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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주주 달래기, 오히려 국민연금 판단에 毒됐다

등록 2020.10.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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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LG화학 물적분할에 반대표 행사키로

의결권 자문사 대다수 찬성 권고…이례적 결정

국민연금, LG화학 배당계획에 '과다 배당' 판단

"사실상 회사가 주주가치 훼손 존재 시인한 것"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정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1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2020.09.17.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정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1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2020.09.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국민연금이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안건에 예상과 달리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해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의 이례적인 결정이 나온 이유로는 분사 계획 발표 후 주가 하락, 모회사 디스카운트 등이 먼저 제시된다. 여기에 더해 LG화학의 과도한 배당 확대 발표가 오히려 '회사조차 주주가치 훼손을 인정한 셈'이라는 시각으로 이어지며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게 됐다는 설명이 수탁위 내부에서 나왔다.

28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지난 27일 오후 제16차 수탁위 회의에서 LG화학 임시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수탁위 위원들은 3시간여에 걸친 회의 끝에 반대 의결권 행사 결정을 내렸다.

◇자문사 대부분 찬성…국민연금의 예상치 못한 반대표

대부분의 의결권 자문사가 찬성을 권고했던 것과 달리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결정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을 권고함에 따라 국민연금 또한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됐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기업지배구조연구원 등 대부분의 의결권 자문사들은 이번 물적분할에 찬성을 권고했다. 수탁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자문사 의견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자료를 기반으로 의결권 찬반 행사를 결정 짓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탁위가 찬성으로 기울지 않겠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국민연금의 이례적인 결정이 나온 근거로는 분사 계획 발표 후 주가 하락, 모회사 디스카운트 등이 먼저 꼽힌다. 추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본 유치가 이뤄지면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분할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도 주주가치가 훼손됐다고 봐 이번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주주 달래기, 오히려 국민연금 판단에 毒됐다

◇코너 몰린 LG화학의 배당 확대, 국민연금은 '과다 배당' 판단

여기에 더해 LG화학의 배당 확대가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에 기여했다는 설명이 수탁위 내부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주주들의 반발에 '달래기용'으로 배당 확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17일 이사회에서 배터리 사업 부문의 물적분할안을 결정했으나 배터리 사업부를 보고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급기야 '물적분할을 취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반발이 지속됐다.

상황이 악화하자 LG화학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을 지향하고  오는 2022년까지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추진하겠다는 배당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LG화학의 주주 달래기에 대해 '과다 배당'으로 판단했다. 국민연금은 배당 관련 권리 행사 기준으로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과 '배당정책에 따른 배당 요구'를 두고 있다. 과소 배당이든 과다 배당이든 합리적인 배당정책에 위배된다면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LG화학이 제시한 주당 1만원 현금배당은 그간의 배당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규모에 해당된다. LG화학은 보통주 1주당 ▲2019년 2000원 ▲2018년 6000원 ▲2017년 6000원 등 6000원선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배당을 지급해왔다. 이를 1만원 이상으로 늘리면 약 66%의 배당 재원이 추가적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서울=뉴시스]2020.09.17. (사진=LG화학 제공)

[서울=뉴시스]2020.09.17. (사진=LG화학 제공)

◇"무리한 배당 나설 정도사실상 가치 훼손 인정한 셈"

무리한 배당 계획 발표는 '회사 또한 물적분할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라는 수탁위 내부 판단으로 이어졌다. 배당금액은 미래의 성장 동력을 위한 재원으로 쓰일 수 있는데도 당장의 주주가치 훼손을 막고 주가를 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시각이다.

또 배터리 경쟁에서 승기를 다잡기 위해 자본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배당의 급격한 확대를 결정해서는 안 됐다는 판단이다. 배당금을 확대하는 만큼 성장 재원이 부족해지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한 수탁위 위원은 "분할을 알리며 3년간 배당을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이번 판단에) 독이 됐다"면서 "주주가치가 그만큼 훼손됐으니 급격한 배당 계획을 발표한 것이고 이는 회사도 주주가치 훼손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까지 성장 동력을 깎아먹으며 '당근'을 제시하는 것은 단기 투자자들에게 의미 있을지 몰라도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다 배당으로 여겨진다"며 "이 상황이 상당히 주주가치 훼손을 명확히 한 것인데도 무시하고 넘어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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