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담합 걸리자 뒤늦게 조사협조…대법 "리니언시 안된다"

등록 2020.11.18 06:01: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담합으로 공사수주해 400억대 매출

과징금 처분받자 자료 내 감면 요구

담합 걸리자 뒤늦게 조사협조…대법 "리니언시 안된다"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담합으로 400억원대 매출을 올린 뒤 내부 자료를 제출해 조사에 협조했다며 과징금 감면을 요구한 업체에 대해 대법원이 "조사협조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확보된 자료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감면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기계설비공사업체인 A사는 같은 업종인 22개 회사와 함께 가스배출 등 사업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벌여 지난 2016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았다.

A사는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담합 행위를 통해 모두 42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고, 공정위는 A사에 23억여원의 과징금을 납부하라고 했다.

이에 A사는 담합 행위를 입증할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자신들이 '리니언시(Leniency) 제도'에 따른 과징금 면제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제도는 담합에 가담한 기업이 공정위 조사에 협조할 경우 과징금 부담을 덜어주도록 하는 것으로, 1순위 조사협조자에게 과징금을 면제해주고 2순위에게는 과징금의 50%를 감경해준다.
 
하지만 공정위는 A사가 조사협조자 지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감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A사는 그러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원심은 A사가 1순위 조사협조자에 해당하지 않지만, 2순위 조사협조자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감면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A사의 감면 신청 당시 이미 제보와 현장조사 등을 통해 이 사건 공동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다"라며 "A사는 필요한 증거를 제공한 최초의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공정거래법에서 정한1순위 조사협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 감면 신청에는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만을 구하는 게 아니라 2순위 조사협조자 지위를 구하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면서 "공정위로서는 A사가 (1순위 조사협조자가 되기 위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더라도, 2순위 조사협조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사가 2순위 조사협조자에 해당하는지 살피지 않은 공정위의 결정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령이 조사협조자 감면제도를 둔 목적은 자료를 제공한 것에 대한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사업자들 사이에 신뢰를 약화시켜 부당한 공동행위를 중지하는 데 있다"며 "공정위가 이미 정보를 입수하고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이후에는 조사협조자가 성립할 수 없고, 1순위는 물론 2순위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A사의 1순위 조사협조자 지위를 부정하면서 그와 별도로 2순위 조사협조자 해당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감면 신청을 기각해 어떤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