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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무효?"…수도권 아파트값 '신고가' 행진 왜?

등록 2020.11.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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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원하는데 다세대"…11·19 대책 실효성 '뚝'

전세 수요 매매로 전환…집값 밀어 올리는 악순환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롯데월드타워 스카이31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및 다세대 주택들이 날씨로 인해 흐리게 보이고 있다.2020.11.1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롯데월드타워 스카이31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및 다세대 주택들이 날씨로 인해 흐리게 보이고 있다.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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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의 전세대책 발표 이후 중소형 평형 위주의 매매 문의가 늘었어요."

지난 26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11·19 전세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과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정부 정책에 실망한 수요자들이 매수세로 돌아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전세 매물 자체도 없고, 월세도 씨가 마른 상태"라며 "매매 문의는 늘었지만, 여전히 호가가 높다 보니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74주 연속 상승하는 등 전세난이 심화한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9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수도권 지역에서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지방 광역시 집값 상승률이 통계 집계 이후 8년 6개월 만에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할 정도로 심상치 않다.

정부의 11·19 대책에 실망한 수요자들이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 매매에 나서고, 정부의 규제가 덜한 일부 수도권 지역과 지방 광역시에는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주택시장의 불안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전셋값 대비 저렴한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한동안 잠잠했던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감정원의 이달 넷째 주(2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0.3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와 상승폭(0.02%)이 같았으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주요 지역의 상승폭은 커졌다.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값이 지난주 보합에서 각각 0.02%, 0.03% 상승했다. 송파구 역시 전주(0.01%) 대비 0.01% 상승했다. 또 동대문구(0.05%)와 강북구(0.04%), 관악구(0.04%) 등도 상승폭을 키웠다.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값은 0.15% 올라 전주(0.18%) 대비 상승폭이 줄었다. 또 경기도가 지난주 0.28%에서 이번 주 0.22%로, 인천은 0.14%에서 0.12%로 각각 오름폭이 줄었으나, 여전히 상승세다.

지난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김포시는 지난주 2.73% 상승으로 급등세를 보였다가, 이번 주 0.98%로 상승세 누그러졌다. 하지만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파주시는 지난주 0.78% 상승에 이어 이번 주 1.06% 상승했다.
 
[서울=뉴시스] 26일 한국감정원의 '2020년 11월 4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 올라 지난 주 상승률(0.25%) 대비 0.02%포인트(p) 축소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26일 한국감정원의 '2020년 11월 4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 올라 지난 주 상승률(0.25%) 대비 0.02%포인트(p) 축소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CSI는 전월 대비 8p 오른 130을 기록했다. 지난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한 것으로, 통계가 시작된 2013년 1월 이후 역대 최고 수치다. 100보다 높으면 1년 후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 수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한 가구 수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전용면적 59㎡)은 지난 19일 기존 금액보다 4000만원 오른 15억9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또 서초구 우면동 서초힐스(전용면적 84㎡)는 전세대책이 발표된 후 첫 주말인 지난 21일 14억9500만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경기 지역에서도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꿈마을우성(전용면적 132㎡)도 기존보다 1억원 이상 오른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전용면적 170㎡)는 지난 23일 10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지난달 21일 8억2128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2억1372만원 올랐다.

주택시장에서는 공급 물량의 절대 부족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매매시장의 불안 역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가 24번째 대책을 통해 공급하는 11만4000가구의 공공임대 주택의 형태가 실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가 아닌 다가구·다세대 주택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전세난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풍선효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인해 촉발된 전세난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등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자들의 요구와 동떨어진 공급 대책으로 지금의 전세난을 해결하고, 집값 안정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면 중저가 아파트 단지의 매매가격까지 자극할 수 있다"며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효과도 2~3년 뒤에야 나타나기 때문에 당분간 주택시장의 불안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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