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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피살 국회 공방에 결국 현실이 된 軍 정보자산 훼손

등록 2020.11.03 18: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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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최근 북한군 음어체계 변경 사실 공개

바뀐 북한 통신체계 감청 위해 오랜 시간 필요

한미 군당국, 이미 정보자산 훼손 가능성 우려

[목포=뉴시스] 류형근 기자 = 피격 실종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 승선해 있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사고 6일만인 27일 오후 전남 목포시 전용부두로 입항하고 있다. 2020.09.27. hgryu77@newsis.com

[목포=뉴시스] 류형근 기자 = 피격 실종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 승선해 있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사고 6일만인 27일 오후 전남 목포시 전용부두로 입항하고 있다. 2020.09.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후 국회에서 우리 군 정보자산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진 끝에 결국 작전 상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자진 월북과 시신 훼손 등을 둘러싼 공방을 지켜본 북한이 군 통신체계를 바꿔버리면서, 이를 포착하기 위해 지속됐던 군의 오랜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오후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서 국정감사를 마친 뒤 "북한 통신망이 우리 언론에 노출돼 통신망 이용량이 줄었다. 통신 이용을 잘 안하는 것"이라며 "자기들 교신할 때 쓰는 음어체계가 조금 변했다"고 국정원 보고 내용을 전했다.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통화 음어표가 변경됐다든지 통신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국정원 보고 내용을 소개했다.

이로써 우리 군은 감청 등을 통해 북한 군 통신체계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을 다시 해야하게 됐다. 북한이 음어표를 바꾸는 등 통신 방법에 변형을 가함에 따라 우리 군은 다시 오랜 시간을 들여 북한측 통신을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군과 주한미군은 각종 정찰자산 등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박지원 국정원장이 3일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0.11.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박지원 국정원장이 3일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0.11.03. [email protected]

이 같은 작전상 차질은 예견됐다. 지난달 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수정보(SI)에 따르면 북한 상부에서 '762(구경 7.62㎜ 소총)로 사살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밀 유출 논란이 일었다. 이 밖에도 야당 의원들이 국방부와 군의 실책을 짚어내겠다며 출처 노출 가능성이 있는 사안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거나 일부 언론에 알려줬고 이에 따라 군 정보자산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국방부는 문제를 이미 제기했다.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 직무대리는 지난달 5일 "군의 민감한 첩보사항들이 임의대로 가공되거나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런 것들은 우리 군 임무 수행에 많은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안보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욱 국방장관도 지난달 23일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SI 관련 발언을 문제 삼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질의에 "매우 부적절한 워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출처의 첩보가 있지만 출처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라며 "출처 중에는 단독 출처도 있지만 한미 연합 출처도 있어서 굉장히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서욱 국방부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26.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서욱 국방부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mail protected]

주한미군도 이 같은 정보자산 노출과 훼손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서욱 장관은 지난달 7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과 그 부분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우려를 했다"며 "우리 국민이 북한해역에서 그런 일을 당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한테 기본적인 건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그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했다"고 전했다.

전직 4성 장군으로 한미 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의원은 당시 "한미 정보력으로 적 능력과 태세와 의도를 알아내는데 이번에 SI 정보가 노출돼 앞으로 북한에 대한 정보수집이 대단히 어려워질 것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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