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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수원 감독 "19살 어린 친구들 죽음이어서 안타까웠다"

등록 2020.10.27 18: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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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신작 영화 '젊은이의 양지'

구의역 스크린도어 고치다 사망한 김군 사건 시작점

무한경쟁사회 현대인의 비극 담아

[서울=뉴시스] 신수원 감독. (사진=준필름 제공)

[서울=뉴시스] 신수원 감독. (사진=준필름 제공)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신수원 감독이 극한의 경쟁사회에 내몰린 현대인의 비극을 담은 '젊은이의 양지'로 돌아왔다.

'명왕성' '마돈나'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예리하게 고발해온 신 감독은 이번에도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오는 28일 '젊은이의 양지' 개봉을 앞두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 감독은 "인간의 이야기를 하면 사회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를 포장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젊은이의 양지'는 채권 추심 콜센터 계약직 센터장 세연(김호정)이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유서를 남긴 채 사라진 뒤 변사체로 발견된 준(윤찬영)으로부터 매일 같이 날아오는 메시지를 받으며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에 다가가는 미스터리를 그린다.

 '지금, 우리'라는 연대를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선보이는 신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현대인의 삶을 기민하고 통찰력 있게 고찰한다.

신 감독은 연출 의도에 대해 "무한한 경쟁과 돈에 몰린 세대에게 보내는 따뜻한 사과이자 위로"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영화 '젊은이의 양지'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서울=뉴시스] 영화 '젊은이의 양지'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이 작품을 구상하는 데는 2016년 일어난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김군 사건이 시작점이 됐다. 이후에도 일터에서 벌어진 청년들의 죽음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세월호 사건 2년 만에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던 19살 실습생이 죽었던 사건이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그때의 잔상이 남았다"며 "이후 다큐를 봤는데 콜센터의 19살 직원의 자살 사건도 있었고, 촬영 직전 김용균씨의 사고가 터졌다. 무거운 마음이지만 꼭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콜센터 실습생의 나이를 19살로 설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제 막 스무살을 앞둔 19살 어린 친구들의 죽음이어서 안타까웠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며 "19살은 뭔가를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시각지대에 놓여 있는 인물들의 현실에 감정적으로 동요가 컸다"고 답했다.

이야기는 콜센터이 계약직 센터장 세연과 19살 실습생 준, 꿈이 정직원인 세연의 딸 미래 등 세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성과와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인물이다.

주인공의 직업군을 콜센터 직원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인간의 감정마저 착취하는 구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준은 사진작가가 꿈이지만 생계를 위해 세연의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을 하게 된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고객 전화에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 기저귀를 차고 업무를 본다. 욕설 등 악성 민원으로 갖은 수모를 겪은 준에게 극 중 어른으로 대변되는 세연은 "월급은 그 알량한 자존심을 팔아서 받는 것"이라고 다그친다.

그렇다고 세연이 악한 인물로 묘사되는 것은 아니다. 세연 역시 무한경쟁에 내몰려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불안한 중산층을 대변한다.
[서울=뉴시스] 영화 '젊은이의 양지' 포스터.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서울=뉴시스] 영화 '젊은이의 양지' 포스터.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신 감독은 "콜센터 직원들과 노모사 등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며 "업무환경이 가장 열악하다고 판단했다. 업무강도는 높으면서 인간으로서 권익은 보호받지 못하는 감정 노동자들의 고충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영화는 특히 세연의 감정선에 주목한다. 세연은 준이 사라지고 취업 준비를 하는 딸이 몰락해 가는 모습을 보며 심경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신 감독은 "이 영화는 미스터리 심리 드라마로 세연의 심리를 따라간다"며 "일반적인 스릴러는 범인을 밝히는 데 주력하지만 세연이 심리적 갈등을 겪으며 자신을 되돌아볼수 있도로 하는 것이 중요했다. 미스터리 장치는 사용했지만 거기에 주안점을 두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물 안으로 들어가기보다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한다"며 "영화를 만들수록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지는 것 같다.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젊은이의 양지'는 지난달 열린 제18회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신 감독은 이 영화제에서 '명왕성'(2013)으로 심사위원상을, '마돈나'(2016)로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지방에서 촬영 중 밤늦게 수상 소식을 듣고 힘이 나고 기뻤다"며 "관객상은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 나도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감독인가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 관객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신 감독은 차기작 촬영도 최근 마쳤다. 이정은이 주연한 영화 '오마쥬'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뼈대로 한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60년대 여성 감독의 흔적을 따라가는 영화"라며 "이정은씨가 잊혀져간 존재를 따라가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얘기하던데 그런 것 같다. 이번에는 블랙 코미디 요소가 있는 색다른 작품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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