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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 언급 늘어난 연설…가능성만 남겨둔 文대통령

등록 2020.10.28 14: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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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에서 당위성 역설…작년 대비 '남북' 언급 비중↑

"남북, 생명·안전공동체로 공존"…김정은 연설 호응 수준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0.10.28.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0.10.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남북 간 대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보여준 김정은 국무위원장 유화 메시지에 형식 논리상 호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 관계 개선 가능성만을 시사하며 여지를 남겨둔 김 위원장의 앞선 메시지에 대화 의지가 여전하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21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연결된 국토, 바다, 하늘에서 평화는 남북 모두를 위한 공존의 길"이라며 "사람과 가축 감염병, 재해 재난 극복을 위해 남과 북이 생명·안전공동체로 공존의 길을 찾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며 우리 앞에 놓인 장벽들을 하나하나 뛰어넘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평화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한 국방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모색하겠다"며 "남과 북, 국제사회가 대화와 신뢰를 통해 장애를 뛰어넘고 한반도부터 동북아로 평화를 넓혀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생명·안전공동체' 속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례를 통해 확인했듯, 분단체제에서의 남북이라 하더라도 대응 과정에서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0.10.28.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0.10.28. [email protected]

생명공동체의 개념은 지난해 6월 남북 대화의 장기 교착 국면을 타개하고자 새로 제시했던 평화 구상(오슬로 선언) 속에 처음 담겼다. 문 대통령은 당시 노르웨이의 세계적 평화학자 요한 갈퉁이 제시했던 '평화학 이론' 속 적극적 평화 개념을 차용하면서 남북 관계 접근 중심에 생명공동체를 두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큰 어려움을 겪던 북한의 상황에서 출발한 생명공동체는 기존 인도적 차원에서의 협력만을 의미한 기존의 소극적 평화 개념의 정반대 개념이다. 생명 존중에 대한 당위성 차원에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적극적 평화와 맥이 닿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만을 뜻하는 전통적 안보 개념이 해체되고, 감염병과 같은 불가항력의 영역에 대한 대응까지 포괄적 안보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코로나를 매개로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날 남북 대화 의지를 밝히는 데 할애한 시정연설문 분량이 남북 관계 교착 국면이 본격화했던 지난해 시정연설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점은 주목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2일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하는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며 "북한의 밝은 미래도 그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평화만 언급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2020.10.28.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2020.10.28.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이 비교적 많은 분량을 할애하면서 남북 대화의 의지를 밝힌 것은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의 김 위원장 연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위원장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전 세계인에 대한 안녕을 기원하는 메시지의 연장선에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메시지는 내부 정면돌파전 과정 속에서 외부로부터의 새로운 장애 요소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미·대남 등 대외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둔 측면이 강하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 대통령 역시 당장의 관계 개선 성과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기보다는 남북 정상 간 '관계의 끈'을 확인하는 수준의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평화로 가야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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