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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與 부동산 대책, '욕망'과 '오만' 사이

등록 2020.11.3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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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3차 재난지원금, 내년도 예산안, 공수처, 그리고 '추미애-윤석열 갈등 대리전'까지 정기국회가 막바지로 접어든 연말 국회는 언제나처럼 산적한 현안과 끝없는 정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국회를 뜨겁게 달궈온 이슈 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거대 여당(당시 176석)의 힘으로 임차인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켰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차 보장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를 직전의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세입자 보호제도의 대혁신", "서민 주거안정 보장 성과" 등의 자평을 쏟아 냈었다.

그러나 4개월가량 지난 지금까지는 "실패"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장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전세 시장은 매물난 속에 가격이 치솟는 '대란'이 일었다. 덩달아 '억' 단위로 급등했던 매매가는 다주택자 증세 엄포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낙연 대표가 이달 중순께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선 주거 문제로 고통을 겪으시는 국민 여러분께 정말로 미안합니다. 가슴이 아프고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라고 고개 숙이고 시작해야 할 정도로 여당에 대한 민심도 차갑게 식었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된 자리에서 말을 아낀다. '사과'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발언의 맥락보다는 실언이 더 부각되는 상황에 큰 부담을 느낀다.

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인 진선미 의원은 현장 방문에서 했던 여러 발언 중에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이라는 대목만 부각되자 이후의 현장 방문에서는 회의실에서 나갈 때 차량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면서까지 기자들을 따돌렸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언론인이 이렇게 적확하게 판단해주시니 감사합니다"라고 적으며 '진선미 의원 아파트 발언, 과하게 왜곡된 측면 없나' 제하 기고글 링크를 첨부했다. 그러나 '실언' 논란만큼 주목받진 못했다.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임대차 3법을 개정하기 이전에도 집값은 매년 월급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오르고 있었기에 대책은 분명 필요했다. 임대차 3법 덕분에 살고 있던 전셋집에서 2년 더 살 수 있게 됐다고 안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임대차 3법 개정에 대한 시장의 반격에 안일하게 대응했다. 이를 '과도기적 진통'으로만 본다면 끝내 해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은 반드시 보장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는 부동산 대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세금 더 내게 한다고 '포식자'들이 불로소득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필요하지 않을까. 민주당에도 지역구 집값 떨어지면 표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 다주택을 처분했는데 팔고 나니 몇억이 더 올랐더라며 씁쓸해하는 사람, 사석에서 만나면 집값부터 이야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를 잘못됐다고 할 수 있을까. '집값'을 대하는 보통의 모습 아닐까.

정부가 내놓은 주택 공급 대책이 왜 '호텔 전·월세'가 전부인 양 여론의 뭇매를 맞는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예측 여론조사에서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사람이 왜 늘어나는지, 이유가 있을 거다. 국민은 정책의 방향이 옳다고 해도 부작용이 있다면 되짚어볼 줄 아는 여당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대표가 관훈토론에서 "국민이 가장 예민하게 포착하는 것이 '오만'이다. 제일 먼저 알아챈다. 거기에 걸리면 정치적으로 크게 상처받게 돼 있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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