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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성 위주 TV 예능프로, 변화가 필요하다

등록 2020.11.04 14:36:13수정 2020.11.04 16: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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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성 위주 TV 예능프로,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남성 중심 TV 예능 프로그램이다. 

방송사들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발 빠르게 무관중 진행, 드라이브 스루 등 비대면 방식을 도입해 포맷을 바꾸고 캠핑, 인테리어 등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달라진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 구성, 특히 출연자의 남녀 성비는 여전하다. 

지난 8월 E채널이 '노는 언니'를 처음 방송하면서 하반기 여성 위주 예능 프로그램 부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졌다. 과연 그럴까?
 
현재 방송 중인 120편이 넘는 TV 예능 프로그램  중 '노는 언니'처럼 지상파에서 여성 출연자들로만 구성된 예능 프로그램은 KBS 2TV '박원숙 같이 삽시다' 1편이다. 종편도 별반 다르지 않다. JTBC가 방송하는 '갬성캠핑'만 보인다.

그나마 케이블 TV에서는 연예 전문 TV채널들이  여성들만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여성의 주 관심사인 뷰티, 쇼핑, 심리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MBC 에브리원 '비디오 스타', KBS 조이 '셀럽뷰티2', SBS 플러스 '언니한텐 말해도 돼', 올리브 '슬기로운 소비생활'와 '프리한 마켓', 스타TV '숙희네 미장원', 라이프타임 '뷰티타임 시즌2' 등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남성 편향성은 올 상반기에 방송된 예능 •오락 프로그램의 양성평등 내용 분석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서울 YWCA가 8월에 발간한 '2020 대중매체 양성평등모니터 보고서'-예능•오락 편에 따르면 6월1일부터 21일까지 지상파, 종편, 케이블에서 방송된 예능•프로그램 12개 속 전체 출연자 성비는 여성 35.9%(140명), 남성 64.1%(250명)로 남성이 여성보다 1.7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5년 전에도 이런 경향이 보인 사실을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예능•오락 프로그램 출연자 성비 분석 결과, 프로그램 특성상 여성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내일은 미스트롯'을 제외하고 여성 출연자 비율이 40%를 넘어서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예능•오락 프로그램 출연자 평균 성비는  여성 37%, 남성 63% 수준이었다.

이 보고서는 또한 예능 프로그램 속 역할 구분에서 주 진행자의 경우 남성이 7명이었으나 여성은 1명에 그쳤다는 점도 짚었다. 고정출연자의 경우 여성이 14.2%(20명), 남성이 85.8%(121명)로 남성이 6배 더 많았다. 주 진행자와 고정 출연자가 예능을 이끄는 상황을 고려하면 6월 한국 예능 판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박미선 이영자 송은이 김숙 박나래 장도연 등 개그우먼들이 각종 프로그램을 이끌며 연예 대상 시상식과 방송 시상식에서 상을 받고 있다. 여성 예능인과 방송인이 실력을 인정 받아 몇몇 프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양성평등 면에서 긍정적이다. 

사실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진출이 활발하고, 그게 또 시대적 흐름이다. 그런데 유독 TV예능프로만 남성 위주의 구성을 고집한다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재능 있는 여성 출연진 찾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먼저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인식과 자세 전환이 우선이다. 여성 출연자들의 프로그램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방송의 다양화도, 진정한 여성 예능 프로의 활성화도 어려울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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