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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김장 인구 줄고, 수입은 늘고…종주국 지위 '흔들'

등록 2020.11.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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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규모, 연평균 3.4%씩↓…20년 전의 절반 수준

중장년층에서도 '사먹는 김치' 거부감 줄어들어

김치 수입량도 갈수록 증가…작년엔 30만t 수준

[세쓸통]김장 인구 줄고, 수입은 늘고…종주국 지위 '흔들'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1년에 한 번 오는 김장철. 농가와 농식품 산업에선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김치 한 포기를 담그기 위해서는 배추와 무 외에도 고춧가루, 마늘, 파, 생강, 무, 굴, 젓갈, 소금 등 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농산물 소비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의미입니다.

김장은 2013년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습니다. 정식 명칭은 '김장, 한국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라고 합니다. 가족들, 혹은 이웃까지도 다함께 김치를 담그는 문화가 좋은 평판을 얻었다고 합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김장이 처음 시작된 건 고려시대. 오늘날처럼 통배추를 사용한 김장김치는 1800년대 말부터라고 합니다. 가족 구성원 너 나 할 것 없이 김장 노동에 동원됐는데, 여성은 김장을 하고 남성은 구덩이를 파 독을 묻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1960~1970년대에는 김장철에 맞춰 '김장 방학'이 시행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김포족' 증가에 김장 수요도 서서히 하락세

대세가 된 1인 가구, 식생활 변화, 편의성 중시 등 시대가 변하면서 김장을 포기하는 이들, 이른바 '김포족'(김장포기족)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0년 184만t 수준이었던 국내 김장 규모는 2018년 110만t으로, 작년에는 97만t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평균 3.4%씩 감소해온 것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매년 김장철을 앞둔 10월에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김장 소비 의향 조사를 합니다. 올해 이 조사 결과, 김장김치를 직접 담그겠다고 한 가구는 62%로 나타났습니다. 이 비중은 2018년 65%, 2019년 63% 등 해마다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대로 홈쇼핑이나 마트, 백화점 등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를 사먹겠다는 비중은 과거 2014년 8%에서 올해 24%까지 증가했습니다. 나머지는 김장김치를 주변 지인에게 사거나 받겠다고 했답니다. 김치를 담그지 않고 사먹는 이유로는 '구입 편의'(43%), '바쁘고 번거로움'(32%) 등의 응답이 나왔습니다.

연구원의 김장용 배추·무 구입 의향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매년 배추·무 구입량은 당시 채솟값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감소세입니다. 2017년 배추는 24.4포기, 무는 9.1개였던 것이 올해는 21.9포기, 8.6개로 각각 줄어든 것이죠.

대상 종가집이 지난해 10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주부 3115명을 대상으로 한 김장 계획 설문조사에서도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50대 이상 김포족 중 '포장김치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자가 76%로 지난해(61%)에 비해 15%포인트(p)나 증가한 것입니다. 과거 포장김치 구매를 꺼리던 50대 이상의 주부들 또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는 거죠.

이 조사는 또 김장 경험이 있는 주부들에게 김장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느냐'고 물었습니다. 여기에 주부들의 75.1%는 '고된 노동과 김장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김장철을 앞두고 1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어시장에서 김장용 생새우와 새우젓갈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0.10.16. jc4321@newsis.com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김장철을 앞두고 1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어시장에서 김장용 생새우와 새우젓갈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0.10.16. [email protected]


◇늘어나는 김치 수입량…무역적자 4년간 1800억

포장김치를 사 먹겠다는 의견이 늘어남과 동시에 수입 규모도 증가했습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치 순수입(수입-수출) 규모는 과거 2013년 18만9240t에서 작년 24만8184t으로 31% 증가했습니다.

김치 수입량은 지난 2015년 22만4124t, 2016년 25만3432t, 2017년 27만5631t, 2018년 29만742t, 작년 30만6050t 등 매년 늘어왔습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까지 13만2005t 수준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라 수입 물량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됩니다. 수입 물량의 절대 다수인 99% 가량은 중국산입니다. 이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중국에서 들여온 김치는 112만5849t에 달합니다.

반면 이 기간 김치 수출량은 2만3111t~2만9628t 수준에 그칩니다. 이에 따라 최근 4년간 무역수지 적자도 1억5600만 달러에 달했다고 합니다. 김치로 인해 한 해 평균 450억원 수준의 무역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입니다.

[세쓸통]김장 인구 줄고, 수입은 늘고…종주국 지위 '흔들'



◇올해 김장비용 30만원 안팎…작년과 비슷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김장비용(4인 가구 기준)은 지난해와 같은 30만원 내외 수준으로 관측됩니다. 올해는 "배추가 아니라 금(金)추"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배춧값이 치솟았지만 향후 가을배추 생산량이 늘면서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시기별 김장 비용을 보면 이달 상순 현재는 29만8000원, 중순에는 30만8000원, 하순에는 30만6000원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특히 다음 달에는 29만500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김장, 늦게 할수록 싸게 할 수 있는 셈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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