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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조두순 집 앞은 '전쟁터'…이웃은 죄가 없다

등록 2020.12.14 16: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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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조두순 집 앞은 '전쟁터'…이웃은 죄가 없다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조두순을 지옥으로.'

지난 12일 새벽 5시.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앞 2차선 도로에는 검은색 점퍼를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같이 적힌 팻말을 들고 차도 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조두순을 거세하라", "조두순을 사형시켜라" 등 수위 높은 구호도 외쳤다.

이들은 전날부터 이곳에 와 있었다고 했다. 통솔자 격의 남성은 방송차량 위에 올라 경찰 제지가 심해진다 싶으면 이 좁은 도로를 점거하라고 소리쳤다. 시위대들이 합의 하에 도로 가장자리로 물러났다가, 다시 도로 위로 올라가는 장면의 반복이었다. 추운 날씨에 경찰도, 시위대도 쉽지 않은 무박 2일을 보내고 있었다.

안산준법지원센터 전담보호관찰관을 통해 조두순이 "시민 분노가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천인공노한 범죄를 저질렀다.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시위대와 경찰이 보낸 무박 2일의 의미는 그렇게 실현됐다. 12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한 시민 분노를 목격한 조두순이 정말로 자신이 말한 것처럼 반성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어찌됐든 사회는 그에게 또 다른 감옥이 돼 있었고, 이번엔 '자유'라는 더 넓지만 닿을 수 없는 창문을 내주었으므로 한층 가혹해진 셈이다.

피해자에게 12년은 상처가 아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까. 피해자가 피해자로 남아있는 한, 가해자는 그대로 가해자일 수밖에 없다. 조두순이 갇혀 있던 남부교도소 앞에 울려 퍼진 수많은 욕설과 비난들이 무작정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몇 시간 만에 조두순을 향한 분노가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오전 8시43분께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나온 조두순이 탄 관용차량에 분노한 시민들이 달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차량 앞 유리가 깨지고, 경찰과 일부 시민은 부상을 당했다.

조두순 출소 후 하루가 지난 13일, 경기 안산시 주택가에 있던 한 시민은 "이건 도가 지나치다. 오히려 조두순보다 저 사람들이 피해를 더 주고 있다"면서 조두순 집 근처로 몰린 유튜버와 인터넷 방송 BJ 등을 비난했다. "5~6살 아이들도 있는데, 이래서 되겠느냐"고 외치는 피해자들이 생겼다.

조두순을 향한 분노가, 가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동 성범죄자 1명의 씁쓸한 최후가 아니라 같은 범죄가 되풀이될 '빈틈'이다.

조두순은 술에 취했다며 심신미약 감경을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고, 1심 징역 12년형은 2심과 3심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가 제대로 된 죗값을 받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두순의 응징을 바라는 심정을 이해한다. 그 누가 그러지 않겠는가. 하지만 최종적이고 유일한 목표가 그것이 돼서는 안 된다. 휘발성 강한 일시적이고 자극적인 분노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똑똑한 분노가 필요한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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