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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관' 벗어난 옐런, 백악관에서 美 경제 살릴까

등록 2020.11.25 15: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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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인, 초대 재무장관에 재닛 옐런 낙점설

경제자문위원장·연준 의장 이어 재무장관, 전례 無

정부 지출 다뤄야…WSJ "재무부선 정치가 첫번째"

[워싱턴=AP/뉴시스] 지난해 8월14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폭스비즈니스 방송에 출연해 발언 중인 모습. 2020.01.14.

[워싱턴=AP/뉴시스] 지난해 8월14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폭스비즈니스 방송에 출연해 발언 중인 모습. 2020.11.25.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미국 차기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어떻게 경제 회복을 이끌어갈지는 전 세계의 화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재무장관으로 낙점했다고 알려진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향한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옐런 전 의장이 상원 인준을 거쳐 재무장관으로 확정된다면 정치권을 상대하면서 정부 부채와 지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보도했다.

전례 없는 화려한 이력…정치에도 능할까

옐런 전 의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1997~1999년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냈고 2014~2018년 연준 의장을 역임했다. 여기에 재무장관까지 경험한 사람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옐런 전 의장을 연임시켰다면 이번에 재무장관으로 내정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옐런 전 의장이 원했는데도 연임이 불발된 건 키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피트(152㎝) 정도인 옐런 전 의장이 너무 작은 탓에 위엄이 없어 보인다고 주변에 말했다.

재무장관은 여러 직을 거친 옐런 전 의장에게 있어서 가장 정치적인 자리가 된다. WSJ은 "재무부와 비교하면 연준은 속세와 거리가 먼 학술 기관(academic institution)이다. 반면 재무부에서 정치는 종종 첫번째 고려 사항 중 하나"라고 전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코로나19 추가 부양책을 두고 몇달째 합의에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수조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원하지만 공화당은 지출을 경계하고 있다.

버이든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은 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옐런 전 의장과 공화당 간 관계는 다소 긴장감이 도는 경향이 있었다. 의장 취임 첫해 옐런은 의회에서 민주당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공화당 의원들과의 마찰을 줄이려고 훗날 이런 태도를 수정했다고 WSJ은 전했다. 공화당은 2012년 연준의 통화 정책 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옐런 전 의장을 압박했다.

공화당은 옐런 전 의장이 소득 불평등,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문제를 주요 이슈로 끌어올린 데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실업 및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감독에 집중하라는 취지다.

"경제에 지출 필요" 옐런, 차입 얼마나 허용할까

미국의 차입을 어느 수준까지 밀어붙일지가 옐런 전 의장에게 주요한 과제다. 재무장관의 주요 임무는 정부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며, 이는 주로 조세 정책 변화나 차입 증가로 실현된다.

9월30일 종료한 2020 회계연도 미국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3조1000억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증가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10월1일 통과시킨 2조2000억달러 규모 부양책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5월 하원이 처리한 3조4000억달러 규모 부양책에 포함된 지원책 상당수에도 동의한다. 게다가 기후 변화 대응에 2조달러를 지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옐런 전 의장은 9월 WSJ 인터뷰에서 "엄청난 고통이 존재한다. 경제에는 지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무장관으로서 긴급대출프로그램을 재개할지도 관심사다. 연준은 코로나19 셧다운(폐쇄) 충격을 받은 중소기업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자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연준이 운영하지만 재무부가 자금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12월31일로 만료 예정인 이 프로그램을 연장해달라는 연준의 요청을 거절했다. 므누신 장관은 차라리 실업자와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워싱턴=AP/뉴시스] 2014년 2월3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선서를 하려고 입장하고 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옐런의 남편인 조지 애컬로프가 웃으며 뒤따르고 있다. 2020.11.25.

[워싱턴=AP/뉴시스] 2014년 2월3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선서를 하려고 입장하고 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옐런의 남편인 조지 애컬로프가 웃으며 뒤따르고 있다. 2020.11.25.

특급 우등생, 토빈 제자로…노동 시장·실업 문제 고민

뉴욕 브루클린 태생인 옐런 전 의장은 어린 시절부터 엄청난 노트 필기로 유명한 특급 우등생이었다.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토빈세를 주창한 제임스 토빈 교수의 제자다.

옐런 전 의장의 학업은 노동 시장 및 '불황에 빠진 기업들은 왜 월급을 깎는 대신 해고를 할까?' 등의 문제에 집중됐을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1990년대 중반 연준 이사로 합류했을 때 그는 중도좌파 경제학자로 분류됐다. 그는 실업이 노동자에게 큰 타격을 준다고 보고, 이 문제 해결에서 정부의 역할이 있다고 믿었다.

준비성 유명…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에 제일 먼저 도착

꼼꼼한 성격의 그는 예상 밖의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행기를 탈 때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몇 시간 일찍 공항에 가 있는다고 WSJ은 전했다. 2014년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에서 그는 수천명의 참석자 중 가장 먼저 도착해 자리에 앉은 사람이었다.

남편 조지 애컬로프는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다. 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이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져 결국 시장 붕괴를 촉발한다는 '레몬(불량품) 이론'의 창시자다.

애컬로프는 자신이 옐런 전 의장보다 자유 무역의 이점에 대해 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두 사람의 경제적 관점이 일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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