앞집으로 이사 온 모녀를 만나 잊고 있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는 삶과 죽음을 동시에 조명한다. 장례에 쓰이는 종이꽃이라는 색다른 소재로 흥미를 끌며, 죽음과 우리의 장례 문화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또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이들을 통해 삶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안성기가 평생 장의사의 길을 걸어온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아버지 '성길'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장의사로 염을 하고 종이꽃을 접는 안성기의 손길은 투박하면서도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성길은 넉넉지 않은 살림에 대규모 상조회사와 계약을 맺고 새로 일을 시작하지만, 죽음 앞에서 돈으로 계산되는 현실 속에 고뇌한다. 생전에 노숙인을 비롯해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살았지만 가족도 재산도 없는 이의 죽음은 누구 하나 찾지 않고 초라하다. 그저 서둘러 처리되어야 할 일로 치부되고 오직 돈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성길은 괴로워한다.  
[서울=뉴시스]영화 '종이꽃' 스틸. (사진=(주)로드픽쳐스 제공) 2020.10.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종이꽃' 스틸. (사진=(주)로드픽쳐스 제공) 2020.10.21. [email protected]

영화는 죽음 앞에서 누구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가장 비싼 관을 써도, 싼 가격의 관을 써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똑같이 썩을 뿐이다.

안성기는 주름에 깊어진 눈빛으로 긴말을 하지 않아도 지치고 외로운 장의사와 아버지의 그림자를 섬세하고 무게감 있게 그려냈다. 앞집에 이사 온 아이 '노을'(장재희)과의 케미도 눈에 띈다. 노을과 고양이 장례식을 함께 치르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죽음도 담담히 담았다.

얼굴에 큰 흉터를 갖고 과거 가정사의 아픔이 있지만 딸 노을이와 함께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은숙'(유진)은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후 삶을 포기하려는 성길의 아들 '지혁'(김혜성)을 간호하며 그럼에도 살만하다는, 삶의 희망을 전한다. 은숙은 밝은 모습으로 지혁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스스로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온기를 불어넣는다.

하지만 안성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아쉬움을 남긴다. 삶과 죽음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이야기는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하지는 못한다.
[서울=뉴시스]영화 '종이꽃' 스틸. (사진=(주)로드픽쳐스 제공) 2020.10.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영화 '종이꽃' 스틸. (사진=(주)로드픽쳐스 제공) 2020.10.21. [email protected]

죽음 앞에서 인간의 존엄에 대한 평등을 강조하지만, 극의 전개는 매끄럽지 못하고 산만해 자연스러운 공감을 얻지 못한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성길의 과거 트라우마 역시 의아함을 안긴다. 감춰진 삶의 상처가 있는 '은숙'은 그 감정을 공감하기엔 너무나 하염없이 밝은 '캔디'의 모습으로 괴리감을 지우기가 어렵다.

'종이꽃'은 지난 4월 열린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인 백금상을 받았다. 안성기는 한국 배우 최초로 이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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