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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꼬리만 자르고 보자?…탈당이 공식된 여야

등록 2020.12.3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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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치면 탈당' 국회에서 관례 되다시피

당 진상조사특위 가동도 못하고 흐지부지

국회 윤리특위 있으나마나 '제식구 감싸기'

[기자수첩]꼬리만 자르고 보자?…탈당이 공식된 여야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이쯤되면 '사고치면 탈당한다'는 국회에서 일종의 '과학'이지 않나 싶다. 지난 22일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다. 편법증여 의혹 등 재산 형성 과정과 관련된 논란이 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당적을 내려놓은 것이다.

전 의원은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취재 과정에서 부친인 전광수 이진종합건설 회장이 기자에게 "3000만원을 만들어 오겠다. 나와 인연을 맺으면 죽을 때까지 간다"며 회유를 한 것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자세한 사항은 별도로 얘기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부친의 발언 외에 특별히 사과는 없었다.

전 의원의 탈당은 지난 9월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덕흠 의원의 사례와 겹쳐 기시감(旣視感)을 준다. 수천억원대 피감기관 공사 수주 의혹으로 이해충돌 논란을 일으킨 박 의원은 지난 9월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당시 박 의원도 "당에는 큰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지만 의혹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당의 처분 절차도 묘하게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 9월 박 의원의 문제가 불거질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사안에 대해 언급을 아끼면서 진상조사특별위원회 구성까지 어느정도 준비를 마쳤으나, 박 의원의 전격적인 탈당으로 흐지부지됐다.

이번 전 의원의 경우에도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 의원의 입장을 청취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정리가 끝나면 당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결국 주 원내대표 발언 당일 전격 탈당이 이뤄지면서 당 차원의 조사는 물건너갔다.

정치권에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전봉민 의원은 역시 제2의 박덕흠이었다"며 "국민의힘 공식은 역시 꼬리 자르기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전봉민 의원과 그 일가에 대한 불법비리 조사단'까지 구성하기로 했지만, 민주당이라고 사정이 마냥 다르지는 않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와 임금체불 문제로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되자 지난 9월24일 자진 탈당했다.

부실경영에 책임을 져야할 이 의원은 급기야 지난 11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경영 위기에 빠진 쌍용차 문제를 거론하며 "먹튀하니까 매각하지 말고 워크아웃과 회생절차를 밟은 다음에 인적 분할을 하라"는 조언을 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의 이같은 문제가 나올 때마다 단골로 언급되는 기구가 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다. 하지만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윤리특위의 징계 실효성은 매우 낮아 이제는 있으나 마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3대 국회 이후 250건이 넘는 징계안이 올라왔지만 실제 징계로 이어진 것은 18대 국회에서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30일 국회 출석 정지를 당한 강용석 전 의원 정도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한 국회의원 징계안 대부분은 임기만료 폐기나 철회로 귀결됐다. 그나마 표결 처리된 사안도 부결이 더 많은 실정이다.

21대 국회에서도 윤영찬·윤미향·황희·장경태·박덕흠·유상범·윤호중·김용민 의원 등의 징계안이 국회 윤리특위에 상정됐지만 실제 징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21대 국회 윤리특위는 지난 9월 위원장과 간사 선임을 위한 전체회의를 단 한 차례만 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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